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의 것이 또 있다
지금은 제비를 보기 힘들지만 그 당시 우리 집 현관 위에 제비가 집을 지어 봄이 되면 늘 만났다. 같은 제비인지는 모르겠으나 매년 봄에 제비가 찾아와 같은 곳에 새끼를 낳았다. 낯이 익으면 울지 않는 사람을 구별할 수 있는 똑똑한 새였다. 어느 날은 제비가 집안으로 잘못 들어온 적이 있는데 우리는 흥부와 놀부 이야기처럼 잘못 들어온 제비를 잡아놓고 풀어줄 테니 박 씨 하나 가져다 달라고 한 적이 있었다. (물어와 주지 않았다.)
여름에는 항상 매미를 잡으러 산과 들로 나갔다. 어떻게 하면 높은 곳에서 울고 있는 매미를 잡을 수 있을까 며칠 밤을 궁리하며 잠자리채를 여러가지 형태로 만든 적도 있었다. 큰 매미를 잡거나 색다른 매미를 잡으면 동네 친구들에게 자랑을 하는 것이 우리들의 유일한 자랑거리이자 일상이었다.
가을에는 뱀이 자주 출몰한다. 동네 친구들과 가재를 잡으러 가는 산 길에서도 뱀을 자주 만났다. 산에 갈때면 항상 튼튼한 나뭇가지를 가지고 다니며 뱀이 나타나면 뱀을 때려 잡았다. 지금이야 무서워서 피하겠지만 그때는 본능적으로 뱀을 보면 때려 죽이려 했다.
한번은 이미 죽어서 축 늘어진 뱀을 나뭇가지로 들다가 실수로 떨어뜨렸는데 하필 그 뱀이 내 엄지발가락 쪽으로 떨어졌다. 그때 나는 내가 뱀 독에 감염되어 죽는 줄만 알았다. 그래서 얼마 살지도 않았지만 지난날의 나를 돌이켜 보며 울면서 집으로 간 적이 있다. 이 사건을 말하자 엄마는 웃겨 죽겠단 식으로 껄껄 웃으며 다시는 뱀을 만나면 죽이지 말고 피하라고만 말을 하고 나를 안아 달래주었다.
겨울이 되면 아버지는 산에 꿩과 토끼를 잡아왔다. 가끔씩은 죽지 않은 꿩과 토끼를 본 적이 있었다. 키우고 싶다며 울며 때를 쓴 적도 많았다. 며칠 뒤 저녁 반찬에 맛있는 고기가 올라왔다. 나중에 그 고기가 꿩과 토끼고기 였다는 걸 알았다. 뒤늦게 알려준 엄마가 미웠지만 먹을 때 만큼은 맛있게 먹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알았다면 먹지 않았을 것이다.
어린 시절을 자연과 함께 보낸 추억의 고향이 있다는 것은 그 누구와도 바꿀 수 없는 내겐 큰 축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