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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게 안쪽에 주방이 있고 주방 바로 앞에 있는 테이블에 TV에서 보던 개그맨 아저씨가 앉아 있었다.
사장님은 주방 앞에 서서 얼어버린 우리를 바라보고 계셨다.
매니저 아저씨가 얼음땡 놀이에서 ‘땡!’을 하듯 두 손으로 친구와 나의 어깨를 감싸고 개그맨 아저씨가 있는 테이블 옆으로 데리고 갔다.
‘나 떨고 있냐?’
살면서 처음으로 연예인을 실물로 본 나는 너무 떨려 친구 뒤로 숨었다.
친구가 먼저 사인을 받는 동안 그녀 등 뒤에서 개그맨 아저씨를 힐끔힐끔 보았다.
금테두리 안경을 쓰고 정장을 입은 그가 테이블 위에 있는 흰 종이에 볼펜으로 사인을 했다.
그런데 무슨 연유에서인지 우리가 김밥집에 들어갔을 때부터 그의 표정이 좋지 않았다.
불편한 침묵 속에서 사인을 받았다.
친구와 나는 손에 종이를 든 채 매니저 아저씨와 밖으로 나왔다.
그는 가게 앞에서 웃는 얼굴로 잘 가라고 손까지 흔들며 인사를 했다.
“이거 몰래카메라 아냐?”
친구에게 농담을 던지며 사인이 신기해서 종이를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나 “되게 신기하다! 그치?”
친구 “······.”
친구의 표정이 어두웠다.
친구 “이 종이 버리고 싶어.”
나 “왜?”
친구 “그냥 기분이 안 좋아.”
친구는 두 손으로 종이를 꾸겨 신문 가판대 옆에 있는 휴지통에 던져 버렸다.
눈을 휘둥그레 뜬 채 그녀의 낯선 모습을 바라보았다.
그때는 개그맨 아저씨와 친구의 표정을 이해할 수 없었다.
당대 최고 인기 개그맨 아저씨는 매니저 아저씨가 사람을 모객할 정도로 사인받는 사람이 없어서 민망했을 것이고 친구는 개그맨 아저씨의 팬 서비스용 멘트를 들었거나 미소만 보았어도 사인 종이를 버리지 않았을 것이다.
지금은 그들을 이해할 수 있고 친구에게 위로의 말을 전할 수 있는 어른이 되었는데 나의 단짝은 내 옆에 없다.
내 방 책상 위에 두었던 그 사인 종이와 나의 단짝은 어디에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