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댁에서 점심을 먹었다. 상 위에 먹음직하게 놓여 있는 물미역 무침이 눈에 들어왔다. 나는 젓가락으로 물미역 무침을 집어먹으며 몇 주 전에 어머니에게 했던 말이 떠올랐다. 어머니의 표정도.
“어머니, 최근에 주신 물미역 무침 맛이 다르던데요?”
“아, 달지? 미림이 식초인 줄 알고 넣었지 뭐야. 나이가 드니까 그런 실수를 하네.”
자신의 음식에 대한 자부심을 가졌던 어머니의 표정에는 의기소침한 빛이 역력했다. 그 표정을 보자마자 나는 괜히 말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그 말 때문에 이번에는 물미역 무침을 안 주셨나?’
물미역 무침을 먹으며 “맛있다, 맛있다.”라고 큰소리로 말했다. 전에는 이렇게 말하면 어머니는 많이 먹어, 라고 말하거나 반찬을 내 쪽으로 밀어 주었는데 오늘은 아무 말이 없었다. 어머니가 만든 반찬을 전부 다 주었던 것도 아니고 어머니는 그때 그 일을 잊어버렸을 수도 있다. 나 혼자 신경이 쓰이기 시작했다.
저녁 먹을 시간이 되자 어머니는 콩나물을 무쳤다. 옆에 있던 나에게 간을 보라고 했다. 살짝 짜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나는 “괜찮은데요?”라고 말했다. 어머니는 콩나물무침을 손가락으로 집어먹더니 고개를 갸웃거렸다. 나도 모르게 긴장이 되었다.
나는 잰걸음으로 거실에서 잠을 자고 있는 남편에게로 갔다. 다급한 목소리로 간을 봐 달라고 말했다. 아무것도 모르는 남편은 잠을 깨웠다고 짜증을 냈다. 나 같았어도 고까짓 일로 단잠을 깨웠으면 짜증을 냈을 것이다.
어머니 “아휴, 허리가 너무 아파.”
나 “쉬세요. 제가 뒷정리할게요.”
어머니는 허리를 주먹으로 두드리며 거실로 갔다. 콩나물을 무쳤던 볼을 설거지하다가 전에 반찬 투정을 하던 남편에게 포효하듯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그냥 주는 대로 먹어!”
앞으로는 어머니가 만든 음식이 입맛에 맞지 않더라도 군말 없이 먹어야겠다는 마음이 일었다. 문득 어머니가 만든 음식을 먹을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생각도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