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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기억하고 있나요? Vol. 8

새옹지마

by 민감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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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수를 마치고 학교로 돌아온 며칠 뒤에 결과 통지를 받았다. 나름 열심히 한 덕분인지 결과는 합격이었다. 합격률이 50% 밖에 되지 않아 마음을 졸이며 기다렸는데 다행이었다. 합격 문자를 받자마자 그녀에게 알렸다. 그녀도 매우 기뻐했다. 저녁에 만나서 자세한 이야기를 하자고 했다.


저녁이 되기 전 교수님과 선, 후배들을 찾아 합격 소식을 전했다. 정식으로 지도자가 자격을 갖춘 것을 모두들 축하해 주었다. 또한 합격 소식을 알리기 위해 찾아간 교수님에게 다른 좋은 소식을 들었다. 내게 취업 제안이 왔다는 것이다. 대축과 프로팀에 제의가 들어왔는데 내가 적격이라며 추천을 해주었다고 하였다. 연이은 경사였다. 나만 오케이 하면 1학기를 마치고 바로 취업을 할 수 있었다. 사실 4학년이 되어서 취업이 가장 문제였는데 좋은 곳에 갈 수 있다고 생각하니 4년 동안 헛되이 보내지 않았다고 생각됐다.


이날은 합격을 하게 되어 선후배들에게 한턱 내게 되어 저녁에 진희를 만나지 못했다. 대신 저녁을 먹고 9시가 넘어 기숙사 옆 벤치에서 진희를 만날 수 있었다. 기숙사로 돌오는 길에 진희가 벤치에서 날 기다리는 모습이 보였다.


“진희야~” 그녀를 보자마자 두 팔을 벌려 뛰어가 조금 격하게 껴안았다.


“나 합격했어요.! 이제 정식 지도자예요!!”


“축하해요!” 하며 그녀가 내게 입맞춤을 해줬다.


“나 합격이랑 또 좋은 일이 있어요”


“또 뭐가 있어요?”


“교수님이 나를 추천해 주셔서 1학기 마치고 바로 취업할 것 같아요”


“1학기 마치고.. 그럼 오빠는 1학기 마치면 바로 취업하는 거예요?”


“아마 그럴 것 같아, 그리고 어딘지 안 물어봐요?”


“어디로 가는데요?”


“우선 확정된 건 없는데 아마 1학기 마치면 프로팀에 가게 될 것 같아요”


“음.. 프로팀이면 좋은 거예요?”


“프로팀이 내가 갈 수 있는 제일 좋은 곳이야~”


“아 그래요 그런데 오빠가 프로팀에 가면 이젠 오빠랑 같이 할 시간이 얼마 없다는 얘기네요..?”


“아 그렇게 되나, 그래도 좋은 일이니깐~ 가기 전까지 매일 만나면 되지~”


“네 아무튼 너무 축하해요 오빠.”


“우리 이제부터 매일 봐요”


“알았어요”


그녀의 알았어요 란 마지막 말에서 나는 약간의 씁쓸함을 느꼈지만 분명 그녀 또한 함께 기뻐하며 축하해 주었다. 지금부터 준비해야 할 것들이 많아 더 바빠질 것 같다고 말해주었다.


다음날 오전부터 진희에게 문자메시지가 와 있었다. 나는 기쁜 마음에 아침부터 오빠가 보고 싶었구나 라고 답을 보냈다. 곧바로 답장이 왔는데 평소처럼 저녁이 아닌 오후 3시쯤에 체육관에서 보자고 하였다. 평소에는 과제가 많아 바로 답장이 온 적이 없었다. 하지만 뜬금없는 그녀의 연락에 나는 아무것도 모른 채 오후에 그녀를 만나러 나갔다. 그녀는 평소와 다르게 모자를 푹 눌러쓰고 체육관 구석에 있는 의자에 앉아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진희야 갑자기 왜 지금 보자고 했어?”


“오빠 아무것도 묻지 말고 내 말을 들어줘요”


“어 알았어 뭔데?”


“우리 이제 그만 만나요..”


“어?? 뭐라고??”


“아무것도 묻지 말고 그냥 헤어져 줘요”


“아니 내가 뭐 잘못한 거 있어?” (실은 이때 며칠 전 내가 너무 성급하게 나간 스킨십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아니요 오빠는 잘못 없어요. 다 제 잘못이에요. 그러니깐 제발 묻지 말고 헤어져 줘요”


“아니.. 그럼 대체 왜..”


“그럼 저 이만 갈게요" 그녀는 그녀의 할 말만 하고 체육관 밖으로 나가 버렸다.


“어....”


아무 예고없이 들어온 그녀의 일방적인 통보에 나는 썩은 고목처럼 그곳에서 아무것도,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한동안 서 있었다.


“역시 사랑이란 건 어렵구나 생각처럼 되지 않는구나”라는 혼잣말을 했다. 처음 겪는 실연 앞에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아무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냥 멍하니 서 있었다. 잠시 시간이 흘렀다.


‘결국 우리는 이렇게 헤어지는군요’ 라고 이별을 자각하자 눈물이 소리 없이 마중을 나왔다.


아무도 없는 텅 빈 체육관 관중석 의자에 앉아 눈물을 훔쳤다. 짧은 만남이었지만 그녀와의 추억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추억이 끝나면 이별을 통보한 그녀의 모습이 보였고, 내 안에서 고운 그녀와 미운 그녀가 무한히 반복되었다.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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