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에 날개를 달고파
실로 이 얼마만 인가?!
정말 오랜만에 통증 없이 달렸다. 새로 구입한 신발이 좋아서일까 아니면 몸상태가 좋아져서일까 달리는 내내 발바닥 통증을 신경 쓰느라 속도를 잊어야 했지만 통증 또한 잊었다.
이날은 부상에서 거의 회복될 무렵 축구를 한 것이 원인이 되어 재발을 하고 잠시 멈춘 내 두 다리가 다시 기지개를 펼치는 날이었다. 이것이 참으로 기뻤다. 부상에서 회복되었다는 것보다 이제는 다시 달릴 수 있다는 몸에 대한 기쁨에 눈물이 날 정도로 몸이 즐거워했다.
매번 달렸던 하천 길을 달렸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
무리하지 않고 가벼운 마음으로 조깅 속도로 4k 정도 달렸다. 결과는 대만족이었다. 달리고 나서도 믿기지 않았다. 실은 달리는 내내 마음은 늘 불안했다. 달리다가 언제쯤 다시 통증이 생길지 지속적으로 발을 점검하며 달렸다.
그럴 때마다 발은 내게 “괜찮다”라는 신호를 보냈지만, 나는 계속 발을 의심하고 불신했다. 달리다 보니 불신은 점점 사라지고 믿음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다시 한번 부활을 맞이하는 순간이 온 것이다.
얼마 전 마라톤 대회가 있었는데 나는 다른 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부상만 아니었으면 나도 같이 달렸을 텐데 라는 아쉬움과 함께, 내년에 마라톤 대회에 출전한 나의 모습을 미리 상상해 본다. 누구와도 경쟁하지 않고, 나만의 페이스로 즐기며 달리는 내 모습에 내가 다 뿌듯한 감정이 들었다.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나는 이미 다 가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