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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감성 Nov 15. 2023

유리카 이야기 - 하 -

나의 일본 유학 시절

  

 

  계절은 벌써 일본의 어느 가을 날이었다. 여느 때와 다르지 않게 저녁식사에 초대를 받아 저녁을 먹으러 갔다. 이날따라 유난히도 나를 더 챙겨주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저녁식사를 하던 중 유리카가 잠시 화장실에 갔고 그때를 틈 타 이케다 어머니가 내게 귀속말로 굉장한 이야기를 해주었다.  


“나는 성일씨처럼 착실한 사람이 유리카와 결혼 했으면 좋겠는데..”


“성일씨는 우리 유리카 어때요??”


“유리카에게는 내가 이런 말을 한 건 비밀이예요”


  이 말을 듣는 순간 당황했다. 뭐라 생각할 겨를도 없었다. 결혼이란 단어는 늘 언젠가는 해야 되는 거라 생각해 왔지만 이렇게 훅하고 들어올지는 몰랐다. 식사하는 내내 안절부절한 내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 애썼다는 걸 유리카는 지금까지 알지 못할 것이다.


  나도 뭔가 말할려고 할때 마침 유리카가 돌아왔고, 나는 저녁식사가 끝나는 내내 아무말 하지 못했다. 차 한잔을 마지막으로 그날의 초대를 끝으로 집으로 향하였다. 곧장 걸어가면 될 길을 먼길을 빙돌며 머리속에 가득찬 “결혼” 이라는 두글자가 길과 같이 빙글빙글 계속 맴돌 뿐이었다.  그 일이 있은 후 곰곰이 생각해봤다. 유리카를 여자로서 아내가 될 사람으로 생각하고 바라보니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되었다. 머리속에선 이미 결혼까지 생각했었다. 남자들은 대게 이런 생각을 한 두번쯤은 해보는 걸로 알고 있다.


  그리고 며칠이 지나 다시 한번 저녁 초대를 받은 날, 우연히도 이케다 어머니는 갑작스런 일이 생겨 같이 식사를 할수 없게 되었다. 절묘한 시기에 나와 유리카 단 둘만이 식사를 하게 되었다. 그래서 집이 아닌 근처 패밀리 레스토랑인 “데니즈” 라는 곳으로 갔다. 나는 평소에 좋아하는 가츠동을 주문하였고, 유리카는 카레우동을 주문하여 먹었다.


  그동안의 서로의 일상에 대해 이야기를 주고 받던 중 이 때가 기회다 싶어 용기내어 물어 보았다. 혹시 좋아하는 사람이 있느냐고 그녀의 대답은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고 하였다. 같은 회사 사람이고, 현재 사귀고 있다고 말하였다. 잠시나마 꿈꿔 본 내 환상이 전부 지워져 버리는 순간이었다.


 결국 나는 이케다 어머니로 부터 들은 이야기를 유리카에게 전해주었다. 유리카는 어머니가 한시라도 빨리 좋은 사람을 만나서 결혼 하기 바란다는 것을 이미 알았고, 그것을 부담을 느껴 이케다에게는 비밀로 연애를 하고 있다고 말해주었다. 좋은 사람을 만나고 있다니 축하는 해주었지만, 내게는 짙은 아쉬움만이 남았었다. 나의 아내가 되어도 좋을 사람이라 생각했었기 때문이라 더욱 그러 했던 것 같다.


   이후로도   기회가  때마다 저녁식사를 함께 했었다. 일본 유학을 마치며 가장 기억에 남는  하나를 꼽으라면 당연 이들과 함께 했던 저녁식사일 것이다. 내게는  다른 일본의 어머니로부터 일본의 맛과 정을 느꼈고, 일본 아내에 대한 약간의 기대도 했었던 그시절이 나는 아직도 그립니다. 최근 오랜만에 연락을 해보았더니, 유리카는 아직도 결혼을 하지 않았지만 좋은 사람과 동거중이라고 하였다. 지금의 나도 많이 하였듯 이케다와 유리카도 많이 변했을 거라 생각되지만, 내게는 언제까지고 그때 그날의 이케다와 유리카로 기억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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