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을 집어치웠을 때

<도파민 가족> 독자의 참된 자세

by 나들

<도파민 가족>을 읽던 어느 주말.

'탈 도파민의 날'에 도전해 보았다. 스마트폰은 엊다 갖다 치웠다.


엊저녁부터 읽기 시작한 책을 펼쳤다.

문장을 곱씹고 의미를 쌓으며 읽고, 중간중간 공감하거나 붙잡고 싶은 구절에서는 오래 멈추어 생각했다. 그걸 메모지에 펜으로 깨알같이 남겼다.


식탁에 앉아 책에 몰두한 엄마 옆으로 하나 둘 모여든다. 저들끼리 옆에서 보드게임을 하며 종알종알 깔깔거린다. 남편이 합류하고, 사춘기 소녀까지 방에서 나왔다.

모처럼 소녀가 웃는다. 누나가 웃으니 동생들도 더 신이 났다.





주말 한 끼쯤은 외식이나 배달 음식에 기대기도 하는데, 이날따라 한 끼도 의지하지 않았다. 재료를 다듬고 기다리는 요리의 과정을 어쩌다 세 끼나 감수한 날이었다.


알고리즘이 띄워주는 내 취향의 영상을 재생하고 귀에 이어폰을 꽂고 요리했던 행동을 오늘은 참아보기로 했다. 대신 라디오를 틀었다. 블루투스 스피커로 연결된 라디오에서는 클래식, 최신 가요, 팝송이 시간마다 달리하여 흘러나왔다. 잔잔한 라디오 소리를 배경으로 놀고 있는 아이들에게 나는 조미료처럼 한마디씩 보탰다.

내 신소리들이 먹힌 걸까, 아이들이 엄마를 보고 더 많이 얘기하고 더 많이 웃는다.

재료가 익혀지고 조리되는 냄새에 출출한 아이들이 쪼르르 몰려와 재잘댄다.

“와! 오늘 뭐예요?”

“음~ 맛있는 냄새!”

야채를 썰거나 팬 안의 음식을 뒤적이며 요리를 돕는다.

마냥 위험하게만 생각했었는데 키가 언제 이렇게 컸대. 요리를 돕는 손도 야무지네.

이어폰을 꼽고 있을 때는 귀만 아니라 마음도 닫혔던 걸까.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새삼스럽게 눈에 들어온다.


오래 정성 들여 한 이날 세 끼는 한 끼는 내가 먹어도 맛있었고, 한 끼는 그런대로 괜찮았으며, 한 끼는 아쉬웠는데 그에 대해서도 평가 아닌 이야깃거리가 되었다. 어플로 주문 결제까지 순식간에 이루어진 후에 봉다리 속의 결과물로 나타나는 배달음식-외식도 마찬가지-과 달리 엄마가 서툴지만 직접 그러고(!) 있는 과정을 본 가족들은 별 세 개 같은 간단한 평가를 내릴 수 없다.

“이거 뭐 뭐 들어간 거야?”

“맞춰봐!”

엄마 아빠의 대화에 아이들이 가세하며 갑자기 가족오락관이 된다.

“양파!”

“정답입니다! 또?”

“버섯!”

“무슨 버섯~~”


아무래도 나의 탈도파민에 제일 좋아하는 건 아이들인 것 같다.

아니지. 고개 들어 아이들과 눈을 맞추고 마주한 나 자신이야말로 스마트폰 없이 충만해진 개이득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