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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감성 Mar 09. 2023

꽃이 필 무렵

3월 이야기






  한동안 글을 쓰지 못했다. 글을 쓰다가 다시 읽어보면 마음에 들지 않아 지우고 다시 쓰는 작업을 반복했다. 좋은 주제로 좋은 글이 써진 것 같아, 책에서 본 하루키처럼 오늘은 더 쓰고 싶어도 이만 멈추고, 쓰고 싶은 욕구가 생기면 더 써보자는 생각에 쓰던 것을 멈추고 일상을 돌아가 하루를 보냈다. 하지만 써놓은 글을 다시 읽어보면 역시 마음에 들지 않는 아쉬움과 허술함과 그리고 어색함 투성이었다. 


  역시 글은 아무나 쓰는 것이 아님을 새삼스레 느꼈다. 어제 비가 왔으면 비 오는 수요일이란 제목으로 글을 쓰고 싶었다. 원래 비가 오는 날에는 내 감수성이 예민해지는 날이라 글이 제법 잘 써지는 느낌이 들고, 창가 근처에 앉아, 빗소리를 함께 글을 쓰고 싶었다. 하지만 날만 흐릿했지, 비는 올 듯 올듯하다 결국 밤이 되어서 약간 내리는 정도라 하루를 기다린 나는 그렇게 허무하게 일찍 잠을 청했다. 


  그동안 내가 만났던 사람들에 대해서 글을 쓰려고 했다. 여행을 하면 만난 사람들, 축구를 하며 만난 사람들, 일을 하면서 만난 사람들, 그리고 개 산책을 하면 만난 사람들. 하지만 글을 쓰다 보니 이것저것 부연 설명들을 해야만 했기에 글은 결국 본 내용보다는 애매한 형용사들이 덕지덕지 난무한 읽기 거북하고, 깔끔하지 못한 글이 되어버려 시원하게 지워버렸다. 그러는 사이에 3월이 시작되었고, 결국 3월에 대한 글을 써보기로 했다. 


  3월에 태어난 나는 일 년 중 이달을 가장 좋아한다. 굳이 이유를 대자면, 봄바람 불어와서 좋고, 꽃들이 살포시 인사하는 그런 시기라 마음 싱숭생숭해져 좋다. 언제나 그러하듯 내 마음에도 봄이 찾아와 주길 매번 기도하고, 매번 바라지만 잘 이루어지지는 않는다. 어쩌면 그러길 간절히 바라는 그 마음을 즐기는 것일 수도 있다. 무언가를 이루어지기 전의 그 간절함을 말이다.(좀 이상한 설명이 되었다.) 


  내게 3월은 촉촉하고 모든 것의 시작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봄비라는 생명수에 모든 것이 새롭게 시작되는 그런 시기라는 느낌을 어려서부터 가지고 있었고, 내 몸도 그에 반응하듯 이때 가장 좋은 생명력를 발휘한다. 겨울내내 메말라 앙상한 가지처럼 시들었던 몸이 3월이 되어 촉촉하게 되살아나는 것 같고, 어딘가 숨겨놓은 비약를 되찾은 듯 힘이 넘친다. 


  그도 그런 것이 나는 작년 가을부터 족저 근막염이라는 병 때문에 최근까지 고생 중이었다. 작년에 JTBC 마라톤에 나간다고 무리하게 달리기 연습을 한 것이 결국은 발에 병을 얻게 되었고, 결국 마라톤은 나가지도 못했다. 그때부터 오랫동안 나를 괴롭히던 통증이 3월 들어서부터 급격히 호전되는 것을 느꼈다. (모든 것은 마음의 병이란 말을 다시금 상기시켜 본다.)


  다시금 트레드밀을 조금씩 달리고 있다. 작년의 경우 50분 정도에 10km를 달리는 수준이었다면, 지금은 아직 재활 중이라 2km를 30분 정도에 달리는 것도 부담 될 정도이다. 하지만 착실히 재활을 하고 있다. 처음으로 다시 달려보았다는 소식을 알리자 몇몇 친구들은 벌써부터 마라톤에 나가자는 김칫국을 제안해 주고 있다. 아마 올해 가을쯤이면 10km 하프 마라톤은 가능할 것으로 보이는데, 그것도 재발되지 않는다는 가정하에 그렇다는 것이다. 내 버킷리스트 중 하나인 풀코스 마라톤은 하긴 해야 할 텐데, 언제가 될지 의문이고, 그동안 마라톤을 위해서 사둔 장비들이 놀고 있는 것을 보면 마음이 아프다. 가끔씩 옷장과 신발장에서 잠시 잘있나 꺼내 보곤 하는데, 아픈 가슴을 부여잡고, 다시 고이 접어 넣어둔다. 다 주인을 잘못 만난 탓하라고 내 장비들에게 위로한다. 


  그동안 치료를 꾸준히 해오며, 내 부상의 원인을 곰곰이 생각해 봤는데 그 원인은 몇 가지가 있다. 그동안 알게 모르게 불어난 체중과 운동 전, 운동 후 나는 준비운동과 보강운동을 제대로 해주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올해부터는 착실하게 모든 것을 해주고 있고, 여러 논문들과 정보들을 취합해 보니 족저 근막염 치료는 부위별 스트레칭과 체중 부하의 움직임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하루에 틈이 날 때마다 스트레칭을 해주고 개 산책도 짧은 거리 위주로 해주고 있고, 산책을 하는 중간중간 스트레칭을 해준다. 만약 이 글을 읽는 분들 중 족저 근막염을 앓고 계신 분이 있다면 종아리, 허벅지, 발바닥, 스트레칭을 매일 여러 번 해주시길 바란다. 


  내게 3월은 모든 것의 시작을 알리는 달이다. 조금 시간이 더 지나 꽃이 만발해질 3월 말이 되면 여기저기 나이 불문, 지역 불문 커플들이 풋풋하고, 달달하고, 싱그런 봄꽃 데이트를 할 것이다. 또 많은 사람들이 봄나들이를 즐길 것이다. 만약 발의 회복이 더욱 빨리 좋아진다면, 나는 분명 봄을 즐기는 그들 사이에서 학의천을 달리는 즐거운 봄 러너들 중 한 사람이 되어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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