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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abino Jul 04. 2020

세상에 ‘완벽’은 없다

가벼운 걸 무겁게 여기지 않기

 역사 속 수많은 인물은 완벽함을 추구했다. 르네상스 시대의 예술가들은 완벽한 아름다움을 구현할 황금 비율을 발견하길 희구했고, 그리스도교에서는 ‘무엇이든지 남에게 대접받고자 하는 대로 너희도 남에게 대접하라.’는 삶의 지침을 완벽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후세들은 이들의 완벽함에 관한 정의를 일축하고 해체했다. 오늘날 세상에 완벽이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자명한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도 많은 사람이 여전히 완벽을 추구하고 있고 또 좌절하고 있다. 나도 그들 중 하나이다. 

 물론 기록에 남은 역사적 인물들이 추구한 완벽의 무게에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내 완벽은 가볍다. 문제는 내 완벽의 가벼움에서 시작한다. 굳이 역사적 인물과 비교하지 않아도 개인의 삶 안에서 그것은 그렇게 무겁지 않다. 하지만 가벼운 걸 무겁게 생각하면서 비극은 시작되었다.


 완벽을 추구하는 삶에서 강박은 덤으로 주어진다. 분명히 끈 가스 불을 다시 확인하고자 하는 충동이 일고 다 작성한 시험지에 실수가 있을까 봐 두렵다. 그리고 대학에서 프랑스어를 배우고 있는 나는 주로 공부할 때 완벽해야 한다는 강박을 많이 느낀다. 특히 자격증에 관해서 그렇다. 인생의 플랜에서 9월에 열리는 프랑스어 자격증 시험에서 B2를 따지 못하면 계획했던 인생은 완전히 꼬여버리고 실패할 거라는 기분이 들었다. 누구도 이렇게 이야기한 적 없고 사실도 아니지만 내 마음대로 상황을 해석하고 있었다. 지극히 자의적인 해석이 조금 더 꿈에 다가갈 수 있는 수단인 자격증 취득을 마치 합격하지 못하면 실패자가 될 것만 같은 느낌을 주었다. 자신이 정한 목표를 이루는 힘들지만 뜻깊은 경험을 할 수 있는 순간들에 지옥을 경험하게 된 것이다. 이것이 가벼운 걸 무겁게 여긴 결과였다.


 우리의 가벼운 시작에 노력이 더해져 의미 있는 결과를 만든다. 그렇기에 뿌듯함과 성장하고 있다는 사실을 느끼기 위해선 과정에 집중해야 한다. 나는 실제로 프랑스에서 공부하고 또 한국에서 프랑스어 공부를 이어가면서 많은 성장을 경험했다. 하지만 단지 프랑스 정부 기관이 인증한 자격증이 없다고 지금까지 노력을 무시했다. 자격증보다 지금까지 쌓아온 진짜 실력이 중요하다는 점을 간과했다. 나름 최선의 노력을 하고도 적절한 칭찬과 격려를 받지 못한 나는 더 빨리 번아웃을 경험했다.


 또한 목표에 너무 집착해 능력과 한정된 시간에 비해 너무 많은 과제를 부과했다. 그러다 보니 계획한 바를 다 끝내지 못한 채 하루를 마무리하는 날이 많았고 그때마다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다. 계획 10개를 세워 9개를 했으면 하지 못한 1개가 너무 커 보였다. 그리고 과제를 너무 완벽하게 하려고 해서 시간도 오래 걸렸기에 현실적으로 계획한 과제를 다 할 수 없었다. 비현실적이고 실행 불가능한 계획에 매달리니 좌절은 저절로 따라왔다. 


 그렇기에 더 성장하고 행복하려고 시작한 일에 완벽주의와 강박감이 끼어들어 나 목을 조르는 일이 다시 일어나는 걸 방지해야겠다고 결심했다. 그러기 위해선 인간은 실수할 수밖에 없다는 지극히 상투적인 문장을 받아들여야 했다. 그리고 불완전한 존재가 좀 더 나아지기 위해 노력하는 게 의미 있고 아름다운 일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또한 노력하는 과정에서 목표를 이루기 위한 현실 가능한 목표를 세우고, 그 후엔 결과보다는 성장하는 모습에 집중하며 자신을 응원할 것이다. 내가 좀 더 가볍고 즐겁게 앞으로 펼쳐질 수많은 일에 도전했으면 좋겠고 자신이 세운 지극히 주관적인 완벽으로 고통받는 분들이 자신이 실수할 수 있는 존재라는 걸 받아들여 덜 스트레스를 받고 사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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