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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이야기

까불이와 순돌이의 여정

by 민감성




여름은 이미 시작되었는데 내 마음은 아직 여름을 준비하지 못했다. 창문 밖으로 보이는 한낮의 뜨거움에 이미 마음속에는 땀이 내린다. 더운 날씨에 더더욱 밖을 나가기가 두려운데, 이보다 더 두려운 것은 아직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도 안 했다는 사실이다.

6시 반 해는 이미 떴지만 본격적으로 땡볕이 시작하기 전 개들과 억지로라도 산책을 간다. 세 마리 모두 10년 이상의 노견 들이라 한낮의 뜨거움을 견디기 힘들어해 아침과 저녁에만 산책을 다녀온다. 나이가 젊었을 때는건강하게 셋이서 잘 다녔지만 이제는 나이가 맞지 않아 따로 산책을 다녀와야 하는 노고가 있다. 산책을 다녀오면 몸에 어설프게 난 땀 때문에 온몸이 끈적거린다. 그래서 산책을 다녀온 후 샤워는 필수적이다.


오늘은 아침부터 동네에서 공사가 한창이다. 쁘래카와 그라인더 소리가 온 동네에 울려 퍼진다. 아침 8시부터 이런 건 아닌 것 같지만 지금이 아니면 한낮 볕과 싸워야 하는 그들의 마음을 헤아려 본다면 민폐를 무릅쓰고라도 얼른 해치워야 하는 그들의 심정도 이해된다.


샤워 후, 상쾌한 마음과 몸으로 9시에서 10시 사이가 되면 책상에 앉아 글을 쓴다. 우선 이때 가장 머리가 맑다. 그래서 이런저런 아이디어와 생각이 잘 떠오른다. 오늘은 시작이 좋다. 몇 줄이 쓰고 막혔는데 잠시 숨 고르기를 하니 마저 써진다. 최근 글을 쓰면서 반성해야 할 부분이 생겼다. 평소에 자주 쓰는 단어의 받침이 헷갈린다든지, 단어를 쓰다 보면 새로 바뀐 표준어들에 적응이 안 된다. 그래서 사전을 검색하는 버릇이 생겼다. 모든 단어를 다 알 수는 없지만 이럴 때 나는 내가 마치 한국어를 공부하는 외국인이 된 것 같다.


그렇게 한 2시간 정도 글을 쓰고나면 슬슬 배가 고파 점심을 먹는다. 요즘은 배달음식을 시켜 먹는 사람들이 많지만, 나는 배달음식은 중국요리 이외에는 잘 먹지 않는다. 밖에 나가 사 먹기보다는 늘 집밥을 먹는다. 보통은 집에 있는 것을 활용해서 비벼 먹는데 가끔은 새로운 것을 시도해 본다. 그 용기가 맛을 대변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음식도 경험이 필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뼈저리게 느낀다.


어느새 6월도 열흘이 지났다. 쉬는 날이면 이렇게 글을 쓰는 것이 좋다. 지금 내 옆에는 개들은 제각각 잠들어 있다. 내 이불 위에서 자는 녀석과 의자 밑에서 옆으로 자는 놈 그리고 문지방을 턱에 궤고 자는 녀석등 가지각색이다. 세 마리 모두 내방에서 자기 멋대로 자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살아서 나를 만나 행복했길 바라는 마음을 가져본다. 매일 아침과 저녁 두 번씩 나가야 하는 산책이 귀찮게 느껴질 때도 있었지만, 지금은 이때가 아니면 언제 이 녀석들과 함께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에 그저 즐겁게 산책을 즐기고 있다.


언제나 내 걸음보다 빨랐던 녀석들이 이제는 내 걸음보다 뒤쳐저 느릿느릿 쫓아올 때가 있다. 이럴 때 세월의 야속함을 느낀다. 내 몸도 늙어가고 있지만 사람의 시간보다 빠른 녀석들의 세월에 한번 더 야속하다. 녀석들을 위해서라도 올여름은 그리 무덥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작은 바람을 가져본다. 그래도 아직까진 열대야가 없어 밤에는 시원해서 좋다.


모두의 시원한 6월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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