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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사랑 : 사랑 기억하고 있나요?

옛 사진

by 민감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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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사진


오랜만에 집을 청소하다 오래전부터 구석에 놓여 있었던 상자를 발견했다. 그 안에 뭐가 있나 확인해 보니 상자 안에는 군대 시절 주고받은 편지들과 오래된 사진들이 있었다. 청소를 잠시 멈추고 사진들을 하나하나 꺼내 살펴보던 중 한 사진에서 멈춰졌다. 첫사랑 그녀의 사진이 이었다.


“아 여기에 있었구나”


이문세의 옛사랑이란 노래가 내 마음에 울려 퍼졌다. 몇 년 전 누군가로부터 내게 ‘기억에 남는 사람이 있나요?’라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나는 그녀가 떠올랐다. 그녀의 사진을 보면서 잊고 지냈던 그녀와의 추억이 되살아 났다. 내가 그녀를 처음 만난 건 지금으로부터 약 20년 전의 일이었다.


25살 나는 아직까지 제대로 연애다운 연애를 한 번도 해보지 못한 상태로 대학에서 마지막 3월을 보내고 있었다. 여느 때와 같이 기숙사 식당에서 아침을 먹는 도중 눈길을 끄는 한 여학생을 보게 되었다.


“어.. 이런 여학생이 우리 기숙사에 있었나?”라고 생각했다.


밥을 다 먹은 뒤 행정실로 가 그곳에 있는 사생 현황판에 있는 그녀의 사진을 찾았다. 처음에는 그저 눈길을 끌 뿐이라고 생각했지만, 그녀의 사진을 보고서는 다른 느낌을 받았다. 그녀가 내 마음에 들어왔다. 그 당시 기숙사에서 층장이라는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어 자유롭게 행정실에 드나들수 있엇다. 층장은 밤 10시가 되면 기숙사 점호를 위해 각 층의 기숙사생 한 명이 사감을 대신하여 점검하는 일이다.


그녀를 처음 본 날부터 식당에서 간간이 그녀가 보이기 시작했다. 멀찌감치 떨어진 곳에서 밥을 먹으면서도 눈은 그녀에게 있었다. 그녀를 보면 볼수록 그녀에 대한 나의 마음은 더욱 커져만 갔다. 속으로 이런 게 사랑이 아닐까 생각했었다. 며칠이 지나고 저녁 기숙사 점호를 하기 위해 층장들이 모두 행정실에 모여 있을 때 함께 층장을 하는 태수 형이 사생 현황판을 보면서 내게 물어보았다.


“성일아, 나 최근에 마음에 드는 사람이 생겼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네?”

라고 형이 말했다.


“역시 봄이라 사랑이 찾아오는 건가요. 그냥 한번 고백해 봐요”

라고 내가 말했다.


태수형에게는 쉽게 고백해 보라고 했지만 사실은 나도 고백을 해 본 적이 없는 풋내기였다. 딱 한 번 사귄 적이 있었는데, 그마저도 여자 쪽에서 먼저 고백을 했었다.


“형이 마음에 드는 사람이 누군데요? 혹시 기숙사 사람이군요?”라고 물었다.


형과 함께 사진이 보며 누구냐라는 신호를 보냈다. 그때 형이 마음에 들어 한다는 여성의 사진을 가리키는 순간 아차! 싶었다. 형의 손이 향한 사람은 내가 식당에서 본 그녀였다. 그녀는 알게 모르게 두 남자의 마음을 가졌다.


“네가 볼 때는 어떤 것 같아?”라고 묻는 형의 대답에


“음.. 난 별로…”라고 짧게 말했지만 생각은 길었다.


머릿속이 순간 엉망진창이 되었다. 오랜만에 마음에 드는 사람이 나타났는데 바로 경쟁자가 나타나다니 역시 세상에 하나 쉬운 게 없다는 말이 생각났다.


“형하고는 안 맞는 것 같은데요? 형은 지적인 여자 좋아하지 않아요?”


“아 그래.. 음 그런가? 다른 사람으로 바꿀까?”


"형한테는 이 여자가 어울리는 것 같은데요? 이 여자 어때요?"


"어 그 여자도 이쁘네~"


그렇다. 태수형은 남의 말에 자신의 결정을 쉽게 바꾸는 성격이었다. 그래서 이번에도 형을 설득시켜 가까스로 나의 사랑을 지켰다.





다음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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