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이 단톡방에 홍시 그림을 찍은 사진을 공유했다. 그림을 어찌나 잘 그렸는지 나는 그것을 보자마자 입맛을 다셨다. 그렇지 않아도 며칠 전부터 홍시가 땡겼는데 사진으로 보니 미치도록 먹고 싶어졌다. 나는 병이 있다. 먹고 싶은 음식이 있으면 먹어야 낫는 병.
다음 날, 과일 가게를 갔다. 연시만 있고 홍시는 없었다.
“사장님, 홍시 주세요.”
사장님은 연시라고 쓰여 있는 곳에서 투명 플라스틱 한 팩을 꺼냈다.
“연시가 홍시예요?”
“네.”
그랬다. 나는 연시가 홍시인지도 모를 정도로 홍시를 좋아하지 않았다. 그런데 갑자기 홍시가 땡겼다. 나이가 들었다는... 아닐 것이다. 절대로.
집에 오자마자 홍시를 냉장고에 넣었다. 차갑게 먹으면 더 맛있을 것 같았다. 한 시간 뒤 냉장고에서 홍시를 하나 꺼내 꼭지를 떼어내고 껍질을 벗겼다. 꼭지를 떼어낸 부분에 양쪽 엄지손가락을 넣어 홍시를 반으로 갈랐다. 그것을 또 반으로 갈라 입에 쏙 넣었다. 달콤한 맛이 입안에 가득 퍼진 다음 사르르 녹았다.
“이거 왜 이렇게 맛있는 거야?”
손과 입술 주변에 홍시가 묻어 남이 봤을 땐 추하겠지만, 뭐 어때. 맛있으면 장땡이다. 손이랑 입 주변을 물로 닦고 냉장고 문을 또 열었다. 홍시를 꺼내 꼭지를 떼어냈다. 그렇게 연달아서 두 개를 먹었다. 마음 같아서는 더 먹고 싶었지만, 홍시를 많이 먹으면 변비에 걸릴 수 있다고 들어서 하루에 두 개씩만 먹기로 했다. 올해는 감색 개량 한복 입은 아저씨를 보자마자 군침이 돌 정도로 홍시에 푹 빠져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