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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감성 Aug 09. 2023

홀로서기 no.3 - Slow life

slow eating



- 천천히 먹기 -

  나이가 들어도 잘되지 않는 부분 중에 하나이다. 천천히 오래 먹으려 노력해 보지만, 내 턱관절의 움직임은 맛있는 음식을 만날수록 과속 페달을 밟은 듯 더욱 더 세차게 상하로 움직일 뿐이었다.  

  천천히 살아보기로 결심한 후,

  우선 천천히 해야 할 것들을 나열해 보기로 했다. 평소에 모든 것이 빠른 쪽에 속했던 나는 매일 행하는 것 중에서 자주 하는 것부터 찾아보기로 했는데, 그렇게 찾은 것은 바로 음식을 천천히 먹는 것이었다. 

 첫번째로 시도할 것을 천천히 먹기로 결정한 후, 의도적으로 음식을 오래 꼭꼭 씹었다. 씹는 횟수까지 헤아려가며 식사를 하였다. 처음에는 괴로울 정도로 자동적으로 목으로 넘어갔다. 하지만 되도록 이면 음식은 넘기지 않을려고 노력했다. 잘 아니 되었다. 그렇게 몇 번의 식사를 연습하고 나니 내 입속에서 아주 재미난 일이 벌어졌다. 

  내 입안에 들어오는 모든 음식의 맛이 입체적으로 살아나는 것이 느껴졌다. 그동안 양념 맛에 가려져, 혹은 아무 생각 없이 먹기에 급급해 음식이 가지고 있는 음식 본연의 맛을 내 혀는 모르고 살았다. 

  특히, 나물류를 씹을 때가 좋았다. 평소 고기를 좋아한 나였지만, 온갖 나물을 씹을 때 종류와 모양에 따라 씹는 식감과 맛이 제각각 다르고, 씀씀하거나 삼삼하게 느껴지는 것이 왜인지는 모르나 몸이 건강해지는 것 같았다.  

 

 저녁 식사 후 산책을 하며, 하루하루 음식 본연의 맛을 느낄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다는 생각에 다다를 때쯤 길 가장자리 따라 난 풀들을 보며 이 풀들의 맛은 어떨까 하는 경지에 이르렀다.

 

  천천히 먹기를 하다 보니 좋은 점이 또 있다. 많은 양을 먹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포만감이란 것이 그렇게 빨리 생길 줄은 몰랐다. 평소 먹는 양의 절반도 안 되는 양을 먹어도 배가 불렀다. 

  1년이란 세월 동안 제대로 움직이지 못해 살도 많이 쪘는데 얼마 하지도 않았는데, 그새 2kg가 빠져 버렸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단지 먹는 속도를 천천히 했을 뿐인데, 음식의 맛도 더 풍부하게 느끼고, 살도 알아서 빠지니 일석이조란 말을 여기에 쓰고 싶다.  

 1년 전 부상을 입은 당시에는 그저 불운이라고 생각했었다. 

그간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에 맞출려고 노력 했었는데 부상 후의 나의 몸은 “천천히 살아도 괜찮아” 라고 말해 주는 것 같았다.

그래서 천천히 살아보기로 결심했다. 세상을 쫓기보다는 나는 나만의 세상을 만들어 천천히 살아가기로 했다.

천천히 먹기 다음은 천천히 쓰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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