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역시 사무실에 나가야 하나?
코로나19로 인한 정부의 2.5단계 거리두기 정책으로 난생 처음 재택근무에 돌입했다. 예전에 대학교 때 인강을 들어본 적이 있지만, 그건 애초에 내가 인강 듣기를 신청한 거였고. 그리고 이건 돈을 받고 하는 근무니까 성격이 많이 다른 셈이다.
재택근무! 처음 해 보는 거라 두근거렸다. 집에서 집으로 출근하고, 집에서 집으로 퇴근한다. '일하는 날=출퇴근 대중교통에 시달리는 날'이라는 공식이었기 때문에 생소해서 설렜던 것 같다.
출근
평소에 출근을 위해 8시에 일어났는데 (코로나19로 인해 10-5로 단축근무를 시행하고있었다) 오늘은 9시가 다 돼서 일어났다. 몸이 한없이 가벼웠다. 일하는 날, 처음으로 아침 스트레칭도 했다. 집을 간단히 청소했고 아침을 먹고, 회사 노트북과 일 할 자리를 세팅을 마쳤다. 아, 커피 타는 것도 잊지 않았다. 출근시간 20분 전인 9시 40분에 시프티 어플로 출근을 찍었다. 아침이 너무 산뜻했다. 이게 재택근무인가~ 출근하면 팀원들을 만나야 하는데 고요하게 근무하는 게 신기하고 낯설었다.
하지만 오전부터 팀원들에게서 업무 관련 전화가 왔다..ㅎㅎ 집에 계시는 엄마가 들을 것 같아서 황급히 방문도 닫았다. 간단한 업무 전화라서 힘들 건 없었지만, 갑자기 훅 더워졌다. ^^;;; 에어서큘레이터를 내 방향으로 고정하고 일을 시작했다.
오늘 날짜는 1일이다. 지난달 정산을 월초에 해야해서 바쁜 날이다. 한가한 시기에 재택근무 했다면 좋았을텐데.. 지금은 일이 많은 때라서 재택근무였지만 오전부터 열심히 일을 했다. '사무실 사람들이 내가 이렇게 열심히 일하고 있다는 걸 지켜봐야 했는데. ' 라고 생각하다가 '그래도 팀원들이 눈에 안 보이니까 좋다..'라고 생각을 고쳤다. 나는 팀원들을 다 너무 좋아하는데, 역시 불편한 건 어쩔 수 없나보다.
점심시간
열심히 루틴 업무를 하다 보니까 12시! 점심시간~! 재택근무인데도 사무실에서의 시간을 정확히 지키는 나를 보면서 나만 그런 것인가, 아니면 사람이 습관이 무서운 건가 생각했다. 점심시간에는 식사를 했고 넷플릭스나 유튜브 컨텐츠를 보면서 시간을 떼웠다. 식후 커피도 잊지 않았다! 신기한 건 집에만 있어도 일을 해서인지 피곤하다는 사실이다. 아니면 내가 너무 카페인에 중독돼서 카페인 없이는 아무것도 못 하는 사람이 된 것 일수도...
1시부터 다시 일 시작. 내가 생각해도 난 혼자 있어도 약속을 너무 잘 지킨다. 오후에도 그냥 별생각없이 일에만 집중했다. 사무실의 큰 모니터로 업무 보다가 쬐깐한 노트북 화면을 들여다보고 있자니 거북목이 되는 것 같았다. 아무리 의식해서 고쳐도 계속 숙여지는 내 목... 집에서도 일이 가능하지만, 사무실 만큼의 효율은 안 난다. 그 중 한 이유가 듀얼모니터의 유무다.
퇴근
열심히 일 한 당신, 퇴근해라. 5시가 되었고 나는 집에서 집으로 퇴근했다. 사무실 단톡방에도 퇴근하겠다고 인사했다. 너무 웃겼다. 점심시간 인사, 퇴근시간 인사. 모두가 한 건 아니었지만 몇명은 했다.
퇴근을 하고 보니 좀 허무했다. 사무실에서 일하면 열심히 일하고 퇴근 찍고 문 밖을 나가면 '언제 집에 가지..' 생각도 들었지만 그런 마음보다 훨훨 날아갈 것 같은 기분좋음이 더 컸는데, 집에서 집으로 퇴근하니 뭔가 어정쩡한 느낌이다. 일 할 때도 어중간하게 좋지도 나쁘지도 않고, 퇴근 후에도 좋지도 나쁘지도 않고. 재택근무가 1일차라 적응이 안 돼서 그런가? 아무튼 이 내 감정이 정확하게 어떤 건지 모르겠는데 확실한 것은, 재택근무가 그렇게 뛰어나게 좋은 건 아닌 것 같다.
일시적인 재택근무라면 괜찮겠지만, 계속 재택근무를 하는 건 무리일 것 같다. 만약에 재택근무가 일상화된다면 난 집에 꼭 서재를 만들겠어~! 오늘 침대의 유혹도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다.
아무튼 좋지도 싫지도 않았던, 기분이 어중간한 재택근무 1일차 기록 끝. 일주일 해보고 마음이 바뀌면 또 글 써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