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유쾌한씨 Apr 05. 2024

그 사인 종이와 나의 단짝은 어디에 있을까?

두 번째 이야기

ⓒ Saydung89, 출처 Pixabay


그 사인 종이와 나의 단짝은 어디에 있을까? (brunch.co.kr)


가게 안쪽에 주방이 있고 주방 바로 앞에 있는 테이블에 TV에서 보던 개그맨 아저씨가 앉아 있었다.

사장님은 주방 앞에 서서 얼어버린 우리를 바라보고 계셨다.

매니저 아저씨가 얼음땡 놀이에서 ‘땡!’을 하듯 두 손으로 친구와 나의 어깨를 감싸고 개그맨 아저씨가 있는 테이블 옆으로 데리고 갔다.


‘나 떨고 있냐?’


살면서 처음으로 연예인을 실물로 본 나는 너무 떨려 친구 뒤로 숨었다.

친구가 먼저 사인을 받는 동안 그녀 등 뒤에서 개그맨 아저씨를 힐끔힐끔 보았다.

금테두리 안경을 쓰고 정장을 입은 그가 테이블 위에 있는 흰 종이에 볼펜으로 사인을 했다.

그런데 무슨 연유에서인지 우리가 김밥집에 들어갔을 때부터 그의 표정이 좋지 않았다.

불편한 침묵 속에서 사인을 받았다.

친구와 나는 손에 종이를 든 채 매니저 아저씨와 밖으로 나왔다.

그는 가게 앞에서 웃는 얼굴로 잘 가라고 손까지 흔들며 인사를 했다.


“이거 몰래카메라 아냐?”


친구에게 농담을 던지며 사인이 신기해서 종이를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나    “되게 신기하다! 그치?”

친구    “······.”


친구의 표정이 어두웠다.


친구    “이 종이 버리고 싶어.”

나    “왜?”

친구    “그냥 기분이 안 좋아.”


친구는 두 손으로 종이를 꾸겨 신문 가판대 옆에 있는 휴지통에 던져 버렸다.

눈을 휘둥그레 뜬 채 그녀의 낯선 모습을 바라보았다.


그때는 개그맨 아저씨와 친구의 표정을 이해할 수 없었다.

당대 최고 인기 개그맨 아저씨는 매니저 아저씨가 사람을 모객할 정도로 사인받는 사람이 없어서 민망했을 것이고 친구는 개그맨 아저씨의 팬 서비스용 멘트를 들었거나 미소만 보았어도 사인 종이를 버리지 않았을 것이다.

지금은 그들을 이해할 수 있고 친구에게 위로의 말을 전할 수 있는 어른이 되었는데 나의 단짝은 내 옆에 없다.


내 방 책상 위에 두었던 그 사인 종이와 나의 단짝은 어디에 있을까?


작가의 이전글 그 사인 종이와 나의 단짝은 어디에 있을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