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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당근의 꿈 Aug 15. 2021

미운 아기 오리

오랫동안 조용하고 푸른 숲에 이상한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드드드득, 쿵쾅쿵광"

이상하고 알 수 없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많은 것들이 바뀌었다.

푸른 옷을 입은 친구가 사라지고 그 친구 위에서 노래를 부르던 새들도 사라져 갔다.

대신 그곳에는 회색 친구가 자리를 잡았지만 이 친구는 푸른 친구처럼 움직이지도 말을 하지도 못 했다.

혹시나 가까이 가면 말을 할 수 있을까 다가가 보지만 악취와 검은 물만 내뿜고 있어 아무도 그 회색 친구의 곁에 가지 않으려 했다.

검은 물과 악취는 점점 숲 속 깊이 들어왔는데 숲 속 친구들은 그 누구도 이것을 반기지 않았다. 냄새는 역겨웠으며 검은 물에는 생물이 살지 않고 오히려 검은 물에 접촉한 친구들은 하나둘씩 아파가며 죽어갔다.


회색 친구가 나타나기 오래전부터 숲 속의 작은 강가에 오리 가족들이 살고 있었다. 오리 가족들은 해마다 짝을 지어 알을 낳고 품어 새로운 가족들을 만났는데 언제부터인가 알의 수도 줄어들고 태어난 오리들도 얼마 가지 못 해 죽는 아기 오리들이 많아졌다. 죽는 아기 오리들이 많아져서 그런지 아니면 이러한 환경에서 아기 오리를 잘 키울 수 없어서 그런지 오리알은 해년마다 줄어들어 올해는 6개의 알을 낳아 품었다.

그중 5개의 알은 28일 지나 아기 오리들이 깨어났지만 하나의 알은 32일이 되어서야 깨어났다.

힘들게 깨어난 막내 오리는 다른 오리들에 비해 다리에 힘도 없고 눈도 뜨지 않았다. 엄마 오리는 막내 오리가 이대로 죽는 건가 싶어 따뜻하게 품 속에 안아줬다.

그동안 많은 아기 오리들을 떠나보낸 엄마 오리는 이 작고 어린 아기 오리가 엄마 품에서 따뜻하게 고통받지 않고 떠나길 원했다.

하지만 기적처럼 아기 오리는 죽지 않고 서서히 다리에 힘도 생기고 눈도 떠서 걸어 다닐 수 있게 되었다.


막내 오리가 죽지 않고 살아나 엄마 오리는 기뻤지만 다른 오리들은 막내 오리가 미웠다.

자신들 역시 엄마의 손길이 필요한데 엄마 오리는 막내 오리만 품고 있어 배도 고프고 살기 위한 생존을 익힐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아빠 오리가 알려주고 했지만 엄마 오리의 손길도 필요로 했다.

또한 막내 오리는 자신들과 행동이 달랐다. 먹는 것에 그리 큰 관심을 두지 않고 주변을 자주 두리번거렸다.

엄마 오리는 그런 막내 오리가 안타까워 여전히 먹이를 물어다 주고 다른 아기 오리보다 더 많은 관심을 주었지만 그럴수록 막내 오리가 더욱더 미움받아갔다.

사냥을 할 수 있어도 하지 않고 엄마 오리가 준 물고기만 먹고 하늘만 쳐다보니 말이다.

자신의 본분을 잃고 백조가 되고 싶어 하는 것 같아 하늘만 쳐다보는 막내 오리를 다른 오리들은 이해가 가지 않고 공감대가 없어 미움만 깊어갔다.


그러던 어느 날 엄마 오리의 관심이 막내 오리가 아닌 다섯 번째 오리에게 가게 되었다.

다섯 번째 오리가 막내 오리보다 더 아팠기 때문이다.

다섯 번째 오리는 엄마 오리가 자신을 보지 않는 틈을 타 평소 엄마 오리가 가지 말라는 검은 물이 흐르는 곳으로 갔다. 그곳에는 다른 오리들이 없기에 먹이도 많을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신이 생각하는 것처럼 물고기가 많지 않아 되돌아왔지만 그 뒤로부터 아프기 시작했다.


"엄마, 엄마 다섯 번째 오리가 이상해요. 노란 깃털인데 검은 깃털도 생겼어요."

