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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름낮의 꿈

7월 이야기

by 민감성



유명한 소설의 제목을 살짝 바꿨다. 사실 이만한 제목도 없다. 한 여름밤의 꿈이라는 달콤하기도 하고 잠들지 못하는 밤의 여정을 이야기하기에 이만한 표현도 없는 것이 사실이다.


7월의 무더운 여름날 진정한 여름을 느껴보기 위해 한 낮의 길로 향했다. 현재 시각은 오후 1시 30분, 온도는 35°를 가리키고 있다. 엄청 덥고 숨이 막힐 거라 생각했지만, 생각보다는 그렇게 덥지 않았다. 견딜만했다. 예전 필리핀에서 느꼈던 숨 막힐 정도의 여름은 아니었다.


하천 옆에 있는 카페에 더위와 스트레스를 피해 시원한 음료를 마시는 사람들을 보였다. 그들이 마시는 한 모금의 시원한 목 넘김을 상상해 본다. 나도 저기의 일원이 되어 아이스커피 한잔 마시는 상상을 해본다. 고개를 돌리자 그 시원한 카페와 커피는 사라졌다.


땀은 목주름 사이사이 와 등줄기를 타고 흐른다. 모자 밑으로 흐르는 땀은 눈을 찌른다. 찌는 듯한 태양빛 아래를 걷고 있으니 어느 순간 매미소리가 그 모습을 드려낸다. 본격적인 여름 시작의 알람을 울린다.


길바닥에는 말라죽어 있는 수많은 지렁이들 사체가 널브러져 있다. 이런 것을 보다 보면 생명의 순환이랄까 자연의 섭리랄까 그런 것을 생각하게 된다. 삶에 대한 깊은 사색을 하다가도 더위에 지쳐 바람마저 더운 바람이 불었다.

그렇게 많던 러너들도 지금은 보이지가 않는다. 당연하다. 건강하려고 달리는 데 이런 날은 달리지 않는 것이. 오히려 건강스럽다. 때마침 한 명의 러너를 옆을 스쳐간다. 구릿빛으로 그을린 어깨와 팔 그리고 허벅지와 종아리를 보면서 그의 짬을 알아본다. 점점 멀어져 가는 베테랑을 보면서 이 더위가 꺾이고 나면 나도 한 번이라고. 생각해 본다.


되돌아오는 길 버스 정류장 근처에는 아침마다 혼자 나와서 홀로 떠드는 사내를 만난다. 아침 말고 이 시각에. 다시 만나니 반갑기도 하다. 인사를 걸어도 홀로 미소 지으며 자신 안에 누군가와 대화할 뿐이다.


그의 눈에는 어떠한 세상이 보일까? 그리고 그에게는 어떻게 세상이 다가올까 궁금하다. 그의 미소는 해맑지만. 그의 발에는 검정 고무신을 신겨져 있다.


잠시 걸었을 뿐인데 오만가지 생각이 내 머릿속을 스친다. 샤워를 한 후에도 몸에 열기는 쉽게 가시지 않는다. 무리는 말아야겠다. 그동안 핸드폰에 빼앗겨 버린 내 시간을 되찾은 듯싶다. 모처럼 내 생각이 나를 이끌어서 좋은 한낮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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