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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감성 Feb 22. 2023

함께 걷고 싶은 길

백령도 이야기

  


  살면서 수많은 길과 마주했고 걸었다. 그동안 걸었던 길은 그 쓰임 혹은 목적에 따라 몇 가지로 나뉘는데, 몇가지를 나열해 보면 홀로 생각에 잠겨 걷는 철학의 길, 손을 마주 잡고 도란 도란 걷는 산책길, 힘들지만 오르고 나면 한결 개운한 산길, 숲이 우거지고 새소리가 반기는 오솔길, 바다내음이 가득한 해변길 등이 있다. 


  여러 나라와 많은 장소를 가 보았지만, 좋은 사람이 생기면 함께 걷고 싶은 길이 몇 있다. 좋은 사람이 생기면 이라는 미래의 의지를 담은 것이지만, 보는 것만으로도 누군가와 함께하기에 좋을 것 같은 멋진 길들이었다. 함께 걷는 것만으로도 홀로 걸을 때보다 더한 행복감을 느낄 수 있는 길이지 않을까 싶다. 


  4시간의 배를 타고 백령도에 도착해, 잠시 쉰 후, 백령도를 여기저기 돌아다니다 섬 어딘가 한 모퉁이에서 길게 펼쳐진 해변을 발견하였다. 서서 한참을 바라보았다. 석양에 금빛색 바다가 찰랑거리고, 황금빛을 머금은 바다를 바라보니, 내 지난날의 그 무언가 그리웠는지 끝내 눈물이 흘렀다. 그동안 겹겹이 쌓여 있던 아픔을 바닷바람에 어디론가 날려 지워져가는 느낌을 받았다. 이곳을 언제 또 올수 있을까 하는 생각하니 그 아쉬움은 더욱 진했다. 이 해변길이라면 곁에 함께 걸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사람도 분명 나와 같은 치유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10여 년 전 Australia (Goldcoast and Mallacoota)에서 그곳의 풍경을 보았을 때 세상에 이런 곳이 다 있구나, 마치 천국이 있다면 이런 풍경일 거라고 생각할 정도로 아름다웠다. 이 좋은 것을 나만 경험하게 돼서 너무나 아쉬웠다. 그리고 나는 어쩌면 지금 천국과 같이 아름다운 곳에서 살고 있구나라고 생각하고 이곳에서 살고 싶다고 생각했었다. (해외 이민은 끝내 허락되지 않았지만)


  이번 여행을 하면서 호주와 마찬가지로 숨겨진 곳의 보물을 발견한 느낌을 받았다. 아무 말 하지 않고 묵묵히 걸어도 그저 좋은 길, 말보다 더 소중한 것을 함께 한다는 느낌이 받는 길이 이번에 내가 다녀온 길이다. 전에는 그곳에서 살고 싶었지만, 이번엔 꼭 다시 좋은 사람과 함께 오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물론, 좋은 사람과 함께라면 동네 뒷길도 분명 좋은 길이 될 테지만, 아름다운 곳의 멋진 길을 보니 좋은 사람과 함께 걷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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