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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국경없는의사회 May 31. 2021

방글라데시:"로힝야 난민 캠프의 현재 상황을 전합니다"

송경아 국경없는의사회 활동가의 현장 이야기


방글라데시 콕스바자르에서 간호 매니저(Nursing Activity Manager)로 활동하고 있는 송경아 국경없는의사회 활동가 (왼쪽에서 두번째). ©KyungAh Song/MS
안녕하세요? 국경없는의사회 구호활동가 송경아 간호사입니다. 

저는 현재 방글라데시 콕스바자르라는 곳에서 간호 매니저(Nursing Activity Manager)로 활동하고 있는데요. 이곳은 90만 명 에 가까운 로힝야 난민이 거주하고 있는 ‘세계 최대의 난민 캠프’로 잘 알려진 지역이기도 합니다. 저는 이곳에서 국경없는의사회가 운영하는 2차 병원에서 일하고 있어요. 


방글라데시 남동부 콕스바자르의 로힝야 난민 캠프. ©Hasnat Sohan/MSF 








콕스바자르는 어떤 곳인가요? 현재 상황은 어떤가요?


아시다시피 콕스바자르는 미얀마에서 피난 온 90만 명의 로힝야 난민이 거주하고 있는 지역입니다. 대규모 난민 캠프가 자리잡고 있지만, 이곳에는 기존 방글라데시 현지 주민도 함께 섞여 살고 있어요. 우리 병원을 찾는 환자의 비율도 로힝야 난민이 반, 방글라데시 주민이 반 정도 됩니다.  방글라데시 주민들도 의료 서비스가 부족한 건 마찬가지입니다.  


코로나19로 상황은 더욱 악화되었습니다. 현재 로힝야 난민 캠프 안에서 코로나19 환자가 급증하면서 전면적인 봉쇄가 결정되었다고 합니다. 사실 의료 서비스 접근성의 관점에서는 우려가 되는 부분인데, 우리 병원도 캠프 외부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이동이 제한되면 의료 서비스가 필요한 난민이 제때 치료를 받기 어려워질 위험도 있는 것이죠. 지금은 병원에서 일하는 직원들조차 캠프 밖으로 나오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합니다. 적절한 코로나19 확산 방지 조치가 이루어져야 하겠지만, 긴급한 의료 서비스 접근성까지 가로막히는 것이 우려되는 상황입니다. 


코로나19 때문이 아니더라도 캠프 주변으로는 계속해서 철조망 펜스를 치는 작업이 진행 중인데요, 캠프 내 보안 통제를 위한 목적입니다. 캠프 내부의 보안 상황이 좋지 않으면, 캠프 밖으로 이동이 제한되곤 합니다. 이것도 의료 서비스 접근성에 큰 영향을 끼치는데, 실제로 우리 병원에도 평소에 100명 의 환자가 오다가 캠프 내부에서 보안 상황이 악화되면 10명 내외로 갑자기 줄기도 해요. 그만큼 병원에 와야 할 환자가 못 오고 있다는 의미죠. 


송경아 활동가가 촬영한 콕스바자르 로힝야 난민 캠프의 모습. ©KyungAh Song/MSF




2018년 4월에 개소한 콕스바자르의 국경없는의사회 병원. 이 병원은 콕스바자르의 몇 안 되는 2차 의료 시설 중 하나이다. ©Pau Miranda/MSF


몇달 전 난민 캠프에서 대규모 화재가 일어났었는데요. 피해 상황은 어땠나요?


제가 활동하는 곳은 화재가 난 캠프와는 거리가 있어서 우리 병원에 직접적인 피해가 있진 않았어요. 하지만 그날 2시부터 캠프에 화재가 났다고 전해 들어서 우리 병원에서도 대량 사상자 대응 계획(Mass Casualty Plan)을 발동하고 대기하고 있었죠. 다행히 대량 환자는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화재가 난 구역에 있는 다른 국경없는의사회 병원은 피해를 입어서 환자가 다른 병원으로 이송되어야 했어요. 화재로 거처를 잃은 난민들은 다른 구역으로 이동해 거처나 식량 등을 제공 받았고요. 국경없는의사회에서도 비식량 구호품(Non-Food Item)를 보급하기도 했어요. 다행히 여러 비정부기구(NGO)에서 발빠르게 지원이 이루어졌습니다.   


지난 3월 로힝야 난민 캠프에서 화재가 발생하며 수 천명의 난민이 거처를 잃었다. 최근 코로나19를 비롯해 여러 요인으로 난민 캠프의 생활 환경은 더욱 열악해지고 있다. ©Pau Miranda





 



난민 캠프 화재 발생 당시 송경아 활동가가 찍은 사진. ©KyungAh Song/MSF





 




병원을 찾는 환자 중에는 어떤 환자가 많나요?


