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하늘에 노을이 붉게 물들어 있다. 숙소로 돌아와 샤워를 했다. 래쉬가드와 속옷을 한국에서 챙겨 온 빨랫비누를 써서 손빨래했다. 한국에서 속옷을 세탁기로 빨래하는 나는 세탁기의 소중함을 새삼 깨달았다.
저녁을 먹기 위해 숙소에서 도보로 1분 거리에 있는 소나시 야시장(Sonasea Night Market)으로 갔다. 배가 너무 고파서 먼저 식사하고 야시장을 구경하기로 했다.
야외 테이블에서 해산물을 먹는 사람들을 보자마자 남편은 여기에서 먹자고 했다. 나는 낭만적인 느낌을 주는 전구들이 마음에 들었다. 나중에 계산할 때 알게 되었는데 식당 이름이 미스터 씨푸드(Mr. Seafood)였다.
우리는 오징어튀김, 싱가포르 소스 새우를 주문했다. 볶음밥과 모닝글로리를 서비스로 주었다. 보라카이에서 맛있게 먹었던 모닝글로리를 오랜만에 보니 반가웠다. 호기심에 이끌려 남편이 주문한 일명 ‘할아버지 맥주’로 불리는 드래프트 비어 푸꾸옥(Draft beer Phu Quoc)을 단숨에 들이켰다. 목 넘김이 좋고 해산물 요리와 잘 어울렸다.
일회용 장갑을 양손에 끼고 싱가포르 소스 새우의 소스를 입에 묻히며 먹는 우리가 신기했는지 옆 테이블에 앉은 외국인 부부가 힐끗 쳐다보는 것이 느껴졌다. 외국인 부부가 먹는 킹크랩이 맛있어 보여 흘깃 보다가 눈이 마주친 우리는 배시시 웃었다. 마음 같아서는 음식을 나눠 먹자고 하고 싶었다.
야시장을 구경하고 숙소로 가는 길에 있는 크리스마스트리가 눈에 들어왔다. 크리스마스트리도 한여름에 거리에 울려 퍼지는 캐럴도 어색했다. 나는 아직 크리스마스를 맞을 마음의 준비가 안 되어 있었다. 집안의 경제 사정도 좋지 않았을 뿐더러 내가 운영하고 있는 공부방에서 한 달 사이에 세 명의 학생이 그만두었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해제로 시국이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을 정도로 불안스러웠다. 색색의 꼬마전구들이 깜박이는 크리스마스트리를 그냥 지나쳤다.
우리 다음 글에서도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