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여름이구나...
“ 지금이 한 8시 가량 되었을까? ” 라고 나지막하게 되물었다.
한산한 저녁, 서늘한 바람에 몸을 맡기려 길을 나섰다.
불어오는 바람의 틈과 틈사이를 내 망상과 바램으로 그 틈을 메꾸어 본다.
가끔 못다한 말들은 구름에 실어 보낼 때가 있는데, 오늘은 구름도 보이질 않는다.
예전의 말이 이제야 바람을 타고 내게 왔다.
그동안 길이 엇갈려서 못 만났을 거다.
바람대로 가는 길과 내가 살고자 하는 길이 같지 않았을 게다.
안부보다 먼저 미안함을 담은 말부터 들려왔다.
기억해준 것이 고마워 내 마음을 전해주고 싶었지만,
때마침 바람도 구름도 바쁜지 보이지가 않았다.
길 위에 달릴 수 없는 나의 삶은 영화와 책이 내 주된 하루고, 해가 지면 재활이 내 친구가 된다.
매번 반복되는 하루하루가 지겹다는 생각보다는
내가 대체 뭘하고 있는 거지 라는 의문에 멍 때리는 게 일상이 되었다.
멍 때리는 동안 나에게 끝없는 질문들을 쏟아내기 바빴다.
답을 채 찾기도 전에 다른 질문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질문 하나가 또 다른 질문들을 데려온다.
내가 가진 의문을 해소하고자 한 멍때리기가
오히려 질문들로 나를 가득차게 만들었다는 걸 알아냈다.
이런 젠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