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 조식을 4일 동안 먹다 보니 슬슬 지겨워지기 시작했다.
한국에서부터 조식 조식 노래를 부르던 남편도 이제 지겨워졌나 보다.
어제까지는 음식을 접시에 남산만큼 담았던 그가 오늘은 뒷동산만큼 담았다.
내일 아침에는 한국에서 챙겨 온 컵라면을 식당에 가져가 조식으로 나오는 김치와 함께 먹기로 했다.
캐리어에 어머니와 엄마 드리려고 구매한 건망고와 바나나칩 과자를 넣으려면 오늘부터 필요 없는 짐을 최대한 줄여야 한다.
컵라면을 4개나 챙겨 왔으니 부지런히 먹어야겠다.
입국하는 날 남편의 잔소리를 1절만 들으려면 한 번도 사용하지 않은 물건들을 오늘부터 보여주기식으로 사용해야 한다.
곱슬머리 필수품 고데기, 두 벌이나 챙겨 온 청바지(더워서 아직 한 번도 안 입었다), 드라마를 보려고 챙겨 온 패드, 루미큐브, 블루투스 키보드, 삼각대, 하늘하늘한 원피스, 양말…
너무 많아서 마음이 조급해지기 시작했다.
어제는 무계획으로 여유를 즐겼다면 오늘은 계획으로 가득 찬 하루다.
오전에는 화이트 비치에서 시크릿 비치까지 산책하기로 했다.
점심은 타코를 포장해 비치에 앉아 바다를 바라보며 먹기로 했다.
정오쯤에 호텔로 돌아와 수영장에서 개구리 수영을 연습하고, 5시에는 선셋 세일링을 하며 드라마틱한 일몰을 구경할 예정이다.
저녁 메뉴는 폭립, 너로 정했다.
이제 산책 나갈 준비를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