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영감어 : 일탈
대학 신입생 오티에서 남자 선배에게 자우림의 김윤아 닮았다는 말을 들었다.
그 말을 듣고 얼마나 기분이 좋았는지 20년이 지난 지금도 TV에 나오는 그녀를 보면 밝게 탈색한 머리, 까무잡잡한 피부에 금테 안경을 낀 선배의 입 모양이 생각난다.
나의 콤플렉스인 주걱턱을 보고 그녀와 닮았다고 말했던 그 선배는 지금 생각해 보면 사회생활 만렙의 소유자임에 틀림없다.
그녀는 싱어송라이터이면서 노래 실력, 외모, 카리스마까지 모두 완벽했기에 여자 가수 중에서 독보적인 존재였다.
김윤아를 닮았다는 말을 들은 뒤로는 노래방에 가면 그녀 특유의 목소리와 창법을 흉내 내며 매직 카펫 라이드, 일탈, 헤이헤이헤이를 자주 불렀다.
할 일이 쌓였을 때 훌쩍 여행을, 스트레스가 쌓였을 때 ‘일탈’을 부르면 풀린다.
알딸딸하게 술을 마신 날은 술톤의 얼굴로 '일탈'의 노래 가사대로 미친 척 춤을 추며 "야이야이야이야이야♬"를 큰소리로 화끈하게 불러 젖혔다.
지금 글을 쓰면서 노래방에서의 나의 모습을 생각하니 술 한잔 마신 듯 얼굴이 발그레 달아오른다.
노래방과 술은 매일 똑같이 굴러가는 지루한 일상의 소소한 낙이었다.
20대에는 ’일탈‘로 함께 했다면 지금은 ‘봄날은 간다’로 함께하고 있는 그녀가 ‘오은영의 금쪽 상담소’에서 아픈 과거를 털어놓는 모습을 보았다.
안타까운 마음에 TV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상처와 슬픔을 음악으로 승화하며 힘든 시간을 버텨준 그녀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