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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당근의 꿈 Mar 27. 2024

짧은 글로 들여다보는 아버지의 사주

아버지는 태어나기도 전에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 할머니 또한 아버지와 같이 오래 있어주지 못했다. 그렇게 가진 것 없이 태어난 아버지가 유일하게 가진 것은 성실함과 몸뿐이었다. 하지만 이 성실함은 사람들에게 이용당하기 일쑤였다. 주변의 사람들은 아버지의 성실함을 가지고 싶어 했다. 그래서 거절하지 못하는 마음을 이용하여 절벽이 보이는 산에 좋은 나무가 있다며 나무를 해 오라 하였고 힘들게 번 돈마저 요구하였다. 그래도 아버지는 남을 향한 믿음을 버리지 못했고 사람을 미워하지도 못했다. 하지만 아버지도 사람인지라 아무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눈물과 가슴은 아파했다. 그런 아버지에게도 꿈이 있었다. 바로 농부였다. 성실한 아버지는 농부가 되기 위해 해와 함께 일하고 달이 외롭지 않게  해가 뜨기까지 절반의 시간을 함께 보내면서 일했다. 꿈은 아버지를 쉬지 못하는 사람으로 만들었다. 그 결과 아버지는 땅을 매입할 수 있었다. 드디어 꿈에 그리던 농부가 될 수 있었지만 아버지는 그 땅에 아무것도 심지 못 하였다. 그 땅은 아무것도 자랄 수 없는 돌밭이었기 때뮨이다. 아버지가 매입하기 전의 돌밭의 주인은 아버지와 형님 하면서 따르는 사람 있었다. 형님의 집에 궂은일이 있으면 발 벗고 나서서 자신의 일 보다 더 열심히 도와주었는데 그런 아버지에게 이 땅을 비싸게 넘겼다. 조금만 손을 보면 훌륭한 농작물이 자랄 땅이라며 아버지만 가지고 있던 거절 하지 못하는 온기를 이용하여 넘겼던 것이다.  아버지는 그 돌밭을 보고 3일 동안 우셨다. 어릴 적 부모의 정을 못 받아서일까? 남들에게 온기를 느끼고자 자신의 온기를 줬건만 돌아오는 것은 냉기였을 뿐이었다. 처음부터 냉기였으면 그리 울지 않으셨을 것이다. 거친 보리밥이지만 같이 먹으면서 사람의 정을 느끼고 "자네처럼 착하고 성실한 사람은 세상 어디에도 없다"는 말에 따뜻함을 느껴 진심을 담아 자신의 일이 아님에도 열심히 일 했던 아버지에게 돌아온 냉기는 그리 찰 수가 없었다. 그럼에도 아버지는 남을 미워하고 원망하지 않았다. 냉기로도 끊을 수 없는 지독한 온기 었다.


소 달구지의 힘으로도 치워지지 않을 것 같은 땅을 아버지는 매일매일 남의 집 일이 끝나면 돌을 치웠다. 돌을 치우는 데는 아버지의 성실함이 빛을 발휘하였다. 그 많던 돌밭은 손발이 터지도록 옮겼고 물하나 없는 메마른 땅은 허리가 휘도록 물길을 내어 물이 머물 수 있게 만들었다. 그렇게 오랜 시간을 들여 작물을 키울 수 있는 땅으로 만들었다. 사람들이 입으로만 알아주던 아버지의 성실함을 땅은 진정으로 알아주었던 것이다. 아버지는 그런 땅에게 온기를 느꼈다. 쓸모없는 땅이 쓸모 있게 되자 땅을 팔았던 형님이라는 사람이 찾아와 자신이 좋은 땅을 싸게 팔았다면서 생색을 내며 자신의 일을 예전보다 더 열심히 해주기를 말했다. 아버지는 “네.” 하면서 웃었지만 온기를 내준 땅과 한 몸이라도 되듯이 떨어지지 않았다. 사람을 미워하는 것은 아니었다. 다만 척박한 땅에 작물을 심고자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밤 낮 없이 일을 하셨다. 그 바쁜 와중에도 차마 거절하지 못 한 도움을 돕기도 했지만 예전처럼은 도울 수가 없었다. 상처가 부단이 도 많았고 아팠던 것이다.

아버지 덕에 이제는 작물이 자랄 수 있는 땅이 되었지만 워낙에 척박한 땅이었던 지라 비옥한 땅의 작물보다 더디었다. 그런 작물들을 볼 때마다 아버지는 자신의 노력이 부족한  탓인 양 더 열심히 일 하셨다. 뜨거운 한 여름 남들 다 덥다 하소연할 때조차 아버지는 더운 여름날을 원망하지 않았다. 여름은 더워야 여름이고 겨울은 추워야 겨울이라면서 지나가는 바람이 땀을 씻겨 줄 때에는 고마워했다. 조금 쉬면서 하라는 말에도 쉬면 죄가 되는 것처럼 일만 하셨다. 이리 한길만 생각하는 사람이 또 있었을까. 땅에 작물을 키우기 위해 아버지는 인생을 바치셨다. 이제는 젊을 적 모습을 찾아볼 수 없는 아버지의 모습. 애초에 가진 것 없이 태어났기에 고운 얼굴은 아니었겠지만 검게 탄 얼굴과 주름 그리고 더 나이 들어 보이게 하는 반점들 이리 거친 얼굴은 아니었을 거다. 그런 거친 모습을 보고 아버지는 자연에 순응하듯 나이 들면 다 이런 모습이라 하신다. 순리를 거슬린 적이 없는 아버지는 오직 하나의 꿈이 있었는데 그것은 작물을 키우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작물이 바로 우리들이었다는 것은 알게 된 것은 40년의 세월이 지나고서였다. 자신의 휴식에 융통성이 없을 만큼 쉴 새 없이 달려온 아버지의 꿈은 작물을 키우는 농부였다.



당근의 말

남에게 양보만 하고 가족에게는 엄격했던 아버지를 어릴 적에는 쉽게 이해할 수가 없었다. 왜 그리 힘들게 사시는지. 명리를 공부하고 명식을 보자 아버지가 왜 그리 살수 밖에 없었는지 이해할 수 있었고 명식을 볼 때마다 그리고 생각할 때마다 그리 눈물이 났다. 사람을 이해함에 있어서는 명리가 참 많은 도움이 된다.

글을 쓰는 것을 좋아하고 명리 공부를 좋아하는 나는 아빠의 사주를 보고 생각나는 아빠의 인생을 짧게 글로 써 보았다. 한 여름 낮에 돌밭으로 태어난 농부의 길은 쉬지 못함이다. 그리고 그것은 자식들을 키우기 위함이었다. 아버지는 단지 표현을 하지 못하셨다. 우리는 그런 아버지를 쉽게 이해할 수 없었다. 지금도 이해가 가지 않을 때가 더러 있지만 이는 오랜 세울 저 밭에서 살아온 아버지의 습관 때문일 것이다.

명리는 길흉보다 사람의 삶을 들여다보고 이해함이 먼저이다. 그 속에 길흉이 있을 뿐.

사주를 보는 이유는 많겠지만 누가 내 마음을 알아주고 나에게 왜 이러한 일들이 일어나는지 알고 싶어 함이 크지 않을까 한다. 이런 명리의 길도 참 좋은 거 같다.


아버지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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