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일을 휴일답게
휴일 전날 밤 내일 하고 싶은 것과 해야 할 것들을 생각하며 잠이 든다. 하지만 어제의 다짐은 온데간데없고, 요즘과 같이 추운 날씨엔 그저 집에서 대부분을 누워 있는다. 귀찮아서 그렇기도 하고, 딱히 보면 꼭 해야 하는 것이 아닌 것들을 계획했던 거라 안 해도 그만이지 뭐 하면서 휴일을 시작한다.
사실 휴일에는 집에서 느긋하게 보내는 것을 좋아한다. 중요한 약속이 있을 때 아니면 대부분은 집에서 지낸다. 밖을 나가는 일은 개와 산책할 때 그리고 운동할 때를 제외하고는 없다. 특히 비가 내릴 때는 있던 약속도 무르고 집안에 머물려 빗소리를 듣는다. 그러면 포근함과 함께 행복함이 느껴진다.
반대로 어렸을 적에는 아버지에게 사내아이가 너무 집에서만 있다고 동생처럼 밖에 나가 놀라고 혼이 난 적이 있을 정도로 집에 머무는 것을 좋아했었다. 딱히 할 것도 없으면서 말이다. 그러다 보니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휴일을 보내는지 궁금해졌다. 뭐 이런저런 연유로 내가 휴일에 무엇을 하는지 한번 정리해 보기로 했다.
우선 늦게 자든 일찍 자든 아침 7시면 눈이 저절로 열린다. 일어나고 싶어서 일어나는 것도 아니지만 아무리 늦게 자도 아침 7시에는 새로운 하루가 시작된다. 누군가는 쉬는 날인데 좀 더 자는 것이 어떠냐 물어볼 수도 있겠지만 한때는 피곤하니 오늘은 한번 마음잡고 한 10시 넘어서까지 자야지 하는 생각도 품었지만 한번 열린 내 눈은 닫힐 줄 모른다. 나와는 다르게 우리 누나는 하루 종일 잘 수도 있는 능력을 지녔지만 내게는 그런 능력이 없는 것 같다.
10년을 넘게 함게 산책해서 인지 산책은 녀석들에게 맡긴다. 비몽사몽인 정신으로 개와 함께 산책을 나선다. 그럼 자기들이 가고 싶은 방향으로 나를 이끈다. 산책길에서 너무 벗어난 곳이 아니라면 기꺼이 가준다. 그렇게 1시간 정도의 산책을 마치고 돌아오면 간식을 챙겨주고 나는 씻는다. 허겁지겁 먹는 녀석들을 보면서 아직도 건강하다는 것에 감사함을 느낀다.
내 일상 되어버린 김어준의 뉴스공장을 유튜브로 틀어놓고 아침을 먹는다. 예전에는 아침을 잘 챙겨 먹진 않았지만 개와 함께하고부터 산책을 다녀오면 식욕이 생긴다. 아침을 먹은 후 잠시 오늘은 뭐를 하지 하는 생각의 시간을 잠시 갖는다. 다이어리에 쓰여 있는 오늘의 할 일을 확인하고, 또 생각난 오늘의 해야 할 일을 적는다. 기본적으로 독서와 일지 작성 그리고 운동으로 나눈다.
일지는 두 종류가 있다. 일적인 것과 개인적인 재활과 주식 일지이다. 매일 쓰는 것이 습관이 되다 보니 매번 특이한 것은 없지만 그래도 누적된 것을 보면 꾸준히 성장(?) 하고 있다는 착각이 든다. 계획을 수립해서 무언가 한다는 것이 얼마나 삶에 큰 도움이 되는지 뒤늦게 안 터라 현재는 모든 것에 계획을 세우고 진행해 나간다. 일도 운동도 주식도 말이다. (예전에는 왜 계획 없이 살았는지 후회가 된다.)
아침에 이것저것 하다 보면 대략 10시쯤 된다. 많은 것을 해치웠는데도 아직 10시라며 하루를 알차게 쓰고 있다는 것에 묘한 행복함이 밀려온다. 아직 많은 시간이 남아 있기 때문이라는 만족감에서 오는 행복함 인 것 같다. 이때는 보통 책을 읽던가 지금처럼 글을 쓴다. 글을 쓰는 비중이 더 많긴 하다. 다른 때보다 집중력이 좋기 때문에 글의 내용이 머릿속에 마구마구 쏟아난다.
글을 쓸 때 무엇을 쓸까 고민하기보다는 평소에 틈틈이 메모한 것들에 살을 붙여 가면서 온전한 글로 만든다. 만약 글 쓰는 것이 힘든 분이 있다면 강원국 작가의 <나는 말하듯이 쓴다>라는 책을 추천한다. 이 책에는 작가도 글 쓰는 방법뿐 아니라 자신은 어떻게 글을 쓰는지에 관한 여러 방법들을 알려주어 나 또한 많은 도움을 받았기에 글쓰기에 고민이 있는 분들이라면 분명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대략 2시간 정도 글을 쓰다 보면 머리가 뜨거워지는 것을 느낀다. 그럼 나도 하루키처럼 잘 써지는 글도 잠시 멈추고 강제적인 휴식을 갖는다.(흉내만 내본다.) 어떤 이는 글이 잘 써질 때 많은 글을 써 내려갈 수도 있지만, 나는 한 번에 쓰지 않는다. 그 이유는 글을 쓸 당시 미쳐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이 생각나기도 하고, 그때는 미쳐 보이지 않던 어색한 단어와 불필요한 문장들이 다시 보면 보이기 때문이다.