첫째 오리의 말을 듣고 부랴부랴 엄마 오리는 다섯 번째 오리에게 다가갔다. 노랗던 털에 검은 털이 섞여 있는 모습을 본 엄마는 가슴이 '쿵' 내려앉는 것을 느꼈다.

"다섯 번째 오리야 대체 어딜 갔다 온 거니? 설마 저 검은 물이 있는 곳을 다녀온 거니?"

"엄마, 미안해요. 거기 가면 더 많은 물고기가 있을 거 같았어요."

다섯 번째 오리는 아픔보다 엄마에게 혼날 것을 더 걱정했지만 이것도 잠시 시간이 지날수록 시름시름 앓기 시작했다.

엄마 오리는 저 검은 깃털이 다섯 번째 오리를 아프게 한 거라 생각하여 매일 물로 검은 깃털을 씻기고 물고기를 잡아 주었다.


엄마 오리가 다섯 번째 오리에게 관심이 가 있는 동안 막내 오리는 하늘을 날아다니는 백조를 따라갔다.

날아다니는 백조를 두 발로 쫓아가기에는 무리이기에 하루 동안 자신이 갔던 길을 그다음 날 미리 가서 기다려 백조가 어디로 가는지 확인하는 방법으로 쫓아갔다.

엄마 오리의 관심이 끊기면 스스로 먹이를 구하는 일에 집중하겠지 생각한 다른 오리들은 여전히 먹는 것보다 하늘을 쳐다 보고 이제는 그 백조를 따라다니는 막내 오리를 보고 한숨을 쉬고 보다 못 한 첫째 오리가 한마디 했다.

"넌 대체 물고기 사냥을 하지 않니? 아직도 엄마가 널 챙겨 주길 바라는 거니? 이제는 제발 이곳에 적응 좀 하렴. 쓸데없는 꿈은 깨고."

"첫째 오리는 여기가 좋아? 계속 여기에 살고 싶어? 다섯 번째 오리를 아프게 한 저 검은 물이 있는 이곳에 만족스러워?"

막내의 대답에 첫째는 어이가 없었다. 자신이 태어난 곳이 싫다고 어쩔 것인가? 다른 곳으로 가기라도 할 것인가? 다른 곳도 이곳과 비슷할 건데 왜 굳이 힘들게 다른 곳으로 가야 하는가. 늦게 깨어나더니 머리가 이상해진 것이 분명했다. 이제까지 엄마의 관심을 받고 싶어서 이상한 행동을 한 것이 아니라 정말 이상한 것이라 생각한 첫째 오리는 막내 오리를 안쓰럽게 쳐다봤다.

"우리가 태어난 곳인데 어딜 갈 수 있다는 거니. 그냥 부모님 말씀 잘 듣고 이곳에서 살아가는 방법을 배워 가족을 꾸며야 해."

어느새 첫째와 막내 오리 이야기를 듣고 있는 다른 오리들도 몰려들었다.

첫째 오리의 말에 다들 동갑 하다는 듯이 끄덕이는 모습과 함께.

"제발 정신 좀 차려. 너 때문에 이제까지 엄마, 아빠와 우리들이 얼마나 힘들었는데 이제 그만 좀 걱정 끼치지 말고 적응하도록 노력 좀 해보렴"

막내 오리는 다른 오리들과 생각이 달랐다. 이번에는 다섯 번째 오리가 저 검은 물에 다가가 아팠지만 언젠가 저 검은 물은 우리가 살고 있는 이곳에 순식간에 다가와 우리 모두들 아프게 할 것 같아 이곳을 떠나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도통 어찌해야 이곳을 떠날 방법을 몰라 고민하던 어느 날 평소처럼 하늘을 쳐다보았다.

마침 하늘에는 백조가 날아가고 있었고 저 백조를 따라가면 이곳을 탈출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하늘 가까이에서 세상을 보면 더 많은 것이 보일 듯했지만 자신을 날아다니지 못 하기에 두 발로 열심히 백조들을 며칠 동안 따라다녔던 것이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는지 모르겠다. 끝이 있긴 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저 백조가 가는 곳이 나의 두 발로 가지 못 하는 길이면 어쩌나 하는 절망적인 생각에도 불구하고 막내 오리는 걷고 또 걸었다.

