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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님, 배려 학원 다니시나요? 1

by 정유쾌한씨


오늘의 영감어 : 균형




엄마와 저녁을 먹으러 남편과 함께 김포에 갔다.

친정에 가기 전에 크리스마스 케이크를 사기 위해 빵집에 들렀다.

쇼케이스에 진열된 알록달록한 다양한 디자인의 케이크를 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졌다.

심사숙고 끝에 딸기 생크림 케이크를 골랐다.


친정에 가서 엄마를 차에 태우고 육개장 집으로 향했다.

날이 추워서 그런지 뜨끈한 국물이 먹고 싶었다.

식당으로 가는 차 안에서 대파가 듬뿍 들어간 육개장을 상상했다.

입에 침이 고였다.

식당에 도착해서 메뉴판을 보며 무엇을 먹을지 진지하게 고민했다.

옛날 전통 육개장, 부대 육개장, 순두부 육개장, 차돌 육개장.

다양한 육개장 메뉴들을 보자마자 흥분이 되었다.

남편과 나는 옛날 전통 육개장을, 맵찔이 엄마는 설렁탕을 골랐다.

육개장 전문 식당에서 설렁탕이라니.

엄마를 설득해 육개장 세 그릇을 주문했다.

음식 나오기를 기다리는 동안 엄마는 화장실에 갔다 왔다.

엄마가 의자에 앉다가 균형을 잃고 물이 든 컵을 팔로 쳤다.

컵이 식탁에서 바닥으로 떨어지면서 식탁과 의자, 바닥에 물을 흘렸다.

식탁과 의자에 흘린 물을 휴지로 수습하고 육개장을 먹었다.

다행히 엄마는 생각했던 것보다 맵지 않다며 맛있게 먹었다.

남편과 나도 육개장에 밥을 말아 후루룩후루룩 먹었다.

오랜만에 먹는 육개장이 얼큰하고 맛있었다.

밥을 거의 다 먹었을 때쯤 옆 테이블에서 우리를 지켜보던 사장님이 "맛있게 드셨어요?"라고 물어봤다.

엄마는 해맑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사장님 "어르신 매우실까 봐 더 오래 끓였어요."

엄마 "맛있게 잘 먹었어요. 감사합니다. 내가 실수로 바닥에 물을 흘렸어요."

사장님 "괜찮아요. 물 닦으면서 바닥 청소도 하고 좋죠, 뭐."

엄마 "홍홍홍."


육개장을 완그릇해서 몸이 후끈해졌다.

거기에 사장님의 따듯한 배려 섞인 말들이 더해져 마음까지 후끈후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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