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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가진 내몸 Vol.2

부활의 날개짓

by 민감성



개들과 아침 산책을 마치고 다시 신발 끈을 조였다. 몸이 덜 회복된 것 같아 더 천천히 달려 보기로 마음먹었다. 역시 달리기를 시작한 초반에는 어김없이 발바닥의 통증이 시작하려는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달리는 주법과 속도를 바꾸며 달렸다.


미드풋(발바닥 중간 착지)에서 힐 스트라이크 (발뒤꿈치 착지) 주법으로 바꾸었다. 주법을 바꾸니 신기하게 통증이 사라졌다. 원래 힐 스트라이크로 달리면 족저근막염의 유발 위험이 있다고 하여 미드픗으로 달렸는데, 오히려 내게는 반대로 적용되었다. 여기서 오해하지 말 것은 사람에게 맞는 주법이 따로 있다는 것이다. 어느 것이 정답이라는 것보다는 자신에게 맞는 주법이 있다는 말을 하고 싶다.


발바닥에 통증이 사라지니 은근히 욕심이 생겼다. 자신감이 생겨 저번보다 더 많이 달릴 수 있겠다 싶었다.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조금 긴 거리를 달리기로 했다. 결국, 8km 달렸다. 달리는 동안 몸도 계속 풀려서 단계적으로 8분대의 페이스로 시작해서 5분대까지 단축했음에도 불구하고 통증은 없었다. 페이스는 문제 없었지만, 심폐지구력 문제만 있었다. 4분대까지 올려보고 싶었지만 5분대에서 호흡이 무너지는 것을 느꼈고, 무리하지 않았다.


나의 달리기는 하루 달리고 하루 쉬는 루틴으로 행하고 있다. 20~30대 시절에는 매일 달려도 몸이 빨리 회복되어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지금의 몸은 회복 속도 크게 더딘 걸 안다. 하루 운동을 하면 꼭 하루는 휴식을 가져야 몸이 회복된다. 만약 8주간 꾸준히 운동한다면 운동의 효과로 인해 매일 달려도 무리 없는 몸이 될 것이다.


달리기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발걸음은 달렸을 때보다 더 가벼웠다. 아픔 없이 달릴 수 있다는 사실과 그동안 나를 괴롭히던 통증이 없어졌다는 것이 믿을 수 없을 만큼 기뻤다. 2년 동안 부상으로 고생하며 언제쯤 회복이 될까 그리고 이대로 달리기와 축구를 못하게 되는 건 아닐까 라는 불안한 고민했었다. 한동안은 내가 할 수 있는 다른 운동은 또 뭐가 있을까 찾아도 보았다. 그것은 고작해야 헬스장에서 근력운동을 하는 것 뿐이었다. 달리기를 못하니 내가 할 수 있는 운동이 제한되었다.


불과 일주일 전만 하더라도 산책 할때 걷다가 내 옆을 지나쳐 달리는 러너들을 보며 “나는 왜 여기에 멈춰서 있는가?”라는 한탄을 한 적이 있다. 그들의 모습을 보며 부러워했다. 부상만 아니었으면 나는 그들보다 훨씬 더 빠르게 달리고 있을 텐데라는 혼잣말을 되뇌면서 말이다.


오랜만에 달린 후 며칠을 쉬니 근육통이 느껴졌다. 하지만 몸이 근질근질했다. 망가져 있던 몸이 다시금 되살아나는 것을 느꼈다. 예전에 축구를 하다가 기뻐서 달린 적이 있다. 이제 다시 한번 그 기쁨을 느끼고 싶다. 아마 나는 평생 운동을 하면서 살 팔자인 것만은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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