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이야기
ⓒ geralt, 출처 Pixabay
연세가 80대 초반인 엄마는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계신다.
20여 년 전에 주민센터에서 컴퓨터와 인터넷을 배워 폰으로 인터넷 검색, 문자와 카카오톡으로 사진 주고받기 정도만 할 줄 아신다.
실수로 무언가를 잘 못 누르는 날에는 엄마도 핸드폰도 고생한다.
어느 날 오후였다.
엄마 "무엇을 잘못 눌렀는지 오전 내내 핸드폰과 씨름하다가 도저히 안 되겠는 거야."
나 "나한테 전화하죠."
엄마 "너 바쁘잖아. 핸드폰 가게에 가서 직원에게 도와달라고 했어. 직원은 1분도 안 되는 시간에 해결했는데 나는 1시간 넘게 끙끙대며 고생을 했지 뭐야. 얼마나 허탈하던지. 고장 난 게 아니라 업? 업데이트? 그걸 안 해서 그랬대.
나 "아... 업데이트?"
엄마 "직원이 도와줘서 고마웠는데 핸드폰을 무료로 바꿀 수 있다고 폰을 바꾸라는 거야."
나 "작년에 거기에서 핸드폰 바꿨잖아요?"
엄마 "그치? 작년에 바꿨지? 아직은 쓸만하니 다음에 핸드폰 바꿀 때 여기로 오겠다고 말했어. 고마워서 엄마가 만든 수세미 주고 왔어."
'오빠와 나, 며느리와 사위까지 있으면 뭐 하나. 정작 필요할 때 도움이 못 되는데...'
엄마 혼자 고생했을 생각을 하니 한숨이 절로 나왔다.
‘작년에 바꾼 핸드폰을 또 바꾸라고 했다고?’
허리가 90도 가까이 굽은 80대 노인이 어르신 보행기를 끌고 도움을 구하러 매장까지 갔을 때는 정말 간절했던 거다.
우리 가족을 대신해 엄마를 도와줘서 고마웠지만 핸드폰을 바꾸라고 한 것이 못내 아쉬웠다.
나도 자영업자라서 그의 입장을 머리로는 이해했지만 가슴은 이해하지 못했는지 체한 듯 답답했다.
사회적 약자를 대하는 태도를 보면 그 사회의 수준을 알 수 있다고 한다.
우리의 수준은 어느 정도일까.
우리 다음 글에서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