알에서 깨어나 세상이 어둠으로 휩싸일 때 자신을 따뜻하게 품은 엄마 품을 생각했다. 그때의 엄마 품은 따뜻했지만 심장은 슬픔을 가득 채워 뛰고 있었다. 그 슬픔이 나의 어둠보다 더 깊어 세상에 눈을 뜨게 됐다.

막 눈을 떴을 때 아기 오리가 본모습은 엄마 오리의 눈에서 흐르는 눈물과 더 이상 슬픔 대신 기쁨으로 뛰는 심장을 볼 수 있었다. 그 행복한 엄마 오리의 모습이 가슴 깊이 각인되었다.

다섯 번째 오리가 아팠을 때 엄마 오리의 심장은 슬픔으로 가득 찼고 막내 오리는 이곳을 벗어나 저 검은 물이 더 이상 우리에게 오지 않아 위험하지 않으면 엄마 오리와 다른 오리들도 기뻐하지 않을까 오직 그 생각 하나만으로 포기하지 않았다. 적어도 가만히 앉아 저 검은 물이 오기까지 기다리는 것보다 나아 보였으니.


그렇게 얼마나 걸었을까. 시원한 바람이 불면서 상쾌한 공기가 흘려 들어왔다. 마시고 있으면 절로 건강해질 거 같은 느낌. 그리고 그 바람과 향이 나는 곳으로 다가 갈수록 들어보지 못 한 소리들이 들렸다.

말로는 들어봤던 새소리와 물이 떨어지는 소리였다. 소리는 점점 더 커지더니 눈앞에 펼쳐진 광경은 경이로운 장면이었다. 숲 속의 많은 친구들이 위에서 떨어지는 물을 마시면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그곳에는 회색 친구도 검은 물도 없었고 우리가 가지고 있던 근심도 보이지 않았다.

"바로 이곳이야. 앞으로 우리가 살 곳은. 어서 가서 가족에게 알려야겠어. 이제 더 이상 아프지 않아도 돼. 저 검은 물을 무서워하지 않아도 돼."

막내 오리는 부랴부랴 며칠을 왔던 길을 뛰어 집으로 왔다. 신기하게도 저 멀었던 길이 돌아갔을 때는 생각처럼 멀게 느껴지지 않았다. 왜 이렇게 짧은 길을 그동안 힘들게 와야 했는지 생각마저 들었다.

"엄마, 아빠~ 다들 이리로 와봐요. 드디어 우리가 이사 갈 곳을 찾았어요."

며칠 동안 밥 먹는 것도 신경 쓰지 않던 막내가 갑자기 모이라는 소리와 함께 이사 이야기를 했다.

아직도 정신을 차라지 못 한 막내에게 첫째 오리는 화가 났다.

"왜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니. 여기가 우리가 살 곳이라고. 여기 말고 대체 다른 곳이 어디 있단 말이니"

"아니에요. 제가 찾은 곳에는 검은 물이 없어요. 하늘에서 떨어진 투명한 물들로 여러 동물들이 둘러 쌓인 곳으로 정말 바람도 시원하고 물도 깨끗하여 물고기도 많았어요."

"말도 안 돼. 태어나서 그런 곳은 보지도 못 했는데 어디에 있단 말이야?"

여기저기 막내 오리의 말을 믿어주지 않았다. 열심히 물고기 사냥도 하지 않는 막내 오리는 가족과 주변 오리들로부터 신임을 잃어 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무시하고 각자 하던 일로 돌아가려는 그때에 가장 오래된 오리 할아버지의 목소리가 작게 들렸다.

"어쩜 그런 곳이 있을 수도 있지. 어릴 적에 할머니에게 들었던 동화 속에 그런 곳이 있었어. 할머니는 이제는 더 이상 보지 못 하는 그때가 그립다고 하셨거든."

시끌했던 오리들이 조용해졌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정말 그런 곳이 있을까 하는 기대감도 보이지 않게 마음속에서 싹트기 시작했다. 하지만 선뜩 가자고 하는 오리는 아무도 없었다. 확신이 없는 길을 가는 것이 두려웠기 때문이다.

"여보, 애들아 우리 모두 그곳으로 가자. 그곳에 가면 다섯째의 병이 나을 수 있다니 엄마는 그곳으로 가고 싶구나. 너희들의 생각은 어떠니."

