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부터 제사를 지내지 않고 명절이 되면 성묘만 갔다. 칠순을 넘긴 노쇠한 어머니와 요리 초보자인 내가 제사 음식을 장만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었다.
작년 추석에 산비탈에 있는 산소에 올라가는 것도 힘들어하는 어머니를 보고 남편은 제사를 다시 지내자고 했다.
어머니 “제사 지내려면 이것저것 해야 하는데...”
남편 “간단하게 지내요.”
망가져서 버렸던 상을 마트에서 샀다. 음식은 제기 대신 접시에 놓기로 했다. 나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제사상에 접시를 올리다니.
설날 아침, 어머니는 허리와 다리가 아프다고 하고 남편은 뒷골이 당긴다고 했다. 나도 허리가 아팠다. 아직 제사상도 차리기 전인데 걱정이 되었다.
전날과 새벽에 만든 음식으로 제사상을 차리고 향을 피웠다. 제사상은 내가 상상한 것보다 제법 그럴싸했다. 남편이 함께 절하자고 해서 나도 절을 했다. 마음속으로 소원을 빌며. 오랜만에 제사상을 차려서 그런지 명절 같은 명절을 보내는 것 같았다.
나는 설거지를 마치고 거실로 향했다. 몸이 안 좋았던 어머니와 남편은 코를 골며 자고 있었다. 나는 바닥에 대자로 누웠다. 허리는 쑤셨지만 마음은 개운했다. TV를 보다가 소르르 잠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