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과 마음이 젖는
그녀와 관계를 가진 후 계속 그녀의 온기가 생각나고 그리웠다. 그동안에 연락을 틈틈이 해오다 이번에 전시회를 핑계로 내쪽에서 먼저 만나자 하였다. 그녀도 보고 싶었다는 나름 유명한 화가의 전시회였다. 지하철역에서 다시 만나는 순간 어색하진 않을까 걱정을 했다. 오랜만이야 라는 인사와 함께 걱정은 사라지고 반가움에 가벼운 포옹을 했다.
전시를 보러 가기 전 근처에서 점심을 먹기로 하였다. 줄이 늘어선 식당 하나가 있었는데 일식 돈가스를 파는 식당이었다. 줄을 서고 기다리면서 그 간의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하지만 저번 만남의 화제는 둘 다 입밖에 내지 않았다. 젊은 커플이 앉아 있는 옆 빈 테이블에 자리를 잡았다. 사귄 지 얼마 되지 않는 커플처럼 서로가 챙겨주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내 눈길이 자주 그곳으로 향하자
“왜 나도 저렇게 해줘요?”라고 그녀가 묻는다.
“어.? 아니 그냥 본 거야.”라고 내가 답했다.
“저 정도는 나도 해줄 수 있어요”라고 하고 말했다.
내게 자신의 돈가스 한 조각을 포크에 찍어 내 입으로 건넨다. 주니깐 받아먹긴 했지만 친구인지 연인인지 애매한 이 관계가 나는 조금 맘에 들지 않아 거슬려했다. 나는 받아먹었으니 내 돈가스를 주겠다고 하니 그녀는 배 부르다며 사양했다.
“저 요즘 살찐 것 같지 않아요?”라고 물었다.
TV에서 본 광고처럼 여자 언어로 물어보았다. 대답을 잘해야 하기에 어떻게 대답을 해줘야 하지 고민하고 있었다. 그러자 내 눈을 보면서
“말 안 해도 알아요! 요즘 내가 봐도 무지 많이 먹거든요!”
라고 자기가 묻고 자기가 대답했다. 나는 자동반사처럼 답했다.
“아니야. 전혀 그렇게 안 보이는데, 왜 요즘 스트레스받는 일이 많은가 봐??”
그녀는 새로 시작하는 일 때문에 조금 긴장을 하니 최근 부쩍 많이 먹게 된다고 했다. 나는 이번에 승진에서 떨어졌다고 말했다. 그녀는 자기가 위로로 밥을 계산하겠다고 말했다. 이런 대화로 이야기를 나누며 점심을 마쳤다. 미리 예매를 해 둔 티켓을 받고 전시회장으로 향했다. 평일임에도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고 있었다.
전시회를 관람을 하는 모습이 그녀와 나는 정반대였다. 나는 천천히 한 작품 한 작품 보기 보단 내가 먼저 보고 싶은 걸 보고 나서 천천히 둘러보는 습관을 가졌다. 그녀는 나와는 정반대로 처음부터 하나하나씩 줄을 서가면천천히 관람하는 스타일이었다. 나는 그림 중 유독 화법이 다른 그림이 있어 오랫동안 보고 있던 그림이 있었다. 천천히 보던 그녀가 어느새 내 곁으로 다가온 지도 모른 채 그림을 나름 분석하고 있었다. 그때 내 뒤편으로 다가와서 귀속말을 건넸다.
“여기에 있었군요. 이제부터는 우리 같이 봐요?”
그럴까라고 말하려는 순간 그녀가 살며시 내 손을 잡았다. 나는 아무 반응을 하지 않았다. 귓속말의 대꾸도 손을 잡는 것에도 어떠한 저항도 하지 않았다. 원래 그랬던 것처럼 그녀의 손이 꽤 익숙한 느낌이었다. 잠시 좋았지만 여기서도 지금 우리의 관계에서 이래도 되는 걸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하지만 손을 놓아주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약간 비겁한 변명일 수 있겠지만, 손정도는 친구사이에서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며 스스로 합리화하기 시작했다. 결국 이런 생각에 다다르게 되자 더욱 그녀의 손을 확실하게 잡았다. 우리는 마치 다른 연인들처럼 그곳을 설렁설렁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그림을 천천히 감상했다.
