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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감성 Feb 01. 2023

거울 속 사내

버릇


  


  어느 날 아침 화장실 거울을 보니 나와 닮은 사내가 있었다. 예전에도 몇 번 본 적이 있는 사내였다. 내가 인사하면 같이 인사하고, 미소를 보이면 같이 미소를 건네는 사내였지만, 평소에는 짜증 내는 듯한 인상을 쓰고 있는 사내였다. 그때의 그 사내는 나조차 꼴 보기 싫었다. 거울에 비친 사내를 보며 평소에 저런 얼굴을 하고 있었다고 생각하니 조금 씁쓸해 했다. 그래서 매번 거울에 비친 나를 볼 때면 이름을 불러주며 웃곤 한다. 그러면 마치 어렸을 적 내가 돌아온 기분이 들었다.


  예전부터 가족이 모일 때마다 있었던 일이다. 잘해보자며 시작한 가족 간 대화는 자꾸 아쉬운 소리만 하게 되었다. 그럴 때마다 우리의 대화는 부정적인 방향으로 흘러갔다. 점점 큰소리가 오가고, 언쟁을 하게 된다. 몇 번을 다짐했었는지 모른다. 말 조심하자며, 성질 내지 말자며 하지만 사십이 넘어가도록 잘 고쳐지지 않는 습관 중 하나이다. 말하는 태도에 대해서 가족들한테 가장 많이 충고를 받았다. 특히 동생에게 많이 들었다.


“형은 왜 그렇게 흥분을 하면서 말해?”


  이 말은 비록 가족에게 좋은 것을 이야기하더라도, 말하는 당시 내 태도에 흥분과 거침이 섞여 듣는 내내 기분이 나빠진다는 것이었다. 거울에서 봤던 그 사내가 그들에게도 보였던 것일까? 나는 감정이 얼굴에 고스란히 드러나는 사람 중의 한 사람이다. 나는 그들의 마음을 헤아려 기분을 알아내지만 그들은 내 얼굴을 헤아려 내 감정을 알아낸다. 이성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하며 살았는데, 지금 보아하니 나는 감정적인 소비를 많이 하는 사람이었다.

  

  상황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이번 우리 집에 연이어 발생한 사고 (누수로 인한 소송과 동파)를 겪으면서 알게. 되었다. 나는 일 처리에 있어 조급함을 가지고 있어 힘들어했다. 그러자 거울 속 사내가 다시 슬금슬금 나타나기 시작했다. 심적 여유를 가지려 명상도 해보고, 신경을 쓰지 않으려 책이나 영화 산책을 나가더라도 머릿속에서는 언제나 위 사건이 재구성되고, 되풀이될 뿐이었다. 조급해지니 불안해지고, 마음이 편치 않았다. 특히 동파가 되어 화장실조차 마음대로 이용할 수가 없게 되니 정말이지 답답했다.


  예전엔 참 많이 웃었는데 최근에는 억지로 웃어야지 하고 생각을 해야 웃게 된다. 버릇처럼 튀어나오는 거울 속 사내가 내 진짜 모습일까 아님 미소로 반겼던 사내가 나일까 혹시 둘 다 나인 것일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무엇이 되었든 간에 모두 나에게서 비롯된다고 생각하니 나만 잘하면 충분히 바꿀 수 있다는 사실에 안도를 한다. 보다 더 웃는 모습의 나로 변해가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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