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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유쾌한씨 Jun 14. 2024

전력 질주를 해야 할 때가 있다

경주에 출전한 경주마처럼 앞만 보고 전력 질주를 해야 할 때가 있다.

옆을 보거나, 뒤를 돌아보다가 타야 할 버스를 바로 앞에서 놓칠 수 있다.


버스 어플을 켰다.


'10분 남았네? 이것만 정리하고 나가자!'


침실 화장대 위에 어질러져 있는 화장품과 드라이기를 원위치에 놓았다.

침대 위에 있는 에코백을 어깨에 메고 핸드폰을 손에 쥔 채 집을 나섰다.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고 버스 어플을 확인했다.

버스 도착 5분 50초 전.

엘리베이터는 3층에 멈추더니 1층에 멈추고 지하 1층에 멈췄다.

버스 도착 4분 30초 전.

비상계단 문을 열어 17층에서부터 계단으로 뛰어 내려갔다.

두 달 전에도 비슷한 경험을 했었다.

그때는 엘리베이터에 미련을 못 버리고 계단을 내려가다 비상계단 문을 열어 엘리베이터가 몇 층에 있는지 보느라, 어플로 버스 위치를 확인하느라 버스를 눈앞에서 놓쳤다.

오늘은 똑같은 실수를 하지 않으려고 계단과 발만 보고 뛰어 내려갔다.

다리가 아파 오기 시작했다.

호흡도 가빠졌다.

멈추지 않고 계단을 뛰어 내려갔다.

1층 비상계단 문을 열고 공동현관 문을 지나 버스 정류장까지 전력 질주를 했다.

파란 버스가 정류장을 향해 들어오고 있었다.

헉헉대며 버스 계단에 올라탔다.

'삑' 버스 카드 단말기 소리가 경쾌하게 들렸다.

의자에 앉아 숨을 골랐다.

겨드랑이와 등에 땀이 나 시큼한 에어컨 냄새가 반가웠다.


양 입꼬리가 올라간 얼굴로 버스 창문 밖으로 보이는 파란 하늘과 초록 나뭇잎이 무성한 가로수들을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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