근처 카페에서 두 시간 정도 전시를 본 느낌과 평소에 알고 있던 그림에 대해 서로가 지식대결을 펼쳤다. 아는 것이 별로 없던 나의 패배로 끝이 났지만 비등했다. 이야기를 마칠 때쯤 그녀는 이곳 근처에 유명한 족발 집에서 저녁을 먹자 하였다. 우리는 그곳으로 향하였다. 말죽거리로 유명한 그곳은 거리 모두 족발 집으로만 가득 찬 거리도 있었다. 밖으로. 나와서도 우린 자리에 앉을 때 빼놓곤 계속 손을 잡았다.
가게에 들어서니 이미 사람들이 즐비했다. 이미 족발과 함께 취해버린 중년의 아저씨, 아줌마들이 수두룩 했다. 그녀는 바로 족발과 맛있는 음식을 먹는데 술 한 잔 안 할 수가 없다며 매화주를 함께 주문했다. 안주보다 먼저 나온 술을 한 잔씩하고 나니 그나마 마음이 좀 편해졌다. 추운 날씨에 속도 녹이고 마음도 녹는 것 같았다. 한 잔 들어가고 나니 그녀가 대담해졌다. 그전에 마무리 안 되었던 섹스파트너 대해서 먼저 물어보았다.
“선생님 그 이야기는 아직도 유효 한 거예요??”
나는 당신만 좋으면 하겠다고 말하였다. 그러니 그녀의 입가의 미소가 보였다.
그녀가 내게 술 한 잔 더 권했다. 소주 반 병 정도가 내 주량이다. 하지만 나는 그녀 앞에서 이상하리만치 계속 달렸다. 그렇게 매화주 두병을 해치웠다. 내 두 볼은 이미 빨갛게 달아올랐고, 그녀는 이때 몸이 달아올랐다. 족발을 다 먹을 무렵 그녀는 일어나자고 말하며 팔짱을 끼웠다. 이번 건 자신이 값을 계산할 테니 다음은 내가 계산하라 하였다. 다음이라면 나는 무슨 소린가 했다. 그녀가 밖을 나가면서 이 거리를 잘 아니 자신이 따라오라 하였다. 그리고 그녀 간 안내한 곳은 근처 호텔이었다. 호텔 앞에서 그녀는 내게 이런 말을 했다.
“사실 마사지 이후로 나는 선생님을 만나면 몸이 젖어요.”
서로가 약간의 취기가 있어 이런 얘기를 해도 전혀 쑥스러움이 없었다. 그 말을 듣고 그동안 꺼져 있던 스위치가 다시 켜졌다. 이성의 끈이 풀고 욕망의 눈이 불타 올랐다. 우리는 바로 호텔로 들어갔다. 아까 말한 다음의 계산을 마치고 누가 먼저를 할 것 없이 호텔방안에서 서로의 준비된 몸을 확인했다.
이번엔 영화에서처럼 호텔 방으로 들어가자마자 서로가 키스를 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녀는 잠깐 기다리라하곤 자신은 콘돔이 준비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을 했다. 나는 왜 이제 와서 그런 말을 하냐 말하였고 혹시 호텔에 그녀는 콘돔이 있는지 확인해 보라 하였다. 다행히 호텔에 콘돔이 있었다. 그것을 확인한 그녀는 다시금 예열을 가하기 시작했다.
그녀와 섹스를 하면서 난 처음으로 섹스가 맛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윗 입과 아래 입 모두 맛있었다. 나도 모르게 맛있다는 적나라함이 내뱉어졌다. 그 말을 들은 그녀는 더욱 흥분했는지 나를 세게 껴안았다. 그날 나는 그녀를 거치게 연주했다. 그녀는 더욱 더 자신의 음색을 짙게 내뱉었다.
이날 두 번의 사랑을 더 나누었다. 사랑 후 서로 보다듬어주며 그동안 말하지 못했던 서로의 감정을 이끌어 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하룻밤을 보내고 아침이 되어서 다시 한번 사랑을 나누었다. 그렇게 나의 몸과 마음처럼 그녀의 몸과 마음을 믿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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