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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감성 Aug 13. 2023

홀로서기 no.4

Slow writing​



   글쓰기는 고등학교 시절 잠들지 못하는 날이면 추억을 남기기 위해 일기장에 글을 남기기 시작했다. 방학 숙제로 매번 밀리던 방학 일기와 다르게 쓰고 싶을 때만 쓴 일기라 더 깊은 내용을 쓸 수 있었다.


  인간이란  뭔가를 남기려고 하는 동물 같다.  문학에는 문외한이었던 나조차 이렇게 글쓰기를 좋아하는 걸 보니 말이다. 고교 시절 첫사랑이 생겨 마음속에 있는 말을 글로 남겼다. 물론 첫사랑은 실패했지만, 그 시절 그 아련하고 순수한 마음을 그대로 보내기는 너무 아쉬운 나머지 글로 남긴 것이 이 여행의 시작인 셈이다.


 그후로, 비가 오거나 감성이 무르익는 날엔 비밀 일기장을 펼쳤다. 군대에 가서는 그것을 편지지로 옮겨 글을 쓰게 되었고, 지금은 여기에 글을 쓴다. 원래 목적은 훗날 기억될 추억을 남기기 위해서 글을 쓰는 것이었지만, 지금은 공개적으로 글을 쓰니 남들에게 읽히고 싶어 글을 쓰는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나는 내가 쓰고 싶은 글을 쓴다. (관종인가 싶기도 하다.)


  시간이 지나면서 나의 글쓰기에도 많은 변화가 찾아왔다. 앉아 있는 시간이 많아질수록 글에 담기는 생각의 깊이와 차이는 많아졌다. 글을 잘 쓰는 편은 아니지만 솔직하게 담아내기 위해 홀로 고군분투한다. (비록 아닐지라도 말이다.) 10여 년 전의 글을 보면 순간순간의 감정의 변화를 글로 남겼고, 최근의 글은 내가 보고 나에게 비추어지는 그 모습 그대로를 담아내려 노력한다. (이것 또한 아닐지라도 말이다.)


  글쓰기를 본격적으로 시작하면서 어떤 때는 문득 글감이 막 터져 나올 때가 있다. 그럴 때는 핸드폰에 얼른 받아 적어 나중에 글을 쓸 때 다시 보면서 그때 내가 가졌던 감정을 그대로 이어 써 내려간다. 반대로는 글을 쓰다가 어떻게 이어져 나가야 할지 몰라 고민을 하기도 한다. 글이 써지지 않을 때는 그냥 내버려 둔 채 홀로 걷는다. 그렇게 동네를 가볍게 산책하면 머릿속에서 막혔던 부분이 자동적으로 해결되는 경험을 많이 했다. <몰입>이라는 책에서 보면 아마도 나도 걸으면 약간의 몰입을 했던 게 아닐까 생각한다. 


  책을 읽다 보면 작가의 머릿속에 잠시 들어갔다 나온 느낌은 받는다. 그리곤 책에서 봤던 일정 부분을 발췌해 다음에 글을 쓸 때 꼭 넣으려 노력한다. 그러다 보면 좋은 문장 혹은 좋은 구절이 써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예전처럼 즉흥적인 생각으로 글을 쓰는 것이 아닌 구상이란 생각을 하면서 글을 쓰려고 노력한다. (아마도 이 부분은 쉽게 해소되긴 어렵겠지만) 그럴 때마다 “아! 이래서 사람들이 책을 많이 읽으라는구나!!”라고 홀로 감탄을 하게 된다. 


  좋은 책을 읽으면 나도 모르게 그 작가의 글의 습성을 따라 배우게 되는 것 같다. 그러면서 내 글쓰기 실력이 점점 향상하는 게 아닌가 싶다. 지금도 글을 쓸 때 한꺼번에 쓰려고 하지 않고 며칠씩 나누어서 조금씩 쓴다. 조금 더 생각을 할 수 있어 좋고, 다시 읽어 보면 분명 고칠 부분이 생긴다. 

  

 좋은 글을 쓰기 위해 같은 책을 여러 번 읽는 것도 천천히 글 쓰는 방법 중에 하나이다. 분명 두 번 읽은 책이지만 처음에 읽었을 때 미처 깨닫지 못한 부분을 발견하기도 한다. 세상은 넓고 천재들은 정말 많은 것 같다.  좋은 책을 만날 때마다 글 쓰는 재능에 대한 열등감이 밀려드는 것이 사실이긴 하다. 작가들의 글에는 그들만의 맛과 멋과 그리고 작가 고유의 색깔이 있다. 언젠간 나만의 색채를 가진 글을 많은 이에게 읽히도록 하고 싶다. 


  이렇게 천천히 글 쓰는 나의 노력이 시작되었다. 단편보다는 연속적인 글로 이어나가려고 노력한다. 천천히 해서 느리지만 확실해진다. 


- 인생에서 몇번 안되게 심장이 말을 걸어오는 때가 있다. - 

 마인드풀 러닝중에서...


당신은 어느 때 심장이 움직이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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