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영화와 같은 12월

비현실적 이었던 한달...

by 민감성
tempImageaFmOAB.heic


모든 사람들이 새해가 되면 새로운 다짐으로 많은 것들을 생각한다. 나 같은 경우는 작년에 원했던 것은 거의 다 이루었다. 몸도 회복되고, 정직원이 되었다. 반면, 올해 계획을 아무것도 생각 못 했다. 아니 하고 싶어도 안 하고 싶었다. 그 이유는 아래와 같다.


내게 12월의 시작과 끝은 공포와 슬픔이었다. 일을 하다 틈만 나면 뉴스를 확인했다. 새벽 혹은 아침에 눈을 뜨면 새로운 것이 없나 하고 뉴스를 찾았다. 그리고 잠들기 전에도 뉴스를 마지막으로 잠이 들었다. 비상계엄이라는 공포가 생각처럼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또한 모든 것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다시 계엄이 일어나면 어떡하지 란 불안한 생각과 과연 나는 무엇을 해야 하지라는 고민으로 12월 한 달을 보냈다.


작년 이맘때 개봉한 -서울의 봄- 영화가 시민들에게 많은 도움을 줬다고 생각한다. 영화를 보고 나오는 사람들의 입에서 다들 “전두환 개새끼네”라는 욕을 하는 걸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었다. 시기를 잘 타고난 영화다. 많은 젊은이들에게 이 영화가 이번 계엄 사태의 심각성을 다시 한번 알려줬다. (영화든 인생이든 뭐든 역시 타이밍이 중요하다.)


어느 정도 수습과 정리가 되어가던 시점에서 가슴 아픈 일이 또 일어났다. 연말을 즐기고자 했던 많은 이들에게 또 하나의 비보가 전해졌다. 무안의 참사가 그것이다.


이야기를 꺼내기 앞서 20여 년 전인 2001년 9월 11일 미국의 빌딩이 비행기로 폭파되는 참사를 TV로 보면서 나는 심야 영화의 한 장면이라 생각했다. 그러곤 컴퓨터 그래픽이 어딘지 엉성하네라고 말하면서 영화라면 실망이야라고 생각했었다. 영화는 현실 같았고 반대로 현실이 엉성한 영화 같았다.


이번 무안 참사도 20년 전과 같이 TV로 접했다. 보자마자 비행기 사고를 다룬 영화 -셜리- 가 생각났다. 그 영화에서는 허드슨강에 비상착륙을 해 승객 모두 생존했다. 비상 동체 착륙을 보면서 잘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마지막에 가서 안타까운 장면을 보고선 두 눈을 질끈 감았다. 그리곤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영화와 같은 일이 12월 한 달에 두 번이나 일어났다. 계엄이 일어났을 때에는 해외에 있는 친구들에게 안부 연락을 받았다. 참사 뉴스를 하루 종일 보면서 생존자가 있길 기도했다. 2명의 생존자가 있다고 발표가 되었지만, 단 2명이라는 발표에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영화와는 달리 현실은 거리가 너무 멀었다.


내가 아는 것은 대한민국은 분명 좋은 나라이고, 훌륭하고 똑똑한 사람들이 많은 나라인 건 맞다. 하지만 문제를 해결하고 처리하는 방식에는 문제가 있다. 어느 정도하다 이 정도면 되겠지라는 아닐 한 국민 의식을 갖고 있다. 이와 같은 걸 문제 제기하면 꽤나 까다롭고, 깐깐하고 그리고 말이 안 통하는 답답한 사람이라며 아니꼬워하고 비틀어 본다. 꼼꼼하게 똑 부러지게 하는 것이 한국 정서와 맞지 않는 걸 문제 제기를 하는 것이다. 40년을 살아온 한국인의 특성은 문제 비판 능력은 뛰어난 것에 반해 문제 해결 능력은 많이 떨어진다.


해방 후 제대로 척결을 못한 반민족 행위자 문제와 5.18 민주화 운동과 4.3 항쟁도 같다. 친일파 후손들과 쿠테타를 일으킨 사람들이 국회의원과 정부의 알짜베기 요직을 꿰차면서 잘 먹고 잘 살고 있는 것 아닌가. 이번 사건 사고 또한 세월이 지나면 국민들의 기억 속에서 서서히 잊혀 갈 것이다. 삼풍백화점 때처럼, 성수대교 때처럼, 그리고 세월호와 천안함 때처럼 제대로 수사와 조사가 제대로 끝내지 못한 채 말이다. 이번 계엄과 참사는 전에 있었던 사건 사고와는 달리 되길 희망한다.


비상 상황을 보고 완전히 반대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에 대해 놀랐고, 안타까운 참사를 보면서 희생자를 비꼬거나 멸시하는 글을 쓰는 사람들을 보면서 또 놀랬다.


나는 감성적인 글을 쓰고 싶다. 하지만 당분간은 그런 글은 못 쓰겠다. 지금은 분명 감성적인 글보다 시국에 대해 생각을 전달하는 글을 쓰는 게 옳은 판단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이 나라에서 어떻게 살 것인가 고민하게 만들었고, 다음은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고민하게 되었다.


"죽은 자가 산 자를 구하고, 산 자는 죽은 자를 돕는다”


라는 한강의 말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망가진 내몸 Vol.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