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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감성 Jul 31. 2024

퍼펙트 데이즈

야쿠쇼 코지란 배우가 좋다.

 


  영화를 보다 보면 한 배우가 좋아 그가 출연한 영화들을 찾아보게 된다. 이번엔 야쿠쇼 코지가 출연한 영화 <퍼펙트 데이즈>가 그러하다. 이 영화는 나의 삶과 닮아서 좋다. 반복되는 하루와 하루지만 그 안을 자세히 들여가 보면 눈치채지 못할 만큼 작은 것들이 변하고, 자기 나름의 작은 행복들이 숨어있다.  


 영화에서 그의 삶은 다른 이가 들어가기 힘들다. 치밀하게 짜인 그의 하루는 말 그대로 완벽한 하루다. 아침에 일어나 식물에 물을 주고, 일터로 나가기 전 집 앞 자판기에서 매일 같은 커피를 뽑아 마시며, 정해진 시간에 일을 하고, 마치고 나면 집 주위 가게에서 술 한 잔과 함께 저녁을 먹는다. 집으로 돌아와 책을 읽다 잠을 청한다. 


 다만, 매일이 완전히 똑같아 별다를 게 없는 것처럼 보여도, 우연히 마주치는 사람들에게 그의 하루가 약간의 틈이 생긴다. 일을 마치고 데이트를 해야 하는데 갑자기 오토바이의 고장으로 그의 차를 얻어타는 동료의 일이 생기거나, 사춘기 소녀가 된 조카가 갑자기 찾아와 며칠 함께 보낸다든지, 화장실 틈 속 누군가와 작은 게임을 한다. 또한 남몰래 사모하는 단골집 여사장의 전 남편과의 만남에서 그의 완벽한 하루는 깨졌지만, 오히려 그는 그것들을 받아들이며, 즐기는 듯했다. 


  그는 변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것들을 사진으로 남겨 놓으며, 완벽하지 않은 완벽한 하루를 즐기며 살아간다. 인생은 어쩌면 하루하루 늙어가는 것이 아닌, 내 인생에서 가장 젊은 나로 살아가는 것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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