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댁에 윷놀이 세트를 챙겨 갔지만

by 정유쾌한ㅅㅅㅣ

설 연휴 전날 시댁에 가져갈 짐을 쌌다. 고민하다가 가방에 윷놀이 세트를 넣었다. 명절 때 시댁에 가면 TV만 보다가 집에 오는 것 같아서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시댁에 윷놀이 세트를 챙겨 간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결혼하고 처음 맞는 명절에 시어머니, 남편과 나 이렇게 셋이서 윷놀이를 했다. 그때 누가 이겼는지는 기억이 안 나지만 웃음소리는 아직도 귓가에 맴돈다.


연휴 첫째 날, 저녁을 먹고 안방에서 TV를 보던 남편은 잠이 들었다. 어머니와 나는 거실에서 TV를 봤다. 윷놀이의 ‘윷’자도 꺼내지 못하고 또 저녁 내내 TV를 보며 시간을 보냈다. 다음 날에는 윷놀이를 하자는 말을 꺼내기가 왠지 쑥스러웠다.


연휴 마지막 날에는 남편과 함께 친정에 갔다. 나는 오빠네 집에서 하루를 묵은 엄마에게 물었다.


나 “엄마, 오빠네 집에서 뭐 했어요?”

엄마 “뭐 하긴. 저녁 먹고 텔레비전만 봤지. 윷놀이도 안 하니까 명절 같지가 않더라고. 너는 어머니랑 뭐 했어?”

나 “나도 TV만 봤죠, 뭐. 그럼 우리 밥 먹고 오랜만에 윷놀이할까요? 오천 원 내기 어때요?”


엄마는 긍정의 뜻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윷놀이에 굶주린 사람처럼 엄마는 낡은 윷을 꺼내 왔다. 바둑알과 엄마가 직접 그린 말판과 함께. 나는 웃음이 터졌다.


셋이 거실에 모여 앉아 윷놀이를 했다. 내리 두 판을 이긴 엄마의 손에 이만 원을 쥐어 주었다.


나 “오랜만에 윷놀이 하니까 재밌네!”

엄마 “돈을 돌려주고 싶은데...”

나 “그럼, 앞으로 윷놀이 안 할 거예요!”


엄마는 못 이기는 척하고 돈을 챙겼다. 미소를 지으며.


엄마와 윷놀이를 하자는 나에게 뭔 윷놀이냐, 하기 싫다는 둥. 군말 없이 윷놀이를 함께해 준 남편이 고맙기도 하고 미안한 마음도 들었다. 뭐 그리 어려운 일이라고 그동안 시댁에서는 윷놀이를 하지 않았을까.


집으로 가는 차 안에서 남편에게 물었다.


나 “자기야, 어머니한테 윷놀이하자고 했으면 좋아하셨을까?”

남편 “그럼.”


못내 아쉬웠던 나는 입맛을 다시며 차창 밖을 내다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