제가 일하는 곳은 여성∙아동 병원이라 산부인과와 소아과가 주요 진료 분야예요.  난민 캠프 내 신생아 집중치료실이 있는 유일한 병원이기도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집중치료가 필요한 소아 환자의 경우 캠프 전역에서 환자가 옵니다. 100병상 정도의 규모이고, 300 여명의 스탭이 일하고 있어요. 폐렴이나 세기관지염(허파꽈리에 염증이 생겨 호흡곤란을 일으키는 질환) 환자가 많아요. 대부분 아동 환자이고요. 뇌염이나 영양실조 환자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뇌수막염이 있는 한 살 된 로힝야 난민 가정의 아기가 병원에 온 적이 있어요. 4-5일 동안 계속 경련을 일으켰는데, 폐렴까지 생긴 상황이었죠. 알고보니 탈장이 진행이 되어 폐를 누르고 있던 상황이었는데요. 로힝야 난민의 경우 의료 서비스에 대한 인식이 없어 치료 의지가 부족한 경우도 많은데, 다행히 아이의  엄마가 치료에 적극적이었어요. 탈장은 수술적 치료가 필요한데 우리 병원은 지원하지 않아서 수술이 가능한 다른 지역의 병원으로 급히 이송했던 기억이 납니다. 



이곳은 교통사고도 빈번히 일어나는 편이에요. 도로 사정도 좋지 않을 뿐더러, 면허가 필요 없는 ‘툭툭(삼륜 오토바이 택시)’은 아이들도 운전을 할 수 있어서 교통사고의 위험이 큰 것이 원인인 것 같아요. 


제가 이곳에서 활동을 시작한 지 일주일만에 교통사고가 발생해 아동 2명을
포함해 환자 6명이 한 번에 유입되기도 했죠. 

 

난민 캠프에서 활동하면서 어려운 점은 어떤 것이 있나요? 


가장 어려운 점 중에 하나는 로힝야 난민들이 의료 서비스에 대한 인식이 매우 부족하다는 점이에요. 로힝야 사람들은 미얀마에 있을 때부터 기본적인 서비스에서 배제되어 왔기 때문에 병원에서 치료 받은 적이 거의 없어요. 그렇기 때문에 아플 때 병원을 찾아야 한다는 인식이 전혀 없고, 병원에서 제공하는 의료 서비스를 생소해 하는 경우가 많아요.


예를 들어서, 급박한 상황에서 심폐소생술을 해야 하는데 이에 대해 거부감을 갖는 경우도 있고, 산소 치료를 위해서 코에 튜브를 삽입하는 것도 환자의 상태를 더 악화시킨다고 오해할 정도로 전반적인 의료 활동에 대한 인식이 떨어집니다. 


그리고 이곳 문화가 매우 남성중심적이라 여성들이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요. 한 번은 폐렴이 있는 아동 환자가 입원해 있었는데, 계속 치료가 필요한 상황인데도 아이의 엄마는 남편 때문에 집에 가야한다고 하는 상황이었죠. 의료진은 치료를 중단하면 아이의 상태가 악화될 거라고 계속해서 설명하고 치료를 지속할 것을 설득했지만, 아이의 엄마는 완강하게 치료를 중단해도 좋으니 남편에게 돌아가야 한다고 해서 안타까운 상황이 됐었죠. 


송경아 활동가가 촬영한 콕스바자르 로힝야 난민 캠프의 모습. ©KyungAh Song/MSF


난민 캠프에는 어떤 지원이 가장 필요한가요?


사실 세계 최대 규모의 난민 캠프인 만큼 이 곳에는 전 세계의 많은 국제 기구와 인도주의 단체(NGO)가 모여있어요. 정말 많은 물자 지원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그만큼 중요한 것은 로힝야 난민의 인식을 개선하는 일인 것 같아요.

앞서 언급했듯이 치료가 필요한 상태에도 병원을 찾지 않는 경우도 많고, 지속적으로 치료받아야 하는 상황인데 치료를 임의 중단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아무리 병원에 있으라고 설득해도 치료를 중단하고 떠났다가 며칠 후 더욱 악화된 상태도 돌아오는 경우도 허다 합니다.


난민에게 주어지는 정보도 제한적이다보니 병원을 둘러싼 근거 없는 소문이 돌기도 합니다. 그러면 난민들은 사회적 낙인이 두려워 병원을 찾는 걸 두려워하게 되죠. 코로나19 때문에 상황은 더욱 심각해졌습니다. 사회적으로 차별 받거나 격리 되는 것이 두려워 검사를 거부하는 난민이 많았죠. 


비위생적이고 열악한 환경에서 위험하게 출산하는 임산부도 아직 많아요. 그렇다보니 출산 과정 중 문제가 발생해 뇌성마비가 생기거나 영양실조로 인한 발달장애가  생긴 경우, 심장 기형이 생긴 경우의 소아 환자를 자주 봐요. 병원에서 안전하게 분만해야 한다는 인식이 전반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무엇보다 난민들에게 우선 국경없는의사회의 존재를 알리고, 환자가 제때 병원을 찾아 적절한 의료 서비스를 끝까지 받을 수 있도록 인식을 개선하는 것이 급선무라 할 수 있습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보건증진 활동을 통해서 난민 지역사회와 관계를 쌓고 인식 제고를 위한 활동을 진행하고 있어요. 


로힝야 난민들은 3년 넘게 열악한 난민 캠프에서 힘겨운 생활을 이어가고 있고, 코로나19와 최근 캠프 내 고조된 갈등으로 상황은 더욱 악화되어가고 있습니다. 국제 사회가 로힝야 난민을 잊지 않고, 장기적인 해결책이 마련될 수 있도록 관심과 지원이 이어지길 바라는 마음 입니다.  


콕스바자르에서 활동하고 있는 국경없는의사회 팀. ©KyungAh Song/MS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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