글에 집중했던 덕분일까 이때쯤은 머리와 배가 에너지를 달라고 신호를 보낸다. 점심은 웬만해서는 집에 있는 것들로 끼니를 해치운다. 집에서 먹는 이유 중 하나는 나가기 귀찮은 것이고, 두 번째는 근처 맛집이 없다. 또한 나는 가는 곳만 가는 성향이다 보니 날의 간격을 두고 외식을 한다.
점심을 먹으면 식곤증이 엄청나게 밀려온다. 그럼 가차 없이 낮잠 모드에 돌입한다. 짧게는 30분 길게는 2시간 정도 낮잠에 취한다. 낮잠을 자면 나는 무조건 꿈을 꾼다. 꿈에서 깨어나면 정신이 더 없다. 한동안 멍하다. 그러고는 ‘아 내가 낮잠을 잤었지’ 하고 차츰 정신을 차리게 된다. 가까스로 정신을 차리고 나면 내 발밑 옆구리 쪽에 강아지들이 함께 자고 있는 것을 발견한다. 어쩐지 꿈에서 몸이 마음대로 안 움직이더라니라고 그 이유를 알게 된다. 곤히 자고 있는 녀석들을 볼 때마다 사랑스럽다.
이때는 다시 한번 유튜브로 최욱의 매불쇼를 듣는다. 왜 보는 것이 아니고 듣느냐라고 썼느냐하면 틀어놓고 다른 볼일을 보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관심이 있는 주제나 인물이 나오면 제대로 본다. 최근에 나태주 시인이 나왔다. 최욱 특유의 유머로 경제와 정치 이슈를 알기 쉽게 다루어서 좋다. 여기서 잠깐 예전에도 말했지만 다시 한번 말합니다. 나는 진보 쪽 성향이고 민주당 성향입니다. 그리고 김어준과 최욱을 좋아합니다. 저와 반대이신 분들에게는 죄송합니다. 정치적 성향이 다를 뿐이지 같이 글을 잘 쓰려고 노력하는 사람입니다.
그렇게 40대로써 정치와 경제분야의 공부를 하고 나면 슬슬 몸이 근질근질해진다. 하루 종일 앉아 있거나 누워 있어서 몸을 좀 움직이라고 이번엔 다리가 신호를 보낸다. 그럼 달리기를 하거나 나 축구 연습을 하러 간다. 부상에서 이제 막 회복한 터라 예전만큼은 못하지만 달리기는 한 3~5km 정도 느리게 달리거나 1시간 정도 축구 연습을 한다.
만약 날씨가 좋지 않거나 귀찮은 날은 하천 길을 1시간 정도 걷는 것으로 대신한다. 땀을 흘려도 좋고, 걸어도 좋은 이유는 머릿속에 가득 찼던 고민들을 내던져 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이것을 생각 던지기라고 칭하는데 내가 가지고 있는 고민이나 스트레스 등을 다른 곳으로 나에게서 떨쳐내 버리는 것이다. 운동 중에는 스스로 해소가 되고 걷는 중에는 가상 속의 인물에게 그 짐을 덜어낸다.
운동 후 샤워를 하고 한다. 전신 거울로 몸의 변화를 찾아본다. 아직 예전에 있던 복근은 돌아오지 않았다. 얼마나 운동을 해야 예전처럼 될지 부상 후 2년 정도 운동을 제대로 못했으니 2년은 제대로 운동을 해야 돌아올 듯하다. 예전 같았으면 조급했을 나였지만 지금은 느긋하게 마음을 먹고 진행 중이다.
저녁 식사 후 뭐 볼 거 없나 하고 넷플릭스나 쿠팡 등에서 새로운 무언가를 검색해 본다. 봤던 영화를 또 보는 경우도 있지만 웬만하면 아직 보지 않았던 영화를 우선시한다. 많은 명작들을 이미 봤기에 새로운 명작을 찾는데 시간이 많이 걸린다. 하지만 가끔씩 찾게 뵈는 보석과 같은 숨은 명작들이 있기에 지금도 계속 영화들을 찾아본다.
가령 얼마 전에는 일본 영화인 ‘내가 살고 있는 두 개의 세계’라는 영화를 보았다. 이 영화 또한 2024년에 개봉한 영화이지만 난 올해 1월에 알게 되어 봤다. 청각 장애인 부모에서 태어난 보통 청력을 지닌 아이(코다)의 세계를 그린 영화이다. 볼만한 작품이 아닌 꼭 봐야 하는 작품으로 소개하고 싶다.
또 최근에 찾은 일본 드라마를 소개하자면 ‘히라야스미’(매일 휴일)라는 드라마이다. 일본의 젊은이들이 살아가는 소소한 재미가 있는 드라마이다. 나오는 등장인물들이 일본에 가면 어디에나 있을 법한 인물들이어서 좋았다. 이 드라마는 강추까지는 아니지만 일드를 좋아하신다면 가볍게 볼만하다.
대강 내 휴일은 이렇다. 뭔가 엄청 많은 것을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귀찮아서 계획대로 하지 않을 때가 더 많고, 집에 누워서 핸드폰 보는 시간이 더 많다. 그래도 꾸준히 해가는 편이다.
에쿠니 가오리의 당신의 주말은 몇개입니까에서 제목을 따왔습니다.
자 당신의 휴일은 어떠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