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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감성 Apr 22. 2023

소개팅을 못하는 남자

그 두번째 이야기



 




  지난 번 소개팅의 결과는 보기 좋게 차였다고 한다. 그것도 소개팅 당사자가 아닌 주선자에게 다른 사람 만났으면 한다는 얘기를 대신 들었다고 한다. 이 동생을 만나 소개팅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 문제는 소개팅이 잘되지 않은 것을 자신의 탓으로만 몰아가고 있었다. 그 누구도 너의 그것이 문제야라고 하지 않았는데, 이놈은 자신의 모자람, 자신의 외모, 자신의 말주변, 자신의 모든 것들이 문제라고 자신을 비난하기 시작했다. 물론 다른 사람들이라면 너는 문제없어 서로가 안 맞는 거야라고 말하겠지만, 나는 아주 따끔하게 너의 그런 태도와 생각이 문제라고 말해주었다. 

 실제로 한 번도 소개팅을 해보지 못한 내가 생각하는 소개팅도 첫인상(외모)가 많은 부분을 차지할 수밖에 없다. 사진을 보고 만나기도 하지만 사진이 어디 실제와 똑같을 수 있으랴. 사진에서 봤던 외모에 대한 기대만 가지고 갔다가 실망하는 사람들을 꽤 많이 보았다. 외모에서 실망이 있을 경우 보통은 대화를 통해서 그것을 메꾸어 나간다. 자신의 가치는 외모가 다가 아님을 대화로써 어필을 하거나 드러내게 된다. 하지만 이 동생의 경우 말주변도 그다지 신통치 않다. 매주 운동 후에 식사를 하거나, 커피를 마시면서도 이 친구의 대화는 언제나 아재 개그를 동반한 수준에도 못 미치는 개그를 할 때가 많았다. 내가 봐도 재미가 없으니 말 다 했다. 남자도 싫어하는 걸 여자라고 절대 봐줄 리는 없지 않은가.

  예를 들면 이런 거다. 소개팅 시뮬레이션을 우리끼리 해봤다. 내가 “취미가 뭐예요?”라고 물으니 그는 “독서요”라고 답하고, 나는 또다시 “그럼 어떤 책 주로 읽으세요?”라고 물으면 이놈은 “무협지요”라고 말한다. 나라도 싫다 무협지를 읽으면 독서라고 생각하는 남자. 물론 무협지를 좋아하는 여자를 만난다면 천생연분이겠지만 말이다.

  잠깐의 상황극을 해보면서 지금까지 이런 식으로 소개팅을 했으니 백전 백패가 분명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단호한 결의가 필요했다. 우선 이야기의 폭을 늘리기 위해 교양이 쌓이는 독서를 권하였다. 노벨문학상을 받은 책을 읽으면 좋겠지만 처음부터 어려울 수 있으니, 베스트셀러에 뽑힌 책 읽기를 권유하였다. 여기서 말해두고 싶은 건 독서가 정답이 될 순 없겠지만, 내가 아는 한 독서가 도움이 됐으면 됐지 방해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점에서 추천한 것이다. 어디까지나 본인의 의지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말이다.

 그리고 위에서 눈치를 챘을 수도 있는데 이 녀석의 대답은 늘 단답형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늘 나한테 혼난다. 궁금해서 물어보면 육하원칙까지는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그때 상황과 줄거리를 요약해서 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는데, 내가 “소개팅 어땠어? 혹은 영화 어땠어?”라고 물으면 “별 특이한 거 없는데요”라고 말을 끝낸다. 정말이지 묻는 말에만 답하는 걸 보면서 내가 여자도 재미없어 하겠다고 느껴졌다. 이 글을 읽는 분이라면 내가 내가 무엇을 궁금해하는지 다 아실 거다. 정말로 뭐가 있어서 물어보는 게 아니라 소개팅의 전반적으로 어떠했는지 이야기 해달라는 건데 이 동생은 언제나 늘 이런 식이니 그동안의 소개팅이 잘 되려야 잘 될 리가 없었을거다. 그래서 이야기를 좀 길게 이어가는 연습을 시켰다. 내가 영어를 처음 배울 때와 같은 방식으로 조금씩 늘려가는 방법을 알려 주었다. 다음번 소개팅은 잘 돼야 할 텐데.. 나는 괜한 걱정이 하나 생겼다.  

  어쨌든 소개팅이라는 게 상대방에게 호감(점수)을 얻어야 다음 만남도 기약하는 할 수 있는 거라 생각한다. 보자마자 실망인데, 대화는 더 가관이면 그 누구 좋아하겠는가. 모든 일에는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는 거 새삼 느끼게 되었다. 내가 봤을 때 참 착하고, 좋은 동생인데, 남자들에게는 호평을 받는 부분들이 이성에게는 호감으로 다가가지 못하는 것 같아 아쉽기만 하지만 짚신도 다 제짝이 있다고 하지 않던가. 더 좋은 사람들 만나기 위해 이루어지지 않는 인연이라 생각한다.

착한 동생 만나실 분 없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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