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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abino Jun 29. 2020

좋아하는 일이 힘들어질 때

내 안의 병아리

 졸음이 쏟아진다. 마음이 간지럽다. 눈꺼풀은 잠에 무겁게 짓눌려 힘든 사투를 벌이고 있지만, 마음속에선 깃털처럼 가벼운 보송한 노란 병아리 한 마리가 몸을 털고 있다. 그 부드러운 솜털이 심장을 쓸었기에 마음은 간지럽다. 그러면 왜 이 밤에 병아리가 태어났을까? 알을 부화하게 만든 그 온기는 어디서 온 것일까?

 이 병아리는 어둠과 빛의 중간에서 부화했다. 사실 모든 병아리는 두 극단 사이에서 태어난다. 너무 빛이 강하면 알은 익거나 타고, 그 반대의 경우라면 차갑게 식어 생의 가능성 자체가 박탈당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내 마음속에서 병아리가 알을 깠다는 사실은 내면이 명암의 팽팽한 긴장감으로 가득 찼음을 의미했다. 

빛과 어둠은 함께 조화를 이룰 때 가장 아름답다!

 우리 내면은 종종 빛으로 가득 채워진다. 사랑을 시작하고, 여행하고, 무언가에 몰두할 때 그렇다. 개인적으론 어떤 일을 시작할 때 느끼는 설렘과 기대감으로 내면이 따뜻해짐을 느낀다. 하지만 언제까지 똑같은 밝기로 온몸을 환희로 가득 채울 수 없다. 시간이 지나면서 빛은 힘을 잃고 어둠이 그 자리에 스며들기 시작한다. 무언 갈 시작할 때 기쁨을 얻는다는 것은 기쁨을 얻기 위해 끊임없이 새로운 결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앞서 적었던 글에서 밝혔다시피 꿈을 이루기 위해 프랑스어 자격증 C1을 따고 소설을 써보겠다는 결심을 했다. 꿈을 위한 도전을 하며 꾸준함과 함께 빛의 밝기가 줄어들었다. 프랑스어 받아쓰기를 하다 보면 발음을 잔뜩 뭉그러트리며 빠르게 말하는 프랑스인들을 만나게 된다. 수십 번을 반복해 듣지만, 또박또박 말하는 것도 간신히 알아듣기에 이런 뭉개진 소리 덩어리를 알아들을 리가 난무하다. 이것 또한 프랑스인들의 말하기 방식이기에 꾸준히 연습하면 언젠간 들릴 것이다. 하지만 기한을 두고 하는 공부이기에 부담감에 머리는 무겁고 가슴은 답답해진다. 소설 쓰기 프로젝트도 마찬가지이다. 내용을 떠올려 봐도 기발한 사건 전개가 떠오르지 않고 인물 설정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어찌 보면 난생처음 해보는 일이기에 당연한 현상이다. 시간을 갖고 습작하고 다독해야 하는데 욕심 많은 나는 그걸 견디지 못하고 부담감에 속이 울렁거린다. 내면세계에서 빛은 그 힘을 잃고 어둠이 득세한다. 알이 차갑게 식어간다. 

프랑스에서 친구들에게 선물하기 위해 삶은 부활절 계란!!

 어둠이 찾아오면 이전의 기록한 것들을 찾아본다. 기록 속의 나는 매일매일 단어와 문장을 외우고, 프랑스 라디오를 듣고 신문을 읽고, 들은 걸 따라 말한다. 또한 매일 소설을 베끼고 책을 읽고 조금씩 쓰고 있었다. 완벽하게 계획을 완수하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매일 계획을 세우고 피드백을 하며 좀 덜 피곤하고 재밌고 효율적인 방법을 찾는다. 대개 일요일 저녁은 이와 같은 피드백하기 최적의 시간이다. 도전과 실패로 점철된 어둠의 시간을 정리하고 다음 주에 다시 이어질 도전을 가다듬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실패로 가득한 이번 주를 다시 살피며 나름의 성취감이란 빛을 추출할 수 있다. 이번 주와 다음 주의 사이 즉 어둠과 밝음의 팽팽한 긴장감 속에 이렇게 추출된 빛을 더하면 내 안에서 알은 부화한다. 그 노란 병아리의 몸짓으로 마음은 다시 간지러워지고 다시 도전할 힘을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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