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가락 예열 중. 너에게 달렸다. 클릭을 담당하는 손가락이 뜨거워지는 듯하다.
남은 시간
00:15
00:03
00:01
열렸다.
방탄소년단(나는 BTS보다 방탄이 입에 붙는 고인물 아미다) 4년 만의 완전체 공연 일정이 발표되었다.
팬클럽 아미를 대상으로 하는 선예매 때는 무려 16만 대부터 시작했었다.
저녁 8시에 열린 선예매를 어제는 회식에서 가면을 쓰느라 제시간에 못 들어간 것이다. 회식이 끝나자마자 들어가니 대기인원 16만 대. 그때부터 1만에 근접할 때까지 잘 버텼지만 밤 12시 정각이 되자 종료 메시지가 뜨면서 허무하게 끝나버렸다.
마음은 짜게 식었고, 억울함에 눈가가 시큰하다.
아침에 출근하니 군청 아미들은 나 빼고 모두 성공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역시 어제의 회식은 가지 말았어야 했다. 면장님의 블랙리스트에 오르는 한이 있더라도. 깊은 후회로 뒤통수가 서늘해진다.
같은 시간인 저녁 8시 오늘은 ‘일반 예매’가 열린다. 마지막 기회다.
성공한 군청 아미- 에미들이 퇴근 전 메시지를 보내왔다.
“꼭 성공해라.”
그녀들의 응원과 압박에 다시 뜨거운 결의를 다져본다. 부담과 기대를 안고 30분 전부터 로그인을 하고 대기했다. 나중을 위해 간편결제가 잘 되는지도 다시 확인했다.
'예매하기' 버튼이 열리자마자 눈앞에 뜬 나의 대기 순서는 3만 5천 대.
오, 양호해.
어제 16만 대에서 시작했다가 결국 종료된 걸 생각하면, 내 앞에 줄 선 3만 5천 명은 까짓거 거뜬해 보인다. 전의를 가다듬자, 마음에 다시 불이 붙는다.
방심하면 안 된다. 한눈팔면 안 된다. 처음에는 모르고, 꽤 오래 걸리겠네, 하며 카톡과 SNS를 열었었다. 다시 돌아오니 내 대기 자리는 없었다. 대기 화면을 방치해서도 안 된다. 수시로 화면을 터치함으로써 계속 켜져 있게 유지해야 한다. 연탄불이 꺼지면 잔열 없이 빠르게 식듯, 폰 화면도 꺼지면 얄짤없다.
대기 줄에서 빠져 맨 뒤로 가서 다시 줄 서야 한다.
1만 대로, 1천 대로, 1백 대로 줄더니 30, 1,..
한 시간 반 만에 드디어 예매 화면이 열렸다. 후끈 달아오른다. 자세를 고쳐 앉았다. 날짜를 먼저 찍었다. 공연장 좌석 구성이 보이고 좌석을 고르게 되어 있다.
그런데. 뭥미. 이거 맞아?
잔여 좌석이 하나도 없다. 아무리 뒤져봐도 마찬가지다.
으아아...
끓는 슬픔의 부작용처럼 뜨거운 욕이 명치께를 맴돌고, 영혼이 스스르 몸을 빠져나가는 서늘함이 뒤따른다.
엇. 가만있어 보자. 월드투어 일정이 일 년 치가 나왔던데.
경쟁률 좀 약한 곳이 어디...
오랜 아미의 애정과 열정이 이리 쉽게 식을 리 없다. 그러려면 머리는 아직 차가워야 한다.
총기를 가다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