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이야기
TV 채널을 돌리다가 리모컨을 멈췄다.
유명한 가수가 팬의 어깨에 손을 얹은 채 다정한 포즈를 취하며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는 모습을 보았다.
‘연예인을 실제로 만나면 어떨까? 너무 떨려서 가까이 가지도 못할 것 같아.’
둘이 사진을 찍은 다음 가수가 흰 종이에 사인을 하는 장면을 보았다.
‘어? 나도 연예인 만난 적 있었지? 사인도 받았었는데...’
갑자기 잊고 지냈던 추억이 떠올랐다.
20년이 지난 지금도 개그맨 아저씨와 친구의 표정이 기억에 남아있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친하게 지낸 동네 단짝과 하교 후 교복을 입은 채로 부천 번화가로 놀러 나왔다.
부천대 근처에 있는 단골 분식집에서 물냉면과 오징어 덮밥을 먹은 후에 대형 문구점에서 학용품을 구경했다.
친구와 오징어 덮밥처럼 맛있는 시간을 보내고 집으로 가는 버스를 타러 정류장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큰 키에 회색 정장을 입은 아저씨가 우리를 가로막았다.
그는 기다란 팔과 검지로 정류장 바로 뒤에 있는 김밥집을 가리켰다.
“얘들아, 개그맨 아저씨가 김밥집에서 오픈 기념 사인회를 하고 있어. 너네 사인받고 싶지?”
“네?”
친구와 나는 서로의 얼굴을 마주 보며 무언의 눈빛을 주고받았다.
아저씨는 넓적한 손바닥으로 우리 등을 밀며 김밥집으로 데리고 갔다.
설레는 마음을 가다듬으며 알록달록한 외관의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우리 다음 글에서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