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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감성 Nov 07. 2023

유리카 이야기 (ゆりか物語)

나의 유학시절 이야기


 유리카를 처음 만난 건 일본 유학시절 도서관에서 진행하는 외국인을 위한 일본어 교실이었다. 조금 더 정확히 이야기하면 유리카의 어머니인 이케다를 먼저 만나게 되었고, 이케다의 소개로 유리카를 만나게 되었다. 그리고 일본어 교실은 나보다 1년 정도 먼저 일본에 유학을 하고 있던 친한 형으로부터 소개받아 알게 되었다.


  일본에서 유학을 한지 몇 달 정도 지나니, 나도 모르는 사이에 일본어 실력이 부쩍 향상되어 있었다. 내가 일본어로 말하고 듣는 모든 것이 마치 한국말처럼 느껴졌다. 왠지 모르게 나는 그런 것이 나는 흐뭇했다. 그 무렵, 이케다 어머니로부터 저녁 초대를 받게 되었다.


  일본인이 사는 집에 직접 초대를 받은 건 처음이라 그 모든 것이 신기했다. 집에는 자신과 딸이 단둘이 산다고 하였고, 내가 도착하였을 때는 이미 나베(전골) 요리가 준비되어 있었다. 한국에서 매운맛에 길들여 저 있던 나는 일본 특유의 맑은 육수의 국물에 가슴을 뚫어주는 시원함과 따스함을 동시에 느꼈다.  그동안 배고프고 지쳐 쌓였던 피로를 한방에 날려 보내는 것만 같았다.


  유학 후, 한국에 와서 몇몇 전골요리집을 찾아 먹어 보았지만 아직도 그날의 나베 요리만큼, 온몸을 서서히 녹이며 깊고, 은은한 맛이 나는 전골요리는 먹어보지 못한 것 같다.


 그 이후로도 나는 자주 저녁식사 초대를 받았다. 외롭고 배고팠던 유학시절의 단비와도 같은 시간이었다. 일주일에 한번 많으면 두 번 정도 유리카의 집에 왕래했다.  유리카와 나는 서로 나이가 같았다. 그때 내 나이가 서른이니 유리카도 서른이었다. 서로 영화 보는 것을 좋아해 저녁을 먹고 나면 영화를 보고 갈 때도 많았다. 때로는 새로운 일본어를 배운다든지, 양국 문화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간이 주를 이루었다.  


  유리카라는 이름은 백합이라는 뜻을 가졌다. 시계 회사를 다닌다고 하였다. 그녀는 여느 일본 여자답지 않은  부러지는 성격을 가졌다.  부분이 나와는  맞았다.  고교 시절 부산에 놀러  적이 있다고 하였다. 그래서 “안녕하세요. 저는 유리카 입니다.” 정도는 한국말로   알았다. 식사후  앨범을 보여주며 이런 저런 추억들을 들려 주었는데 이야기하며 미소짖는 그녀를 보니 앨범 속의 어린 그녀는 어머니를 닮아 그런지 정말 귀여운 아이였고, 서른 살인 그녀도 귀여운 여자인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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