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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감성 Jan 03. 2023

관심

- Interesting things -



  살면서 이래저래 여러 사람들을 만나다 보면 가끔 어딜 가든 이곳엔 무엇이 유명하고, 그 지역의 기가 막힌 맛집을 잘 알고 사람을 만날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나는 신기해하며 물어본다. 어쩜 그리 잘 아느냐고 그들의 대답은 대충 거의 비슷하다. 뭐 어찌하다 알게 되었다고. 


  내가 이 이야기를 꺼내는 이유는 나는 내가 관심을 가지는 것 이외 것들에는 관심을 잘 가지지 않는다. 일본이나 호주에 있었을 때도 가끔 만나는 친구 중에는 그 곳에 도착하자마자 이리저리 발품을 팔면서 돌아다니는 친구가 있었다. 나의 경우는 내가 필요로 하는 목적만 달성되면 언제나 에너지가 바닥나 듯 집이든, 백팩커든 어디든 쉬고 싶다는 마음뿐이었다. 그렇게 며칠 묵은 숙소에서 나는 그 숙소에 머무는 다른 나라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시간을 보내는 것과는 달리 다른 친구들은 아침에 주위 좀 둘러본다고 나갔다가 저녁이 되어서 돌아오는 일이 대부분이었다.  


 함께 저녁을 먹으면서 밖을 싸돌아다녔던(내입장에서) 친구와 그 날 자신이 경험한 모험을 간접적으로 체험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와 같은 친구들은 그때 이미 알고 있었던 것일까? 이번이 아니면 두 번 다시는 이곳에 오지 않을 거라는 걸 말이다. 그렇기에 없는 시간을 내어서라도 태어나서 두 번 다시는 못 올 이곳의 풍경과 추억을 담으려 했던 것이 아닐까 하고 나는 조심스레 그들의 마음을 유추해 본다. 나는 나대로 그들은 그들대로 각자에게 맞는 시간을 보낸 것인데, 나는 가끔 후회를 한다. 나도 보다 더 모험적 이거나 더 도전적이었다면 지금보다 더 풍부한 내가 되었을텐데라고 말이다.


  여기서 잠시 나에 대해서 조금 알아야 이해가 되는 부분이 있어 짚고 가야 할듯하다. 나는 정말 밖에 싸돌아다니는 걸 좋아하지 않았다. 기억을 되짚어 보면 어려서부터 가지고 있던 태생적인 습관이라고 말해야 하나, 문득 떠오른 기억은 하나는 방학이면 하도 집에만 머물러 있기를 좋아하니 오죽하면 엄마가 돈까지 내어주며 남자는 밖에서 시간을 보내야 한다며 나를 밖으로 내 보냈다.( 엄밀히 말하면 돈으로 나를 매수하고선 내쫓아냈다.) 저녁 5시 이전에는 들어오지 말라며 말이다. 나는 몇 푼 안되는 돈을 갖고서 이걸 가지고 5시까지 나 홀로 뭘하나 고민을 하다가 되돌아온 일도 있었다. 어찌됐든 밖에서 버텨내야 했던 것이다. 


  물론 친구가 없었던 것도 아니었지만 그때는 왜 그랬는지 엄마가 있는 집은 아늑하고 편안해서 마냥 좋았다. 집으로 놀러 오셔서 나를 보신 어르신들은 “넌 남자가 왜 이리 내성적이냐”라며 핀잔 같은 말을 내게 자주 하곤 했는데, 나는 그때까지는 그 말이 좋은 의미인지 나쁜 의미인지 잘 몰라 그냥 한 귀로 흘러들었다. 다 나 잘 되라고 하신 말씀이신 줄로만 알았다. 지금도 내게 관심이 있으니 해주신 말이겠거니 한다.


 다시 전에 이야기로 돌아와, 이러 저리 잘 돌아다니는 친구들을 몇 번 만나다 보니, 그들과 내 차이점을 생각하기 시작하였다. 그리곤 항상 같은 질문을 그들에게 던지고 했었다.


 “너는 어쩜 그리도 밖을 잘 돌아다니냐??”


  그러면 그 친구들은 그냥 좋으니깐 이란 대답과 꼭 한번 와 보고 싶었던 곳이라는 대답을 해주었다. 나와는 안과 밖을 바라보는 세계가 달랐다. 나는 지금이 되어서야 이것저것 알아보는데, 그들은 나보다 한참을 한 10년 정도는 빨랐던 것이다. (지금은 다들 어디서 무얼 하며 사는지 궁금하다.) 그리곤 이 말도 해주었다. 


“네가 관심을 가지면 보고 싶어 할 거고, 알고 싶어 할 거야. 나도 네가 관심이 있는 건 관심이 없듯 너도 그렇지 않을까??”


  나는 이야기를 듣는 순간 묵답으로 수긍 아닌 수긍을 하였다. 그리고 잠시 그가 해준 말을 속으로 되새겼다. 


“관심이 생기면이라고.. 그렇다면 왜 저들과 나는 서로 관심을 가지는 게 다르지??” (속으로 생각했다.)


  분명 그들과 나는 태어난 시간도 다르고, 지역도 달라 자란 환경도 많이 달랐을 거라 생각했지만, 비슷한 나이대이니 생각도 비슷할 거라 생각했었는데 이정도 일줄은 몰랐다. 하늘과 땅과의 차이만큼 달랐다. 생긴걸로 보면 별반 차이없는데 뇌속에 들어있는 것은 몇세대 앞선 CPU를 달고 있는 놈들 같았다. 그들의 대답에 나는 내게 숙제와 같은 고민을 반복하게 되었다.


"그러고 보니, 난 여기에 뭐하러 왔지?" 


 라는 말을 속에서 생각날 정도로 내가 여기에 온 목적이 부끄러워졌다. 나와 그들의 관심의 가장 큰 차이는 바로 관심에서 비롯 되었다. 나의 관심이 그저 한번 가볼까 였다면 그들의 관심은 처절한 계획하에 움직였던 것이다.

                             


                                                                          - 1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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