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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미안해하지 마세요

by 정유쾌한씨


오늘의 영감어 : 김




IMF 외환위기로 집안 형편이 어려워졌다.

부모님은 10년 동안 운영하던 건재상을 정리하고, 아빠는 지방으로 내려갔다.

가세가 기울어 학생이었던 나는 아르바이트를 하며 용돈을 벌었고, 오빠는 직장 생활을 하면서 생활비를 보탰다.

엄마는 공장에서 받은 월급으로 빚을 갚았다.

그래서 우리 집 밥상은 부실할 수밖에 없었다.


어느 날 아침이었다.

오빠는 출근 준비로 바빠서 내가 먼저 식탁에 앉았다.

식탁에 도시락 김이 한 봉지 있었다.

김 봉지를 뜯으려는 순간 엄마가 낚아챘다.


"어제 늦게 퇴근해서 김을 못 샀어. 김이 한 봉지밖에 없으니까 오빠 먹으라고 주자."


서운함에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엄마는 미안하다며 김 봉지를 뜯어주었다.

뭐가 그렇게 서러웠는지 눈물이 계속 나오는 바람에 밥을 먹을 수가 없었다.


그 일 이후로 엄마의 밥상에는 항상 김이 있다.

결혼 후 엄마가 차려준 푸짐한 상차림 한쪽 구석에 있는 김이 눈에 들어왔다.


"엄마, 그때는 제가 속이 깊지 못했어요. 더 이상 미안해하지 마세요."


그날 우리 둘은 다른 의미의 눈물 젖은 밥을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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