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의 눈 나의 시선
평소 출퇴근을 할 때 버스와 지하철에서 책을 읽으면서 간다. 사람들이 꽉 차 책을 펼칠 수 없을 땐 음악을 들으며 사람들을 무엇을 하나 쳐다보면서 간다. 정확히는 그들의 눈망울을 바라본다. 그동안 수없이 많은 눈들을 보면서 느끼는 것은 눈이 곧 그 사람을 대변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감은 두 눈
무언가에 겁에 질린 눈
갈 길을 잃어 헤매는 눈
사랑에 빠져 갈구하는 눈
핸드폰만 죽어라 보는 눈
빛이 발하는 총기 있는 눈
어딘가를 뚫어져라 응시하는 눈
흰 자가 갈색이 된 흐리 멍텅한 눈
그리고 이리저리 사람들을 구경하는 내 눈.
여러 사람의 눈을 보면서 나는 그들이 삶은 어떠했을까 궁금했다. 그러다 생각을 해보니 1년이 넘도록 같은 버스와 지하철을 타고 다니면서 같은 사람을 본 적이 없다는 것에 놀랍다.
퇴근을 하면서 옆에 앉아 가던 초점을 읽은 눈을 한 노인의 눈을 보면서 내게 무언가 전달되었다. 대체 그는 어떠한 인생을 살았기에 저런 눈을 하고 있는 것일까. 이런 궁금증이 생기는 이유는 예전부터 나는 총기 있는 눈을 갖고 싶었다. 위에서 말한 것처럼 눈이 곧 그 사람의 현재를 나타낸다고 생각했다.
그도 예전에는 나와 같은 눈을 가졌을 거란 추측을 해보지만, 기나긴 세월 수많은 풍파를 겪고 그것에서 헤어 나오지 못해 그와 같은 눈을 갖게 된 건 아닐까 싶다. 그의 눈앞에서 나는 아련했다. 빛나지 않아도 좋으니 세월만큼 깊은 눈을 갖길 원했다. 그 후로 주위 사람들과 일을 하면서 만나는 사람들의 눈을 보았다. 대부분은 차가운 눈을 가졌다. 운이 좋게 가끔씩 만나는 따스한 눈을 가진 사람을 만나면 나도 따스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서울대 심리학과 최인철 교수님의 말에 따르면 “행복해지고 싶으면 행복한 사람 곁에 머물러라” 라는 말을 했다. 나는 행복한 눈을 가진 사람 곁에 머물러 행복한 눈을 가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