화변기와의 첫 만남
[추억 모으기 프로젝트 1]
딸아이가 보는 세상에 대하여
우연히 블로그에 올린 글을 보았다. 둘째 딸아이의 일화였는데 그 일화를 보고 있자니 절로 웃음이 났다.
순간 중구난방 흩어져 있는 딸아이의 이야기를 모아 보고 싶었다. 시간이 더 흐르면 기억이 흐려질까 봐.
흔적을 한 곳에 모으기로 했다. 훗날 나의 마음을 녹여주고 이유 없이 편한 웃음을 짓기 위해...
2018년 딸아이가 3살 되던 해였다.
불교를 믿는 친정 엄마를 위해 광주에 내려갔다. 마침 석가 탄신일에 가까운 날이었다. 엄마 혼자서는 버스를 타고 힘들게 올라가야 했기에 시간이 맞으면 같이 가고 싶었다.
누군가에게 들은 기억이 있다. 부모님은 자신이 믿는 종교를 자식이 함께 가주면 좋다고.
특별히 믿는 종교는 없지만 매해 석가탄신일이 가까워지면 엄마랑 같이 절에 가고자 한다.
물론 이마저도 시간의 제약으로 잘 가지는 못 하지만 2018년 그 해에는 시간이 맞아 엄마를 모시고 절에 갔다.
절에 다다랐을 때 둘째 아이가 쉬가 마렵다 하였다.
3살 이때쯤은 아이들은 쉬를 잘 참지 못 하기에 후다닥 화장실을 향에 뛰어갔다.
다행히 화장실 도착 전까지 쉬는 하지 않았고 부랴부랴 바지를 벗기고 볼일 볼 준비를 했다.
"화장실 도착했다. 이제 바지 벗고 쉬 하자"
아이는 다소 어리둥절했는지 잠시 움직임을 멈추더니 이윽고 한마디를 던졌다.
"엄마 화장실이 없네"
순간 화변기를 보았다. 그리고 웃음이 났다. 아이는 화변기가 처음이었던 거다. 양변기만 접혔던 아이는 화변기를 변기라 생각하지 않았다. 아이가 보여주는 솔직한 세상에 난 웃음이 났다. 지금도 한 번씩 생각하면 미소가 지어진다. 아이의 순수하고 순박한 생각으로 딸아이의 세상을 엿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