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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트디부아르, 넌 누구니?

by gabin

사람들은 어떤 존재를 이름이나 별명, 또는 직함 등으로 부른다. 누군갈 부르는 행위는 불리는 대상과 자신의 관계를 드러내기도 하고, 그 존재가 품고 있는 다양한 이야기를 나타내기도 한다. 세상과 자신의 관계와 자신을 둘러싼 수많은 삶의 경험과 생각은 정체성을 구축하는 데 필수적이다. 따라서 명명하는 행위는 한 대상을 독립된 존재로 인정하는 행위이다. 그 대상은 생명체에게만 국한되어 있지 않고, 모두에게 통용된다. 내가 지내고 있는 ‘코트디부아르’에도 말이다. 이곳에서 지내면서 편안함, 화, 슬픔, 즐거움 등 다양한 감정을 느끼며 어느새 코트디부아르와 가까워지자, 이 나라의 이름이 내포하고 있는 넓은 세계가 궁금해졌다. 코트디부아르는 왜 코트디부아르(Côte d’Ivoire)로 불리는 걸까.


먼저, 코트디부아르는 프랑스어로, ‘해안, 연안’이라는 뜻을 가진 Côte(코트), ‘~의’를 뜻하는 de(드), ‘상아’를 의미하는 Ivoire(이부아흐)가 결합한 표현이다. 15세기 유럽인들이 코트디부아르 연안에 도착했다. 그들은 포르투갈인이었다. 이후 16세기엔 네덜란드인들이, 17세기엔 영국인과 프랑스인이 연안에 상륙했다. 프랑스는 코트디부아르 연안 지역의 왕과 여러 지도자와 우호조약을 맺으며 무역을 위한 요새화된 상관을 지었다. 자신들이 소유한 토지를 넓히며 식민 지배 토대를 다지고, 결국 1893년에 코트디부아르를 식민지로 삼는다. 이러한 역사적 배경으로 코트디부아르의 국명은 ‘상아 해안’을 뜻하는 프랑스어이고, 현재까지 프랑스어는 국가가 인정한 유일한 공용어이다.


대서양과 맞닿아있는 코트디부아르


그러면 코트디부아르의 국명은 왜 상아 해안일까? 코트디부아르 연안에 도달한 유럽인들은 종교, 정치 등 다양한 목적을 가지고 있었지만, 가장 중요한 건 원주민들과 상업적 관계를 맺는 것이었다. 코트디부아르엔 상아가 풍부했기에, 노예와 더불어 상아는 교역에 큰 비중을 차지했다. 상아 교역으로 유명해진 연안을 유럽인들은 자신들의 욕망을 잔뜩 담아 상아해안 즉 ‘코트디부아르’로 부르기 시작했다. 국명이 상아해안이기에, 국가를 상징하는 동물은 당연히 코끼리다. 축구팀도 코끼리들(Les Eléphants)로 불린다. 이 코끼리들은 2024년에 열린 아프리카 네이션스컵에서 우승을 거머쥐며 본인만의 이야기를 만들어가며 새로운 독립된 정체성을 형성하고 있다.


코트디부아르의 상징, 코끼리


코트디부아르엔 국가 상징인 코끼리가 얼마나 많이 서식하고 있는지 궁금해졌다. 코트디부아르 산림청 발표(2021년)에 따르면 30년간 코트디부아르 내 코끼리 개체수는 절반으로 감소했다고 한다. 1990년엔 1,100마리였지만 2021년엔 500마리 이하로 떨어진 것이다. 주된 원인은 밀렵과 산림 파괴이다. 현재도 상아는 약재와 장식품으로 사용되는데, 1킬로에 7,000유로에 달하기도 한다. 산림파괴는 주로 인구 증가, 도시화, 카카오 경작지 확대 등의 이유로 발생한다. 카카오 생산지 확대로 1960년 대와 비교했을 때, 90% 산림이 파괴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코트디부아르 카카오 재배는 전 세계 생산량의 45%를 차지하고 있으며, 국내 총생산의 14%를 차지할 정도 중요한 산업이기에 문제 해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산림파괴로 서식지를 잃은 코끼리가 마을로 침입하는 사례가 늘고 있어 코끼리 개체수 확대를 위해선 다양한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이에 정부는 GPS를 이용한 코끼리 떼 추적 및 2030년까지 산림 면적 삼백만 헥타르 늘릴 목표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코트디부아르의 국명이 내포하고 있는 의미를 들여다보았다. 프랑스어로 상아해안이라고 불리는 외부에서 주입된 정체성을 발견했고, 코끼리를 국가 상징으로 여기며 자신만의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가고 있는 모습도 엿볼 수 있었다. 우리 모두 타인의 욕망이 담긴 명칭으로 불리지만, 이를 기반으로 자신만의 정체성을 형성해 가듯 말이다. 그리고 '상아'를 통해 현재 코트디부아르가 직면한 경제성장과 환경문제 간의 균형 문제를 확인할 수 있었다. 아비장을 벗어나면 창밖에 펼쳐진 푸르름이 상당 부분 단일 상품작물을 경작하는 플랜테이션이라는 사실도 깨달았다. 여전히 코트디부아르의 복잡한 현실을 온전히 이해하지는 못하지만, 코트디부아르가 왜 코트디부아르로 불리는지 알아보면서 한 사회 모습을 조금 더 다방면으로 알 수 있었다.


창 밖에 보이는 기름야자 플랜테이션


참고자료

https://www.gouv.ci/_histoire.php

https://www.lemonde.fr/afrique/article/2021/04/29/les-elephants-emblemes-de-la-cote-d-ivoire-en-voie-d-extinction_6078466_3212.html

https://www.lemonde.fr/planete/article/2024/03/25/les-derniers-elephants-de-cote-d-ivoire-adules-mais-mal-proteges_6224030_3244.html

https://www.rfi.fr/fr/afrique/20210502-c%C3%B4te-d-ivoire-les-%C3%A9l%C3%A9phants-plus-que-jamais-menac%C3%A9s-d-extinction

https://www.liberation.fr/debats/2016/03/20/les-traites-aux-origines-de-la-colonisation-de-la-cote-d-ivoire-1843-1893_1816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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