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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감성 Feb 07. 2023

읽다가 쓰다가

글의 영감


  책을 읽다 보면 글이 쓰고 싶어진다. 작가들의 책을 읽으면 어느새 나도 작가들처럼 좋은 글을 쓸 수 있을 것만 같은 생각이 든다. 그래서 글을 써 본다. 쓰다 보면 다시금 책을 읽고 싶어진다. 왜 그런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집에서 쉬는 동안 평일의 평화로움에 대해서 느껴 본다. 백수 이거나 집에서 일을 하는 사람들만이 느껴지는 그런 평화로움 일 것이다. 평화로움이라고 표현했지만 실은 일 없는 사람이 바라보는 나른한 바깥 풍경이라고 해야 더 올바른 표현일 것이다. 책이 좋아 책을 읽는다. 읽으면서 내가 쓰고 싶은 글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어낸다. 그러면 곧장 책을 덮고 글을 쓴다. 여러 문장이 써지고 하나의 문단을 만들어 낸다. 그렇게 읽다 쓰다를 반복한다. 책은 여러 책을 번갈아 읽지만 글은 하나의 주제를 여러 번 나누어서 쓴다. 어느 작가의 책에서 이런 부분을 얻어 쓰고, 다른 작가의 책에서 다른 부분을 얻어 글을 쓰니 복잡한 글이 써지는지도 모르겠다. 아무렴 어떠하랴 내가 좋을 대로 쓰는 내 글인 것을 이라고 자기합리화로 위안을 삼는다.


   최근 취업을 하려고 여러 방면으로 알아보고 있지만 40세를 훌쩍 넘긴 나이에 일을 구하기란 참 쉽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파타고니아 창업주의 책을 읽고 맘에 들어 파타고니아에 지원하고, 나이키를 좋아해 지원했지만 역시 나이와 경력에서 걸리는 듯싶다. 이왕에 일을 할 거면 자기가 잘하는 일과 진정으로 좋아하는 일을 해야 하는 것 같다. 그래서 지금은 내가 잘하는 것과 좋아하는 일이 뭔지 조금 더 냉철하게 따져보고 있다. 


 책 읽는 것을 좋아하고 글 쓰는 것을 좋아하는데 나도 작가를 지원해 볼까 하는 생각도 해 보았지만, 글 잘 쓰는 분들이 너무 많다. 그렇다고 내가 특색 있는 글이나, 글을 잘 쓰면 모를까 기본기도 제대로 잡혀있는 않는 내가 과연 작가를 꿈꿔도 될는지 의문점이 든다. 내 글은 무엇이 부족한지 누군가 좀 알려주었으면 좋겠다. 


  물론 글을 배우려는 의지와 마음만 먹으면, 작가를 찾아가서 글을 배우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지만, 미쳐야 성공하는데 나는 아직까지 미치지는 않는 것 같다. 나도 언젠가는 책을 출판하는 생각은 가지고 있다. 실은 지금 쓰는 글은 미래의 나를 위해서 쓰는 글이다. 나중에 은퇴를 하고 나서 내 여생을 돌아보게 될 시점이 오면 젊은 날의 나는 무슨 생각을 가지고 있었을까 하는 것에 대한 답을 해주기 위한 글인 것이다. 


 어찌 보면 참 이상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내 글은 내 사진과 같다고 말하고 싶다. 사진을 찍어두면 오랜 시간이 흐른 뒤 낡은 앨범 속에서 기억에서조차 남아 있지 않았던 내 모습을 보며 이렇게 말할 것이다. 나는 이런 것을 좋아한다. 내 경험들을 토대로 지금의 힘든 상황이나 부분을 만회하거나, 위안 받고 있다. 비록 내 지니고 있는 기억이 진실과는 다르게, 좋은 경험과 추억들만 남겨진 대로 말이다.   


“내가 이럴 때가 있었구나” 와 “내가 이 사람과 여기에 함께 갔었구나”


  내가 읽어본 책의 대부분은 작가들의 삶이 스며들어 있었다. 아니 어쩌면 작가들의 삶을 조금만 바꾸어 작가 자신이 기억하고 쓰고 싶은 것만 간추려 써온 글 일 수도 있다. 나츠메 소세키의 글도 그러했고, 무라카미 하루키도 그러하고, 조지 오웰도 피천득도 그러했다. 주제넘은 소견일 수도 있지만, 그들의 책을 읽으면서 나는 그렇게 느꼈다. 오늘도 책을 읽고 한동안 써오지 못한 글을 썼다. 물론 이번 글도 중구난방이 되어 아쉽다. 그래도 이렇게 써 내려간다는 것에 의미를 두고 미래의 나에게 주는 작은 선물이라 생각하고 글을 써본다. 책을 많이 읽다 보면 더 많은 글이 써지고 싶어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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