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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감성 Jan 01. 2024

일본 여행 3일차

나라(奈良)는 신비로움 그 자체

 


  이번 여행 중 가장 마음에 들었던 도시는 바로 나라(奈良)다. 아침부터 비가 촉촉이 내렸다. 그래서 나라로 가는 기차 안에서부터 도시에서 시골로 변하는 모습이 더 인상적이었다. 안양에 살고 있는 나로서는 어렸을 때 명절이 되면 시골로 내려가던 기억이 되살아 났다.


  나라역에 도착하자마자 아늑하고 고즈넉한 풍경과 공기가 마음에 들었다. 조금 더 걸어 비에 촉촉이 젖은 사슴공원의 숲 길을 걸을 때는 그 기운을 받아 마음까지 정화시켜 주는 것 같았다. 걷기만 해도 아주 좋았다. 사슴도 만나고 멋진 절도 보고 동생과 이런저런 사진도 많이 찍고 좋았다. 마치 지브리의 원령공주에 나오는 숲을 실제로 보는 것 같았다. 서로가 멋진 풍경을 눈에 담느라 입은 굳게 닫은 채 걷기만 했다. 실은 이쁜 곳이 너무 많아서  사진 찍기 바빴다.


  일본의 몇몇 공원을 산책하다 보면 가끔 그곳에는 아직도 신령 같은 것이 있을 것만 같은 신비로움이 남아 있다. 이끼가 전부를 뒤덮은 돌과 넓이와 높이가 가늠하기 힘들 만큼 크고 넓은 나무들을 보면 얼마나 많은 세월을 견디고 버티어 여기에 있을까 하는 내 기억보다 오래된 기억의 그리움을 불러일으킨다. 그리고 내가 그것을 만질 때 비로소 나는 그들에게 잠시나마 짧은 인연이 되고 그들은 내게 오래된 추억이 된다.

  

  

  큰 공원을 한 바퀴 돌며 동생과 여러 사진도 찍고, 추억을 남기다 보니 어느새 점심때가 다 되었다. 점심을 먹기 위해 나라역을 되돌아와 먹을 곳을 찾아보았다. 이날 근사해 보이는 스키야키집을 선택해 먹었지만, 그 맛은 유학시절 먹은 스키야키의 맛까지 도달하지는 못해 내가 이번 여행에서 가장 기다리던 스키야키가 아니라서 조금 아쉬웠다. 지금은 배고픈 시절이 아니어서 그랬을까, 다시 한번 지금의 나를 되돌아보는 기회가 되었다.   

  스키야키로  어쨌든 배고픔을 달래고 나라역 주변 마을을 둘러보았다. 동생은 아마 이런 것을 좋아하는 것 같았다. 좁은 골목길을 돌아다니며 조용히 산책하듯 걷는 것을 말이다. 근처에는 성당도 보여서 들어가 기도도 해보고, 일본의 마지막 날이기에 나라의 여기저기 구석구석 질릴 만큼 돌아다녔다.

  근처 카페에 가서 쉬고 싶었지만, 조금  힘을 내어 첫날 호텔 근처에서 보았던 근사한 카페가 기억나 그곳에 가서  쉬기로 하였다.  카페가 마음에 들었던 이유는 카페 내부가 모두 내가 좋아하는 원목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찻잔도 하나같이 고풍스럽고 유럽풍의 마련되어 있어  취향에 아주 딱인 그런 곳이었다. 아주 잠시 내가  가게를 가져 본다면 이와 같은 가게를 가져보고 다는 생각을 말이다. 너무 멋진 곳이란 그런지 사람들이 끊임없이 들어보고 나가고 일하는 스텝들도 너무 바빠 보였다. 바빠 보이는 그들과는 반대로 느긋하게 동생과 함께 분위기에 한동안 취해 있었다.

  일본에서의 마지막 식사는 텐동으로 하였다.  카페 근처에 있기도 했고, 가격에 비해 꽤 맛이 좋았다. 텐동을 다 먹어갈 때쯤 동생과 나는 다시 한번 서로의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 있었다. 그동안 꺼내지 못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 정말 좋았다. 비록 우리의 마지막을 텐동과 함께 했지만 동생과 진지한 인생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할 수 있다는 사실에 이제야 서로가 인생의 맛을 느낄 수 있는 나이가 된 것에 축하해 주고 싶었다. 다만 아쉬운 것이 있다면, 너무 늦게 동생과 이런 진지한 이야기를 했다는 사실이다.


 이번 일본 여행은 서로에 대해 더 알아가는 기회가 된 것 같아 나는 그 무엇보다도 값진 여행이라 생각한다. 다만 내가 생각보다 못한 몇몇 음식들이 다소 실망스럽게 만들었지만, 그래도 동생과 처음 하는 해외여행 치고는 나쁘지 않았다. 동생도 그런 말을 했지만 3일 동안의 여행이 순간처럼 느껴졌다. 하루에 한 도시를 구경하다 보니 하루가 마치 몇 시간도 안 되는 것 같았다. 그리고 하루 종일 3일을 걷다 보니, 그동안 쌓인 피로도 분명 한몫했을 것이다.  


  이처럼 여행은 언제나 나를 성장시킨다. 새로운 것을 보고 배우고,  것을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나는 평소에도 사람들에게 “물질보다는 경험이라는 말을 자주 한다. 물질은 순간의 행복을 가져다 수 있는 외부적인 것이지만, 경험은 평생을 간직할 나만의 추억을 선물한다.


  당신은 여행을 좋아하나요?? 그렇다면 어디로 누구와 어떠한 여행을 가고 싶은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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