조용했던 침묵은 오직 아이를 살리려는 엄마의 의지에 깨졌다. 더 이상 이대로 아이들이 다치고 죽어 가는 것을 볼 수 없었다. 아이가 아프다고 품에 안고 있는 것도 싫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좌절이 다가오는 것을 마주하는 건 지옥과도 같았다. 그럴 바에는 어쩌면 존재하지 않는 곳을 향해 걸어가는 것이 더 희망 적이라고 생각했다. 가족회의를 그렇게 몇 시간에 걸쳐 결론이 났다.


"그러니깐 이 길이 확실한 거야? 잘못 알고 있는 거 아니지?"

벌써 몇 번째 물어보는 질문이다. 한 번에 왔던 길도 아니고 여러 번 반복해서 왔던 길로 쉽게 잊을 수 있는 길이 아니다. 하지만 막내 오리는 이해했다. 자신도 이 길을 갈 때 그런 생각이 들었으니. 내가 가고 있는 길이 정말 맞는 길일까? 길의 끝있을까? 그곳에도 검은 물이 있으면 어쩌지. 확실하지 않은 상황은 많은 두려움을 만들어 가고 있었다.

"응. 확실해. 나 역시 처음에는 스스로에게 많은 걸 물었어. 이 길이 맞는지. 방향이 잘못되거나 그곳에 또 다른 검은 물이 기다리고 있지 않을까? 하지만 이제 조금만 더 가면 돼. 다들 힘내서 조금만 나를 더 믿어줘."

아픈 다섯 번째 오리의 걸음이 느렸기에 생각한 것보다 더 오래 걸려 많은 오리들이 지쳐 가고 있었다.

"이러다 도착하기 전에 다섯 번째 오리가 죽는 거 아니야?"

네 번째 오리가 울면서 말을 했다. 정말과 희망의 교차에 오리들의 마음은 혼란스럽기 그지없었다. 이 불안한 마음을 누가 날려 줄 수 있겠는가?

막내 오리는 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흘리기 시작했다. 자신이 봤던 것은 사실인데 많은 오리들 혼란과 두려움은 자신이 본 것이 어쩌면 착각이 아닐까 하두려움으로 이끌어 갔다. 이 많은 오리들을 위험에 빠지게 한 것이 아닐까 하는 죄책감이 서서히 조여 올 때였다. 상큼한 풀향을 실은 시원한 바람이 코 끝을 스쳐 지나갔다.

"바로 이 바람이에요. 풀향을 가득 실은 바람 여러분도 느껴지죠?"

풀잎 향을 실은 바람에 정신이 번쩍 든 막내 오리는 외쳤다.

그 외침에 모두들 바람 속에 실려온 냄새를 맡아보았다. 검은 물 주변에서 살고 있을 때는 맡을 수 없는 상쾌한 냄새였다. 저절로 바람이 부는 곳으로 가고 싶은 마음이 일어났다.

"정말 동화 속에 있는 곳이 존재하나 봐" 어디서 누군가 외쳤다. 그 말에 오리들은 들뜨기 시작했다.

누가 뭐라 할 것도 없이 바람이 부는 곳으로 뛰기 시작했다. 날갯짓을 해 가면서 숲을 향해 빨리 달려 나갔고 곧이어 그들은 막내가 말한 동화 속의 세상을 마주 할 수 있었다.

모두 믿기지 않을 만큼 가슴이 벅차올랐고 누가 뭐라 할 것도 없이 환호성과 눈물을 흘렸다.

막내 오리의 눈에서도 불안 눈물이 어느새 기쁨과 감격의 눈물로 변해 있었다.

"엄마 이제 우리 모두 여기서 행복하게 살아요."

"고맙구나. 막내야. 네가 우리 모두들 살렸구나. 고맙구나 정말 고마워."

막내 오리를 둘러싼 모든 오리들이 이구동성으로 고맙다며 감사 인사를 했다. 모두들 이런 곳이 있을 거라 생각하지 못했다. 동화 속의 이야기로 생각했고 그런 희망을 쫓는 막내 오리가 이상하게만 보였을 뿐이었다.

막내 오리는 태어나 두 번째로 행복한 모습을 봤다. 그 행복한 모습은 모든 오리들이 웃고 있어 더욱더 가슴이 벅차올랐다.

'힘들지만 새로운 길을 가길 정말 잘했어."

스스로에게 잘한 판단이라고 다독이면서 앞으로도 많은 어려움이 닥칠 것이지만 그때마다 지금의 용기가 자신을 이끌 것이라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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