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심코 지나가는 것들
가족 간에 문제가 발생하면, 제대로 사과하지 않고 지나가는 일들이 종종 생긴다. 사소한 문제로 논쟁을 하다 한쪽이 화를 내고 끝내는 일이 자주 있다. 하지만 이때 문제는 서로 사과를 하지 않고 넘어가는 일에서 생겨버린다. 이미 사회성에 찌들어버려 자신의 이익에 따라 행동하게 된다. 아무리 가족일지라도 말이다.
가족 아닌 사람 즉 남들에게는 함부로 말하지 못하는데 가족이라고 말을 험하게 한다거나 가족의 말에 귀 기울여주지 않는다. 예를 들어 스포츠 재활을 전공한 나로서 다쳤을 때 이렇게 해야 회복이 빨라진다 말을 해줘도 들은 척도 안 하고 의사가 처방해 주는 대로 한다. 그러나 의사의 처방이나 내가 말해준 것이 똑같은데도 내말에는 신빙성을 가지지 못한다.
이렇다 보니 서로에 대한 신뢰가 잘쌓이지 않는다. 어느 가족이나 그렇겠지만 우리 가족 또한 그런 편이다. 각자 자존심만 내세운다. 그렇다고 서로가 잘나거나 똑똑한 편이 아닌데 말이다. 서로의 생각이 맞다고 주장하다 나중에 결론이 나와도 자신의 뜻을 쉽게 굽히지 않는다. 만약 맞는 편의 주장을 펼쳤다면 더욱 의기양양해져 자신의 주장에 살을 더 붙여 공격하고 상대방에게 구박을 준다. 그럼 듣기 싫어도 한동안은 들어줘야 한다. 패배자의 의무랄까? 암튼 그렇다.
반대로 틀린 주장으로 결론이 났을 경우 나는 그나마 내가 틀렸다는 것을 자인하는 편이지만, 우리 가족 중 일부는 그것을 자신의 주관적 견해로 탈바꿈하여 잘못된 주장을 희석해 버린다.(물타기를 한다.) 할 말 없게 만들어 놓고서는 자신의 주장은 틀린 것이 아니라 남들이 생각하는 것과 다르다는 새로운 주장을 나불댄다.
그냥 사과하고 끝내면 좋으련만 쉽게 인정하지 않는다. 어릴 때는 부모의 중재 하에 서로 사과를 하고 잘못을 인정하며 더욱 친하게 지내는 계기가 되었지만, 이미 머리는 커지고 귀는 작아져 버린 성인이라 부모의 말도 더 이상 귀에 들어가지 못한다. 서로가 내가 살아온 인생과 내가 생각하는 인생이 맞다고 각자의 세계관에 파묻혀 버린 것이다.
뭐 따지고 보면 자신의 생각대로, 자신만의 인생을 사는 것이 맞는 말이기도 하다. 하지만 조금 서글픈 것은 나이가 들수록 생각이 보편화되는 것이 아닌 점점 본인 인생의 틀대로 세상을 바라보는 것이다. 가족으로써 그것 한가지가 아쉬울 따름이다.
흔히들 명절날 모여 서로 대화를 하다 싸움이 자주 일어나는 경우도 이에 해당한다. 가족 중에 돈을 잘 버는 사람이 대화의 중심에 선다. 그를 중심으로 대화가 대부분 이어진다. 그 반대인 사회적으로 기반을 잘 잡지 못한 가족은 집에서도 대접을 잘 받지 못한다. 마치 쭈굴이처럼 구석에 자리를 잡는다. 참 희한하게도 말이다. 다 같은 사람인데 갈라지는 것을 볼 때면 이럴 때 사람들이 참 가엽다.
서로 오랜만에 봐서 그동안 있었던 일이나 옛날 얘기를 나누다 누구 하나 농담으로 예전의 실수나 잘못된 일을 들춰냈을 때 웃으면 지나쳐도 될 법한 얘기인데도 그것이 누구에게는 그냥 못 지나가는 서운한 것이었을까? 어느 순간 큰소리와 아쉬운 소리를 입 밖으로 낸다. 이럴 때 한창 달아올랐던 좋은 분위기가 한순간에 차갑게 변한다. 사람들 다 보는 앞에서 네말이 맞네, 내말이 맞네하며 싸우기 시작한다. 그러곤 다신 이 집에 얼씬거리나 봐라 하며 각자의 집으로 그곳에서 탈출 한다. 그렇게 끝나는 명절들을 많이 보냈다. 사람들은 왜 분위기가 좋을 때 서운한 이야기를 꺼내는지 모르겠다.
모든 것는 입에서 시작한다는 이 말처럼 말 한마디로 많은 것을 얻기도 하지만, 그 반대로 모든 것을 잃기도 한다. 나도 최근에는 입이 조금 거칠진 것을 느낀다. 옳은 말이라도 기분 좋게 해야 하고, 바르게 해야 하거늘 감정이 내 말에 앞서는 경우가 종종 있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내 감정이 내 말보다 뒤에 오게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말이다. (이럴 때 나는 나이를 헛 먹은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결론은 가족간에는 서로 고운 말을 사용하자는 것이다. 그리고 사과할 일이 있다면 사과하는 것이 좋다는 것이다. 최근 코스모스를 읽고 있다. 책에서 나온 내용을 토대로 이야기 하자면, 우주적 관점에서 내가 우리 가족과 인연이 된 것은 엄청난 확률의 기적을 뚫고 만들어낸 일이기 때문이다. 그 엄청난 걸 이겨내고 만난 우리가 싸워야 되겠는가 말이다.
나도 오늘은 뜬금없지만 가족에게 사랑한다고 말해주고 싶다. 사랑한다고 했다고 왜 평소에 하지도 않는 말을 하냐고 또 싸우는 건 아닐지 심히 걱정이 된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