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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감성 Mar 20. 2023

봄은 오는가

아는 동생의 사랑이야기




 3월 들어서 한동안 감기로 고생을 좀 했다. 코로나 때와 증상이 비슷해 걱정을 했었는데 단순 감기였다. 하지만 가래와 기침 그리고 몸살로 일주일 정도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누워있었다. 어찌보면 코로나보다 더한 것 같기도 하다. 환절기가 되면 항상 감기에 걸리는 것 같았다. 봄에 태어나 유독 봄에 약한 모습을 보인다.

  

  어영부영 3월이 시작된 지도 20일이 지나고 있다. 밖을 보니 벌써 꽃들이 피기 시작했다. 감기로 시작한 3월이지만 희소식이 하나가 있다. 오랜 기간 동안 재활을 한 덕분에 발에 대한 통증이 거의 사라졌다. 아직 완전히 회복되었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최근에는 밖을 나갈 때 통증을 거의 느끼지 못한다. 그래서 요즘 이렇게 편할 수가 없다. 발에 통증이 없어지다 보니 자꾸 걷고 싶어졌다. 많이 걸으면 안 되는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하지만 4월부터는 또 다시 축구대회며 마라톤 대회가 시작된다. 하지만 전반기는 쉴 계획이다.  


  최근 오랫동안 함께한 아는 동생으로부터 S.O.S가 왔다. 앞뒤 전후 사정을 들어보니 이 동생은 그야말로‘YES 맨’이었다. 윗사람이 지시하거나, 내키지 않는 일을 시켜도 거절을 잘하지 못하는 사람이었다. 그러다 보니 모든 일을 혼자서 떠맡게 되자 그것에 대한 어려움을 호소하는 것이었다. 내 답변은 누구나 상상하듯 당연히“거절할 줄 아는 것도 예의”라고 말해 해주었다. 하지만 평생을 이렇게 살아온 친구라 그 습관이 쉽게 바뀌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정작 더 중요한 문제가 남아 있었다. 인간관계에 대한 힘듦은 그 밑밥에 지나지 않았다. 바로 이성 문제였다. 여자를 사귀어 본 적이 없는 이 동생은 최근에 소개팅을 하였는데, 그 여자와 연락하고 몇 번 만나 잘 되어가는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그 여자로부터 갑자기 답이 없었고, 며칠 뒤에 온 답은 그만 만나자는 것이었다.  이유를 묻기 전에 그래도 이런 건 만나서 얼굴을 보고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그 동생의 물음에  만나서 이야기를 가졌다고 하는데, 여기서부터가 본론이다. 그 여자는 이미 결혼을 한번 다녀오고 4살짜리 애가 있었다는 사실이었다. 듣는 나도 조금 흔들렸지만, 동생이 이 사실을 처음 듣는 순간에는 감정을 어찌할지 몰라 얼굴이 붉게 달아 올랐다고 했다. 동생은 왜 숨겼냐는 물음에 처음부터 이야기했으면 만나줄 거였냐고 그 여자가 되물었다고 했다. 그러자 아무말 못하는 자신에게 부끄러웠다고 했다. 만약 그 사실을 다 알았다면 만나지 않았을 거다. (내 생각이다.)  


  그 여자는 자신의 치부를 솔직하게 털어놓으니 속 시원함에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자신을 속였다는 생각에 괘씸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눈물을 흘리는 그 여자의 모습에 동생은 마음이 약해져 이해한다는 말로 그녀를 위로했다고 했다. 이후로 서로 생각할 시간을 조금 달라고 말하곤 헤어졌다고 한다. 그리곤 내게 이 사정을 털어놓은 것이다.  처음 이 이야기를 듣기 전 장난과 같은 말로 “형님 혹시 넷플릭스에 나올 만난 이야기 구독하고 들을 실래요??””라는 실없는 농담 같은 물음에 “나 이미 넷플릭스 구독했어”라고 되받아 쳤는데 그 알맹이는 유료 서비스를 받을만큼 어안이 벙벙했다.  


  이 이야기를 다 듣고 나도 뭐 이와 같은 경험이 없다 보니 딱히 해줄 말이 없었다. 저쪽은 이미 한번 다녀왔고, 애도 있으니 만나면 안 된다는 말도 웃기고, 총각인 네가 밑지는 장사라는 생각이 있었지만 말도 안 되기에 함구했다. 다만 네가 좋으면 만나는데, 네가 그 사람과 그 사람의 사정을 다 감당할 수 있다면 이라는 전제조건을 깔아놓긴 했다. 현재로서는 그래도 더 만나보고 싶다는 동생의 말을 듣고는 응원을 해줄 수밖에 없었다. 성인인 만큼 네 결정을 존중하고 모든 것의 결정은 네가 하는 것이다 라는 말을 뒤로 하고 우리 둘은 헤어졌다.  


  아끼고 좋은 동생이라 예전부터 좋은 사람을 만났으면 했다. 지금과 같이 복잡한 상황 말고 말이다. 하지만 인생이라는 게 어디 마음처럼 되겠는가. 집으로 되돌아오는 길에 그 동생의 인생 속에 나를 집어넣어 보았다. 만약 그 동생과 같은 상황이라면 나는 어떠했을까. 상당히 복잡한 수가 생기고 감당해야 할 것들이 보통의 관계보다 배이상 많이 발생할 것임은 틀임이 없다. 하지만 나는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내 인생의 주인은 나인 것처럼 행동할 것이다. 누구의 눈치를 봐서도 아닌, 내 체면을 위해서가 아닌 내가 좋으면 그만인 것을 택할 것이다. 후회를 하더라도 내가 할 것이기에. 내문제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하지만 여전히 쉽지만은 않았다. 


  오늘은 내 이야기가 아닌 내가 아는 사람의 이야기를 해 보았다. 나도 한때는 이와 같은 쉽게 풀리지 않은 고민들과 함께 많은 삶을 보냈다.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오늘도 여러 가지 문제들과 함께 살아간다. 다만 바란다면 이 동생에게도 따뜻한 봄날이 찾아오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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