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아 또 하면 돼
영화를 보다 가도, 책을 읽다 가도 머리에 떠오르는 것들을 늘 적는다. 그렇다 나는 언제부턴가 적는 걸 좋아한다. 어떤 행동을 하고 있으면 그것과 관계없는 것들이 머리에 마구마구 떠오를 때가 있다. 나는 그것을 적는다. 아마 다른 이들이 집중할 때 백색소음이 도움이 되는 것처럼, 전혀 생각나지 않은 것들이 그것과 무관한 일을 할 때 오히려 좋은 생각이 난다. 나는 매우 그런 사람이다.
머리에 떠오르는 것을 글로 적을 때, 글이 생각의 속도를 미쳐 따라가지 못한다. 그것을 따라잡기 위해 위해 급한 대로 막 갈겨쓴다. 빨리 쓰는 것까지는 좋다. 하지만 훗날 읽어보면 내가 쓴 글씨를 내가 못 알아본다. 정확히 무슨 단어를 쓴 것인지, 대략적인 글의 흐름으로 파악하지만, 다른 이는 아마 못 알아봤을 것이다. 암튼 잘 쓰고 봐야 한다.
최근에는 떠오르는 생각을 붙잡으려 한 번에 천천히 생각하는 연습을 해봤다. 한 가지 생각이 떠오르면 거기서 생각을 멈춘다. 그리고 천천히 또박또박 이쁘게 글을 쓴다. 여기에도 문제점은 있다. 천천히 쓰는 동안에 무허가 판잣집을 불도저로 밀어내듯, 혹은 해변에 써놓은 글씨를 파도가 쓸어내듯 다음 생각이 앞 생각을 밀어 쓸어낸다. 예전보다는 나아졌지만, 글을 쓰고 나서 늘 생각한다. 어떻게 하면 여유로울 수 있을까?
건전한 마음은 건전한 몸에서 라는 말이 있다. 몸의 여유가 없다 보니 마음의 여유도 없어진 것 같다. 부상과 몇 년째 동행하고 있다. 걷는 것을 제외하곤 다른 운동을 전혀 못하고 있다. 운동을 대신해 글을 쓴다. 여기저기 재빠르게 뛰어다니던 사람이 가만히 앉아 느리게 글을 쓴다. 아직 몸이 적응을 못하는 것 같다. 내게는 재활도 글도 시간이 필요하다.
일을 하다가 정말 침착하고, 여유로운 동료가 있어 그에게 물었다. 어떻게 하면 그렇게 여유롭고, 침착할 수 있느냐고 나는 그것이 참말로 부럽다 말했다. 그의 대답은 사람마다 다른 것 같다고, 그리고 그는 오히려 나의 에너지 넘치는 활발한 성격을 갖지 못해 부러워했다. 어쩌면 나는 그동안 나와는 맞지 않는 옷을 입으려 애쓴 것은 아닌지.
사람은 저마다의 모습대로 살면 된다. 인생에서 정면돌파를 도전할 시기 여러 번 있다. 많은 이들이 이때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것은 실수와 실패가 두려워서이다.
하지만 뭐 어떠랴 실수해도 되고, 실패해도 된다. 세상은 1등을 앞다투어 기록하지만,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는 박수로 기억한다.
실수해도 되고 실패해도 된다. 인생을 40여 년 살아보고 나보다 아직 덜 살아온 이들에게 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